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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황매산)

by 풀꽃* 2012. 6. 15.

언제:2012년 5월19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황매산(1108m)

위치:경상남도 합천

코스:덕만주차장-영암사지-철계단-돗대바위-무지개터-모산재-철쭉군락지-황매산(정상)-덕만주차장(5시간)

누구와: 교회 주안등산부 회원 55명

 

 

오월의 푸른 숲..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신록의 산 빛이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

 

자고 나면 하루가 달라지는 푸른 숲..

산 빛의 유혹에 마음은 늘 그곳에서 유희를 즐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파리들의 부닥거림과 산 새 소리에 산이 기지개를 켠다.

산은 잿빛도시의 푸른 꿈이다.

오월의 세상은 푸르름(푸름)이 있어서 마음 또한 푸르름(푸름)으로 물드는 것 같다.

 

황매산.

황매산은 우리나라 남한 최대의 철쭉군락지를 자랑하고 있어서 그 규모가 대단하므로 철쭉이 곱게 피면 온 산이 철쭉으로 뒤덮혀 마치 불이난 듯 하다.

4년전에 다녀오긴 했지만 철쭉의 그 아름다움을 많은 불들께 보여 드리고 싶어서 그곳으로 산행지를 정했다.

철쭉 시기에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정체가 되기에 새벽 1시에 무박으로 출발을 했다.

4년전 섰던 그 자리에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서본다.

산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조금은 낯설게 느껴짐은 그만큼 시간이 흘러서일거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아랫세상과의 거리가 멀어져 간다. 

 

오늘이라는 선물 안에 펼쳐든 하얀 도화지에 어느 만큼 아름답게 채색하느냐는 각자의 마음 줄기에 따라서 행복의 크기도 달라질 것이다.

그 행복의 크기와 아름다움은 꼭 풍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오고 가는 대화가 될 수도 있고, 내 나름대로 생각에서도 있을 수가 있다.

 

황매산 철쭉이 지난주 까지만 해도 아름다웠었는데 정보를 통해 전해 들은 말로는 꽃이 지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꼭 꽃만이 산행의 전부일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신경이 거스르는 게 마음이 무겁다.

산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오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기에 영암사지로 오르는 풍광은 굳이 철쭉이 아니어도 흡족할 남큼 풍광이 아름답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지나가던 바람도 쉬어가리만큼 풍광이 아름다워

지난날의 흩어진 기억들이 되살아나 마음 모서리에 부딪혀 잔바람처럼 일어선다.

 

산은 바람을 부르고 바람은 구름을 불러 높은 하늘에 걸어 놓은 하얀 구름도 

푸른 깃발 이파리 사이로 미소를 보내며 봄이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듯 한껏 즐기고 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고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의 흔들림 인가?

마치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듯하다.

밋밋한 길 보다는 힘은 좀 들어도 두 손 ,두 발 발발거리며 오르는 재미에 힘듬도 잊고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땀 흘린 뒤 그 기쁨은 흘려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앞을 바라보면 까탈스러서 못 오를 것 같아도 옆으로든 기어올라서든 다들 잘 오르고 있다..

힘든 신행일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고, 후회 스러운 산행일수록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아마도 오늘 산행은 철쭉의 시기가 늦어져 실망스런 산행이 될듯 싶다.

계절의 물이 가득 오른 산은 푸르름(푸름)이 가득해 절로 큰 숨이 쉬어진다.

땀 흘리고 난후 바람은 상큼하니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어린 학생들이 아빠 따라서 잠 못 자고 이 먼곳까지 따라와 산행하는 걸 보면 참 기특하기 그지없다.

혹시나 힘들어서 못 오르면 어떻하나 많은 걱정을 했는데 가볍게 얼마나 잘오르는지 대견스럽기만 하다.

내가 저만할 때는 산행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집 뒷산만 놀이터 삼아 넘나들었는데 지금은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산을 찾아야 하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주님 안에서 믿음의 형제 자매들이 함께 하니 이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한 걸음 한 걸음 여정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정도 깊어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산을 오르기에 그 안에 들어오는 풍경 또한 다를 것이다.

각지 마음의 줄기에서 나오는 그림들이 갖가지 풍경을 그려 낼 것이다.

 

 

오월의 숲은 파릇한 풍경을 펼쳐 놓으며 내게로  걸어와 이고 갈 만치 이고 가라고 말을 건다.

한없이 베푸는 숲 그 숲에 들면 가난한 영혼도 부자가 되는 평등의 숲이다.

초록물 소태진 오월의 숲에서 보물을 찾듯 두리번대는 내마음 이제는 그마음 마져 오월의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인 듯 그제인 듯 매단 산행의 꼬리표들이 주인은 돌려보내고 다녀간 흔적만이 산을 지키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숲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숲이 됨을 느끼게 된다.

그 숲을 따라 가다보면 마음까지 초록물이 들것만 같다.

나는 그 숲을 떠나도 마음만은 그 숲을 떠나지 않으며 그리워 할 것이다.

철쭉이 벌써 막바지라는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능선길에 철쭉이 진 것으로 봐서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 같다.

순간 어깨가 무겁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나 혼자면 철쭉이 다 진들 어떻고 철쭉이 없으면 어떻게냐 만은 철쭉을 보기 위해 잠 못 자고

달려온 일행들을 생각하니까 마음에 무거운 바위가 내려 앉은 듯 하다

 

죄인된 마음이 이러할까?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 어떤 것으로 보상이라도 된다면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번에 왔을 땐 이렇게 철쭉이 곱게 피어 마치 철쭉 바다를 이룬 듯 했었는데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을까?

가던 걸음도 멈추고 싶은 마음이다.

군데군데 드문드문 핀 철죽 사이로 벌써 파릇한 이파리들이 무성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꽃은 막바지를 이루고 있는데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등산객들은 꽃보다 더 많다.

그로 인해 숲이 사람으로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온 듯 살며시 다녀가면 좋으련만 숲이 사람들에 의해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숲도 희노애락의 과정 같다.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 아름답던 모습은 간데 없고 꽃진 자리의 여백이 더 크게 자릴 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사람들은 에델바이스의 꽃말처럼 소중한 추억을 담아가려고

이른 새벽부터 전국에서 몰려 왔을텐데 그들 모두가 쓴웃음을 짓고 발길을 돌릴 것 같다.

힘이 빠져 황매산 정상을 앞두고 발길을 멈추고 점심상을 펼친다.

바리바리 가져온 것을 풀어놓으니 만찬이 펼쳐진다.

기분이 좋아야 밥맛도 좋을텐데  식욕도 없고 힘도 없다.

 

 

4년전에 다녀온 철죽의 모습이다.

철쭉이 곱게피면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 아름다움을 못 보고 발길을 돌린다는 게 걸음이 무겁다.

나는 그렇다 치고 많은 분께 이토록  아름다운 철쭉을 꼭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 그루의 철쭉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수십만평의 군락의 철쭉이 밉기만하다.ㅠ

 

높은 바위 위에 살포시 올라 앉아 그곳에 뿌리를 내린 철쭉을 보노라니 저 철쭉도 나처럼 바위를 좋아하나 보다.

내려올 줄 모르고 그곳에 터를 잡은 걸 보면 여러 군무 속에 어울림 보다는 홀로 있는 게 좋은가 보다.

여러 사람 눈에 틔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귀가 있으니 들을 줄 아나 입이 있으니 말을할 줄 아나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그래도 나는 이곳에서 오월의 하늘 아래 짙은 푸르름(푸름)을 넓고 깊게 담아 마음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그리움의 초원을 내 안에 들여 놓았다.

하산길에 만난 민들레 군락지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 준다.

민들레 홀씨 되어 파르르 숨을 죽이고 있는 민들레는 바람이 불 때마다 누구라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인지 나폴댄다.

민들레도 넓은 평원에 홀로 피어있으면 외로울텐데 무리를지어 모여 있어선지 정겹게 보여진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그렇고 모든 건 혼자는 늘 외롭고 함께 할 때 빛을 더하는 것 같다.

 

산은 내게 말한다.

그토록 기다려주고 예찬해 줘서 고맙다고..

삶이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길이 되어주는 것 같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한다면 그건 바로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내 생에 마지막 노을을 남겨 놓고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삶의 자투리 안에 담아온 풍경을 삶으로 내려 놓고 그 풍경으로 인해 내 삶이 조금은 풍요롭고 행복해 지겠지..

 

황매산..

이 한 날도 먼 훗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 책갈피에 곱게 새겨져 있을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5월19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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