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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또 하나의 산을 넘어서(금수산)

by 풀꽃* 2012. 4. 27.

언제:2012년 4월14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금수산(1015.8m)

위치:충북 제천

코스:상학-서팽이고개-금수산삼거리-금수산-살바위고개-망덕봉-용담폭포-상천주차장(5시간30분)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 회원44명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삶의 편린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기다림 속에 살고 기다림은 또한 영혼 속의 한 순간을 가슴 속에 담는 것이다

기다림과 그리움은 또 다시 셀렘으로 나타나고 그리움은 때로는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렁이는 파도가 되어 가슴을 적신다

그 희열을 붙잡고 싶어 오늘도 산으로 나선다.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데 산행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생각하는 것 차체만으로도 힘이 되어 준비하는 과정조차도 즐겁고 힘이 솟는다,ㅎ 

 

 

올해는 봄이 늦어져 아직은 무채색빛의 산이지만 아래서 올려다 보는 금수산의 비경이

마치 병풍을 둘러놓은 듯해 산 아래서 올려다 보는 이들의 비명소리에 산은 덜 외로웠는지 모른다

 

포장도로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자 산은 가팔라지고 몸은 절로 휘어진다

산은 인간에게 그리 관대하지가 않았다

가파른 산길이 열어 놓은 그 속에 생존하고 있는 생명들은 같이 휘어지고 어우러지고 그러면서 살만하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발자국소리가 또 더 큰소리로 산을 깨운다

그보다 더 큰소리는 우리들이 토해내는 행복의 비명소리다

이제 끝날 것 같은 오름길은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는지 야속하게도 계속 이어진다

다리는 쉬어가자고 하고 마음은 정상을 향한다 

 

어느정도 오름길을 오르고 잠시 쉬면서 휴식시간을 갖는다

요즘 먹은게 체해서 속이 안 좋아 음식을 조심해서 먹고 있기에 아침에도 우유에다 인삼과 마를넣고 갈아서 먹고 왔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기운이 떨어지는 듯 하다

준비해온 간식을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권사님 배낭에 맞겨 놓았는데 권사님은 후미에 오고 있으니 먹을 만한 간식이 없어 짐사님께 부탁을 해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간식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집사님 저를 위해 수고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아랫세상과 멀어지고 숲이 깊어갈수록 자연과 가까워진다

산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자연에 물들어 간다는 것이다

산은 시간이 흘러도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오르면 오를수록 사람과의  발길과는 멀어진 곳이기에 시끌벅적한 사람사는 세상과  거리도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그 속에서 갇여있는 숨을 꺼내 놓는다

정상을 향해 들어서면서 산은 거친 성격을 드러낸다

하늘빛이 마치 바다와 하늘이 맛닿은 것처럼 같은 빛을 띄고 있다

산을 걷다 보면 우리는 외따로 서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산은 우리를 기다리고

우리는 산과 하나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아름다움을 갔고 있어도 봐주는 이가 없다면 그 가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올려다 보이는 잿빛 속살이 드러나 보이는 장엄한 바위가 바라만 봐도 숨을 멎게 한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듯해 보여도 산에서는 거리상으로만 그렇지 가다보면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선다

그래도 조금은 긴장감이 밀려 온다

힘든 상황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하산객이다.

제몫의 힘겨움은 누구에게 나눌 수 없는 것이기에 인내할 수 밖에 없다.

어느새 주변산과 눈높이가 같아진 걸 보면 꽤 많이 올라 온 것같다.

따스한 햇살이 있어서 좋고 무채색의 산빛이지만 풍경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집사님과 권사님들이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다

 

금수산 정상..

햇살 고운 높은 곳에 정상 석이라곤 하기엔 애교스러울 정도로 작은 표지석이 하늘을 향해 서있다

정상에 공간이 비좁아서 인지 그곳에 맞춤형 표지석이다.

 

이제 능선을 향해 내림길로 들어선다

 봄이 늦어져 예상은 했지만 산빛이 마치 겨울 같다

사계 중 연둣빛이 물든 산빛을 가장 좋아하기에 늘 연둣빛 산을 꿈꾼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마루금은 편안함을 깔아 놓고 산책하 듯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은 산 아래서 가볍게 산책하듯 가볍게 걸었는데 오랜만에 산을 오르니까 감회가 새롭다 

능선의 너른 평지에 터를 잡고 간식시간을 갖기 위해 휴식을 취한다

산행후 성찬의 기쁨이야말로 또한 행복한 시간이다

 

한참의 시간을 갖고 일행들은 아직 간식 시간을 갖고 있는데 한걸음 먼저 일어나 산길을 걷는다

그져 조용히 산길을 걷는 것보다 좋은게 있을까

자연의 숲에서 오롯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혼자있는 시간이기에 그 맛을 보기 위해 그랬는지도 모른다

능선길이 선물해 주는 것은 확 트인 아름다운 조망이다.

오름도 내림도 없으니 편안해서 좋고 혼자인 듯 해보이지만 길동무해주는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의 속삭임이 참 좋다

산에오면 이런 달콤함이 있어서 산이 더 내 안에 그리움을 갖게 하는지 모른다

찰나의 순간도 잠시 뒤에오는 일행들이 하나 둘 거리가 좁혀진다.

 

 망덕봉

능선길의 끝인 망덕봉에 도착해 모두가 인증샷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상이 비좁아 제대로 사진을 못 찍어 이곳 망덕봉에서 모두가 인증샷을 남긴다

 

이제 앞으로는 계속 내림길로 이어진다

 

긴 삭풍을 맞고 피어난 노오란 생강나무 꽃이 노란 그리움을 토해내며 반가움으로 맞이한다

긴 겨울을 보내고 산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생강나무 꽃이다.

 

집에서 출발을 할 땐 컨디션이 안 좋아 그냥 참석하는데 의를 두고 나왔는데 그 힘듬은 간데없고 몸이 가쁜하다

 

 

 

 

자연은 이렇듯이 생기를 주어 우리의 몸을 건강케 하나 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산길로 들어서면서 산이 얼굴을 바꿨다

이제까지는 무채색의 풍경이었는데 얼마쯤 와서 부터는 발길 닿는 풍경마다

눈길 마주하는 곳마다 선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소나무와 바위의 조화로움이 이제까지 힘든 여정을 씻어낸다.

 

산은 세상이 네모상자 안에 있지 않고 넓은 세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 책갈피에 곱게 새겨넣게 한다.

산이 품은 보석 같은 풍경의 절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풍경은 마음을 풀어 놓는 힘이 있다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들이 기쁨 가득한 말뿐이다.

 

가야할 길이 까마득 했는데 이제는 걸어온 길이 까마득 하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아득하다

 

새소리와 솔내음이 줄을 따른다

발아래 소소한 풍경도 산 위에 장엄한 풀경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다

새들도 우리 인간들 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드는 걸까?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니 새들도 따라나선 듯하다.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는 이곳..이곳에 앉아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하산을 하면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황홀했던 그 풍경 그 마음 그 맛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산행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함인가 용담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며 눈을 귀를 즐겁게 해준다

 

 

 

 

 

산길에 들면 야생화를 만나야 마음이 푸근한데 가슴 한켠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허전하다

야생화를 찾기 위해 햇살 가득한 곳을 향해 눈을 돌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곳에서 앙증맞고 귀여운 개별꽃이 바람에 살래살래 몸을 흔든다

광음을 토해내는 폭포도 뒤로하고 다가가 허리 굽혀 인사하고 검불도 치워주고 목도 추켜 세워주고 그들과 함께 사랑의 교감을 나눈다

야생화의 넓은 군락은 아니지만 그리움을 풀어 놓기엔 부족함이 없다

잉크빛 현호색도 인사를 나누고 사랑을 보내온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손이시렵고 발이 시렸었는데 시간이 흘러 벌써 계곡에 발을 담그고 일어설 줄 모른다

 

과수원 아래 쑥이 봄볕을 맞고 지천으로 돋아있다

일행들은 모두 그곳에 앉아 봄처녀로 돌아가 쑥 뜯는데 여념이 없는데

그런데 나는 쑥 뜯는데는 관심도 없고 사진 담는데만 신이 난다.ㅎ

 

A코스와 B코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B 코스로 간 일행들을 만났다

마치 이산가족의 반가움이다.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가엔 마치 산수유마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노오란 산수유꽃이 한창이다

눈이 맘이 모두 노란물이 들것만 같다

 

무채색의 산빛에서 채우지 못한 마음을 채워주기라도 하듯 노오란 미소를 풀어 놓는다

 이번 산행은 오랜만에 목마름을 달래줘서 달콤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산행시간이 짧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 생에 마지막 노을을 지고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자투리지만 아직은 꽃이 되고 싶은데

무릎이 약해져 예전 같지가 않다.

그래도 오늘은 큰 무리 없이 산행을 마치게 되어 감사하다

 

 

 

지난1월 계방산 산행을 마치고 송어회를 맛있게 먹어 44명이 거금을 들여 송어회로 마침표를 찍고 행복한 하루를 갈무리 한다.

그리고 어제 교구 목사님 생신을 맞이해 교구에서 강화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인삼을 사가지고 와서 산에 가지고 가서 먹으려고 준비했는데 깜빡 잊고 되돌려 가지고 왔다는 슬픈 전설을 남긴 산행이었다.ㅠ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4월 14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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