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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설 단상

by 풀꽃* 2014. 2. 3.

 


 

 

설 단상 / 들꽃향기 새해 들어 신정 맞은 지 한 달 만에 또 설을 맞이했다. 주부들은 설을 앞두고 설 준비로 마음이 분주해 명절 증후군이 더 심각성을 보이는 것 같다. 일하기를 좋아하는 나도 설을 앞두고 마음이 쓰이는데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은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매번 맞는 설인데도 설만 되만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며느리와 허물이 없다 해도 설이 돌아오면 이부자리 손질이며, 집안 정리, 냉장고 청소까지 하고 나면 이제 설 음식 걱정에 마음이 쓰인다. 메뉴만 정해져도 설 준비 삼 분의 일은 끝난 것 같고 김치만 담가 놔도 절반의 일은 끝난 것 같다. 나는 설이 되면 전날 형님댁에서 동서들과 설 음식을 만들며 설 당일엔 가족들만 형님댁에 가고 나는 다음날 손님 맞을 준비로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곤 한다. 그래도 손이 많이 가는 전은 매번 며느리 친정어머니께서 만들어 보내 주시기에 한결 수월하다. 매번 맞는 설이지만 이번에도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기쁘게 해 줄까 하는 마음에 몇 날 며칠 머리를 쥐어짜며 메뉴를 정하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자녀들이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면 피곤도 잊고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자녀들은 부모의 그런 마음은 아랑곳없이 설에 시댁에서 일에 시달려 음식 준비하느라 수고했다기보다는 해 놓은 음식 차려 상에 올릴 일과 설거지할 생각에 불평을 털어놓기 일쑤다. 딸아이들은 본인들이 힘들다고 투정하기보다는 새언니를 핑계 삼아 엄마 새언니도 힘들 텐데 이제 명절 때 제발 음식 좀 간단하게 조금만 하라고 투정을 부린다. 그러면서 우리 음식 안 했다고 절대로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이제부터는 설에 간단하게 식혜와 샐러드만 하고 한 끼는 떡국, 한 끼는 매운탕에 삼겹살로 메뉴를 정하든지 안 그러면 마트에서 해 놓은 음식 몇 가지 사다 먹자며 통사정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까지 말을 할까 하다가도 이제까지 긴 시간 내 나름대로 해오던 것을 그렇게 하기엔 설이 너무 썰렁할 것 같아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얼버무리곤 만다. 딸들은 그렇다 치고 투정 한 번 부르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일을 돕고 있는 며느리의 마음도 딸아이들과 같은 마음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설엔 내 나름대로 상차림에 변화를 준다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애쓰고 돈 쓰고 아이들한테 구박을 받은 격이니 애쓴 보람도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의 진솔한 마음은 간단히 먹고 쉬고 싶었던 것인데 부모 된 나로서는 그렇게 한다는 게 마음이 허락질 않는다. 이제까지 해 오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에도 추석과 설에 아이들이 말한 대로 그렇게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몰두했지만 끝내는 해결책을 못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명절을 집이 아닌 밖에서 보내면 몰라도 집에서는 아이들이 말한 대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도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나는 고생을 사서 하는 조선 시대의 여인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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