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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사색

by 풀꽃* 2014. 1. 13.

 

 

                사색 / 들꽃향기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파고드는 햇볕을 이고 하늘을 바라보면

               청명한 하늘빛에 마음 또한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 길 위에 나목들의 쇠잔해진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겨울의 생각 속에는 모든 것에 겨울이 들어있듯이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비밀스런 길을 하나쯤 담아두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길이 있다.

               내가 가끔 찾는 비밀의 숲 그 외진 조붓한 오솔길에

               나는 누구에도 풀어놓지 못한 길을 그 길 위에 자분자분 하나씩 풀어 놓는다. 

              

               그리고는 돌아올 때 풀어 놓은 비밀의 길을 누구에게 들킬까 봐

               다시 하나씩 하나씩 주워담는다.

               하지만 외진 조붓한 그 길은 마음을 돌이키고 또 돌이키는 수행의 길이다.

               그 길은 사색에 빠지게 하며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추게 한다.

 

               한적한 겨울 숲 나목들이 한기를 느끼며 오돌오돌 떨고 있는

               외진 오솔길을 걷노라면 때로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과 적막함이 온 전신에 스며들기도 한다.

               나무들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덧 인생의 가을 문턱을 들어서는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지금 늙어가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아직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힘없고 굼뜬 동작이

               나에게도 천천히 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시간을 늦추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태양과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마음의 정원에 푸른 정원수를 심어

               매일 같이 가꾸고, 푸른 마음이 되기 위해서는 동요나 클래식을 즐겨 듣고

               내 주변에 젊은 벗들을 많이 두어 푸른 숨을 쉬며

               저녁이면 별 헤는 설렘으로 밤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하루해가 지루하기보다는 짧게 느껴져 늘 아쉬움의 연속이 된다면

               아마 내 인생의 가을이 조금은 푸른빛을 띠고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주변에 많은 인연이 있지만

               결코 그 인연은 혼자인 것을 깨닫게 된다.

               놓쳐버린 인연들이 추억 속의 그리움으로 가슴을 시리게도 하며

               허무에 빠지게도 한다.

               겨울은 한 번쯤 더 생각하고 뒤돌아보게 하며

               마음을 깊고 고요하게 만든다.

                

 

               -2014년 1월 11일 겨울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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