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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가면

덕항산 스토리

by 풀꽃* 2014. 7. 21.

언제:2014년 7월 19일 (토요일) 날씨:한차례 소나기

어디:덕항산(1071m9 지각산(1079m)

위치:강원도 삼척

코스:하사미교-예수원-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지각산)-장암재-환선굴-대이리 주차장

누구와:교회 주안등산부(26명)

 

 

 

 

산으로 들어서니 도시의 매연 대신 풀 향기를 풀어 놓고

뜨거운 열기 대신 초록 바람이 안아 준다. 

                                                     오늘처럼 더운 날엔 도시를 탈출한 게 제일 잘한 일이야 

 

 

 

 

 

 

                                                   두 분의 이야기 소리가 초록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말나리>

내가 너를 그리워 한만큼 너도 나를 그리워 했을까?

 

 

<동자꽃>

옛날 깊은 산 속 암자의 스님이 겨울을 나기 위해 마을로 시주를 나갔는데 폭설 때문에 암자로 돌아 올 수가 없어

암자에 남아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은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얼어 죽고 말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스님은 양지바른 곳에 동자승을 묻어 주었는데 동자의 무덤에서 식물이 자라 꽃을 피웠는데

마치 동자승의 얼굴처럼 동그랗고 발그레한 꽃을 피워 사람들은 이때부터 이 꽃의 이름을 동자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솔나리>

문제는 바로 너였어!

이제까지 많은 산에 발을 딛었지만 너와의 만남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너를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었어!                                                                   

 

 

<솔나리>

너를 만나기를 그렇게 고대했는데 이게 웬 행운이니? 

청초하고 가녀린 자태가 여인의 맵시 같구나

 

<일월 비비추>

비비추를 보면 지리산 치밭목 산장 가는 길목이 떠오른다.

그곳에 군락을 이룬 비비추가 얼마나 많은지 보랏빛 그리움이 밀려오면서 지리산 종주의 미련이 다시 고개를 든다.

<말나리>

편견을 같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너와의 눈 맞춤은 여러 번 했잖아!

주홍빛 꽃단장하고 나오기만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니?

나도 네가 그리워서 먼 길 달려왔단다.

그러기에 너에게 발목이 잡혀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거야! 

고운 모습 보여줘서 고마워 그 은혜 잊히지 않을 거야.

<노루오줌>

늦게 담아줘서 미안해!

너를 늦게 담은 것은 네가 미워서가 아니고 가는 길 내내 네가 동행해 줄 것 같아서였어!

내 마음 알지?

 

길을 잃고 30여 분 수직의 직벽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만난 이끼 계곡!

길도 없는 곳을 30여 분 미끄러지듯 내려왔는데 집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오던 길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다며 말씀하시길래

이렇게 힘들게 내려온 길을 어떻게 다시 올라가느냐며 힘들어서 절대로 못 올라간다고 이끼 계곡을 건너 길도 없는 산등성을

헤치며 또 하나의 길을 내며 밀림 속으로 접어든다.

 

그래도 오래된 흔적으로 희미한 길이 있는 걸로 봐서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러 다닌 흔적 같다.

심마니들이 길도 없는 숲을 오르고 내리며 산삼을 찾아 헤맸을 텐데 산삼이 비싼 이유가 바로 이래서였어!

이끼 계곡을 건너 다시 길도 없는 산등성을 타고 오르다 만난 동자꽃!

힘들다가도 꽃만 만나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웠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처럼 힘이 되어 줘서 고마워!

이 깊은 산중 너도 혼자였으면 얼마나 두렵고 떨리겠니?  

<나무 구렁이>

힘이 들어 지친 상태에서도 마치 보물이라도 만난 듯 인증샷을 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런 마음의 여유가 드는 것도 든든한 일행의 힘일 것이다.  

길을 잃은 지 1시간 30분쯤 됐을까? 길도 없는 직벽의 숲을 오르면서 지칠 때로 지쳐 첫 번째 휴식을 취했다.

입대한 훈련병들이 이런 훈련을 3일 정도 연속으로 받으면 힘들어서 자살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계속 이어지는 직벽의 오름이라 어느 한 곳 앉아 도시락 먹을 장소도 없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얼음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걸으니 다시 힘이 나는 것 같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초록빛 이끼와 버섯이 주는 안식이었다.

깊은 산중에 나무에 뿌리를 남기고 서식하는 초록의 이끼!

그곳에 어울림 되어 피어나는 버섯이 사랑스럽다.  

너도 혼자였으면 외로워서 어쩔 뻔 했니?

몸을 이루고 나란히 피어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혼자는 늘 외로운 거란다.!  

능선을 얼마 앞두고 전화가 수신이 되어 대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정상을 지나 400m쯤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2시간을 길도 없는 정글에서 숲을 헤치며 방황했던 시간들!

만일 혼자였다면 어떡했고,그리고 그곳에서 비를 만났으면  어쨌을까?

주마등처럼 스치는 고행의 시간 비록 고생은 했지만 지나고 나니 모든 게 감사하다.

모든 걸 포기한 상태에서 지나쳤을 것 같은 정상을 만나니 웬지 덤으로 얻은 행운 같다.

이제 400m만 가면 일행을 만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다.

 

매번 산행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 후미대장님은 후미대장 자격이 있어!~ㅎ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 드려야 할지?

 

대장님, 대장님 우리 대장님!

제가 사랑과 정성을 담아 작은 것이지만 호도파이 맛있게 만들어서 원수 갚을게요.ㅎㅎ 

꽃이 그렇게도 좋을까?

꽃에 취해 길을 잃고도 꽃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나의 본성은 다시 드러난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만큼 아마 꽃도 내가 좋지 않을까?

길가에 혼자 피어있는 것도 외롭고 서러운데 나마저 그냥 지나치면 얼마나 서럽겠니?   

일행들이 지나갔을 조붓한 오솔길!!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일행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걸음이 가뿐하다. 

바쁜 길 기다 보면 놓치고 말 풍경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그냥 지나쳤으면 어쩔뻔 했니?

내가 산에 오는 이유가 바로 이런 풍경이었어!

대장님이 우리를 기다렸던 이유가 바로 이 홍어 때문이었어!~ㅎ

후미 대장님이 산에 오실 때면 홍어를 나주에서 택배로 주문해서 가져오시는데 

대장님이 후미 대장님 올 때를 기린 목 되어 기다렸겠지..

넷이서 먹어도 남은 홍어를 둘이서 먹었으면 어쨀 뻔 했을까?

 

다행히도 춘천 닭갈비는 앞에 간 권사님 배낭에 넣길 잘했지 뭐야.

내 몫 남길까 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다 먹었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지..  

강훈련하고 난 후 먹는 밥맛!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 이처럼 맛있는 밥은 아마 처음일 거야.

대자연의 화폭에 아름다운 그림을 펼쳐 놓고 야생에서 즐기는 식사가 달콤하다.

자연에서의 성찬치고는 아마도 사치 이겠지?

놓치고 말았을 풍경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한 자리 바로 뒤에 동자꽃이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운 모습 다칠까 봐 그 아래 자리를 잡고 관심 가진 자에게만 보여줌의 의미일까?

삼삼오오 그룹으로 모여있는 게 우리 일행들의 식사하는 모습 같다.   

아직 꽃은 없지만, 나에게도 꽃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바쁜 걸음 알면서도 관심 좀 두어달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마음 여린 내가 어찌 그냥 지니칠 수가 있을까?

비가 올 것 같아 걸음을 서두르는데 동자꽃이 부른다.

아무리 바빠도 여기 좀 봐주세요?

그대 올 때를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아시나요?

동자꽃의 가녀린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덕항산 정상 하나만으로도 만족한데 환선봉까지 만나다니 이건 완전 보너스다.

마음 졸이며 고생을 좀 해서 그렇지 오늘 산행은 체력 테스트 제대로 한 격이다.

내 체력이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강한 줄은 몰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들었던 몸이 언제 그랬냐 듯이 날아갈 듯 가뿐하다. 

체력만 잘 관리하면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하늘이 참을 만큼 참았다며 비를 퍼붓는다.

비옷이 있어 비가 오는 것은 괜찮은데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등로 옆 풀밭 사이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싱그러운 풀밭 속에 빗물 머금은 들꽃들의 청초함에 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지만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몸뚱이로 그들을 억지로 외면하며 길을 내려선다.

 

얼마 만에 하는 우중 산행인가?

타닥타닥 빗방울 행진곡이 경쾌하다.

꽃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면 여름에는 우중 산행하는 것도 시원하고 좋은데 꽃을 찍을 수가 없어 나에게는 곤욕이다.  

<제2 전망대>

이곳에서 내가 사진을 찍었으면 바로 이렇게 찍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경이롭다.

비가 와서 풍경을 찍을 수 없어 참 안타깝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비가 내려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걸까? 

아쉬움을 꼬기 꼬기 접어서 배낭 속에 넣고 전망대를 내려선다.

 

 

 

 

 

 

 

<자연동굴>

자연의 오묘함이 참 경이롭다.

인간의 지능이 제아무리 뛰어난들 자연의 세계를 뛰어 넘을 수가 있을까?

창조주 하나님만이 무한한 능력의 힘을 가진 능력자 이시다.

소나기가 그려낸 풍경!

운무의 날갯짓이 너울춤을 춘다,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할짓 다 하는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가슴은 얼마나 졸이고 또 환희의 순간들은 얼마나 많았든지 

비록 고생은 됐어도 가슴이 벅차고 뿌듯함이 밀려온다.  

<제1 전망대>

이 한 날이 울며 웃으며 마치 우리의 인생을 말해주는 듯하다.

비오는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듯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니 이렇게 환희의 순간이 앞에 펼쳐진다.  

아마 이곳에서도 비가 내렸으면 난 정말 울었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듯이 불공평 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비가 내려 더 싱그러운 숲!

이 싱그러움을 어이 그곳에 두고 올 수가 있을까?

숲만큼 마음도 초록 물 들어 젊은 날을 노래한다.

 

덕항산의 숨은 비경 백암폭포!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여름을 노래한다.

올여름 가물지만 않았더라면 세찬 물줄기가 장관 이뤘을 텐데 물의 수량이 적어 조금은 아쉽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환희의 순간!

같은 풍경 같지만, 또 하나의 풍경을 선물해 준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생각지도 않던 환희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덕항산의 숨은 비경이 또 하나 있다면 계곡의 이끼이다.

돌 가장자리를 빙 둘러 이끼를 심어 놓은 듯 이 아름다움을 어이 놓칠 수가 있을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본 풍경이다. 

 

 

덕항산 산행을 마치고 강릉까지 가서 초당 순두부 전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정글 속에서 두 시간(덕항산)

 

 

하늘도 산도 푸르게 넘실대는 7월!

지난 3월 삼악산 산행 이후 무릎에 무리가 와서 

산행은 못 하고 산아래서 가볍게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어가며 즐겼는데

무릎이 어느 정도 회복되니까 산을 오르고 싶은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든다.

 

이번 산행은 산행 시간이 짧아 테스트 겸 모처럼 만에 산을 올랐다.

산으로 들어서니 도시의 매연 대신 풀 향기를 풀어 놓고

뜨거운 열기 대신 초록 바람을 안아 준다.

 

깊고 푸른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평화

대자연의 화폭에 수를 놓듯 알록달록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발목을 잡는다.

 

구부시령에서 덕항산 정상까지 40분이면 충분한데

꽃에 취해 사진을 찍다 길을 잃어

길도 없는 정글 속에 갇혀 2시간 동안 고생을 했다.

 

힘들어서 지칠 만도 한데 생기가 도는 걸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2014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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