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더위는 출생 후 처음 맞는 더위로 지칠 대로 지쳐
하루하루 지내는 게 숙제처럼 다가왔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가 지났어도 폭염은 계속되고
폭염이 얼마나 지속되면 살인적인 폭염이란 이름이 붙여질 만큼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더위가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이젠 여름도 태풍처럼 여름 앞에
더위를 누를 수 있는 이름이다던가 아니면 빨리 지나가라고
번개라는 이름이 붙여져야 할 것 같다.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완전히 지났다고 여겨왔는데
입추가 지났어도 폭염은 계속 이어져 절기도 무용지물이 되고 보니
말복을 앞두고도 더위가 가실 거라고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말복인 어제 낮까지도 폭염이 이어지더니 오후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어젯밤에는 완연한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홑이불을 덮고 오랜만에 단잠을 잘 수 있었다.
기나긴 폭염에 시달리다 말복의 위용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
이른 새벽 산책길에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게 부는지
길가 인도에는 여름내 폭염으로 몸살을 앓던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말라 떨어져
마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잔디광장 느티나무는 여름내 지쳐 있다가 시원한 갈바람에
이파리들이 춤을 추며 새벽녘 청잣빛 하늘에 별을 보고 환호를 보내고 야단들이다.
어제 낮까지만 해도 폭염이 이어져 여름이 아직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갈바람에 나 또한 설렘이 일어 하늘의 별을 보며 환호를 보냈다.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완전히 지났다고 여긴다더니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을 선물로 받고 이내 설렘이 가시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을에 아직 가을을 맞이할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나도 이제 가을 채비를 해야겠다.
야호!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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