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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추석 단상

by 풀꽃* 2018. 9. 27.

         

 

       

         

 

 

          이번 추석은 유난히 가을 햇살이 맑고 따스해 마음 또한 따스하다.

          시어머니(남편의 생모)께서 생전에 계실 때는 명절이 돌아오면 형님댁에 모여 차례를 지냈는데

          2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가족들의 의견을 모아

          일 년에 한 번 시아버님 기일에 시아버지, 시어머니 제사를 한 번만 모시는 거로 하고

          설날과 추석은 각자 자녀들과 보내는 거로 이야기가 됐다.

 

          시댁 형제가 7남매(5남 2녀)인데 남편은 7남매 중 둘째로

          출생하자마자 셋째 큰집으로 출생 신고를 하고 젖도 떨어지기 전에 그곳에서 자랐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은 양자의 몫이지만 시댁 형제들과는 친형제처럼 지내왔다.

          7남매 중 우리 집만 종교가 기독이고 모두 무교이다.

 

          시어머니(남편 생모)가 생전에 계실 때는 명절이 돌아오면 명절 전날 형님댁에 가서

          동서들과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명절날은 남편과 아들, 며느리는 큰댁에 가서 차례에 참여하고

          나는 집에서 명절 다음 날 자녀들과 먹을 음식을 준비했는데

          이제는 시댁에 차례가 없어지고 형제들이 각자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기로 해서

          형님댁에 가서 차례 음식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7남매 중 막내 시동생만 자녀가 결혼을 안 하고 나머지는 모두 결혼을 했기에

          이제는 가족들만의 명절을 보내게 됐다.

          1남 2녀를 둔 나로서는 명절날은 아들 가족과 보내고, 명절 다음날 자녀들이 다 모이기에

          명절날보다 명절 다음날이 명절 분위기가 난다.

 

          올해로 두 번째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데 며느리와 둘이 오손도손 명절을 준비하는 시간이

          며느리와 情도 쌓아가며 정겹다.

          며느리가 강남에서 웨딩 플라워샵을 하고 있어서 명절이 돌아오면 준비는 거의 내가 하지만

          주방에서 며느리와 담소 나누며 명절 음식 만드는 시간이 참 즐겁고 행복하다.

          며느리가 외동딸로 자라 대학 졸업하고 영어 강사로 있다가 결혼과 동시에 웨딩 플라워샵을 시작했기에

          가사와 아이들 키우는 것을 친정엄마가 도맡아 주셨기에 며느리가 음식은 잘 못 해도

          어려서부터 신앙 안에서 자라 심성이 고와 며느리가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번 추석에도 며느리와 음식을 준비하며 며느리는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데

          며느리와 호흡이 잘 맞아 일하는 게 한결 수월하고 즐겁다.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명절이 돌아와도 스트레스 안 받고 즐거운데

          딸아이들은 음식 만들려면 힘드니까 밖에 나가서 먹든지 아니면 콘도에 가서 쉬고 오자고 한다.

          그래서 지난 설에도 콘도에 가서 명절을 보냈는데 콘도에서 보내는 명절이 편하긴 해도

          명절 분위기도 안 나고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아이들 교육에도 안 좋고

          얼마나 썰렁한지 우리 고유의 명절인데 명절이면 명절 음식 준비해

          가족들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자녀들이 돌아갈 때 푸짐하게 싸줘야 명절 같고 마음이 훈훈한데  

          이번에도 콘도로 가자는 걸 거절하고 집에서 음식 준비해서 온 가족이 한데 둘러앉아

          정담도 나누고 돌아갈 때 푸짐하게 싸서 들려 보내니까 마음이 뿌듯하다.

 

          더더욱 추석은 가족들이 추석 음식의 별미 토란국을 좋아해 

          어린 아이들까지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이번 추석에도 껍질 벗기지 않은 토란 4kg을 사서 토란국을 끓여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다.

 

          요즘은 명절 문화가 바뀌어 명절이면 외국 여행도 많이 가지만 

          그래도 명절은 가족과 함께 명절 음식 만들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명절 문화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아직은 몸이 건강하고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명절이 돌아오면 집에서 명절 음식 만들어 보낼 생각이다.

 

          배움은 위아래가 없다더니 배려심이 많은 며느리와 함께하다 보면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듯이

          며느리가 돌아간 뒤 여기저기 며느리의 사랑의 손길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깜짝 놀라며 감동을 하게 된다.

          희수야 사랑해!   

          #

          사랑하는 친구님들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이번 주 바쁜 일상이 이어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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