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이번 설에 가져온 난 화분
매년 설날과 추석이 돌아오면 자녀들과 옥신각신 말이 오가는데
자녀들은 명절 음식 준비하려면 힘드니까
첫째, 콘도에 가서 쉬고 오던지, 둘째,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든지,
셋째, 생선회 뜨고 만들어 놓은 음식 사다가 집에서 먹든지
몇 가지 제안을 내놓으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한다.
지난 추석에는 무릎 수술을 앞두고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기엔
너무 무리여서 2박 3일 콘도에서 지내고 왔다.
추석은 콘도에서 보내면 주변을 돌아보며 보낼 만한데
설날 콘도에서 보내는 건 실내에서만 지내다 와서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며느리는 아무 말 없이 내가 하는 대로 따르는데
딸아이들은 설날 시댁에서 종일 손님 치르고 피곤한지
설 다음 날 친정에 오면 쉬고 싶은데, 집에서 음식을 하면
점심과 저녁 상차림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니
쉴 겨를이 없어 피곤해한다.
그동안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봤지만
나는 힘들긴 해도 집에서 음식 준비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명절 문화를 보여 주는 게 교육상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내 계획대로 집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자녀들이 아들만 서울에 살고 딸 둘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 신정에도 모이는데,
이번 신정에도 아이들이 오면 떡국을 끓여 주려고 교회에서 떡국 떡 한 관 반을 샀는데
먹은 게 체해 아이들이 온다는 걸 구정에나 오라고 했다.
무릎이 아직 완쾌된 거는 아니지만, 명절 음식 준비하기엔 무리가 아니어서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나로서는 한 주 전부터 계획을 세워
햇김치(오이소박이, 열무 얼갈이김치) 담그고
메뉴를 선정하고 스케줄을 세워 하나하나 준비했다.
예전 명절 음식은 완성된 음식 접시에 옮겨 담고, 찬 음식은 데우기만 하면 됐는데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하다 보니 모두 상차림 할 때 즉석에서 하는 음식이라
손이 많이 가 자녀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설 전날 녹두전을 부치려고 준비하는데 며느리가 왔다.
난 화분과 친정엄마께서 모둠전을 해 주셨다고 내놓는데 다행히 녹두전은 없고
육전, 굴전, 고추전, 해물전, 가지전, 애호박전, 버섯전, 연근 전 등 일곱 가지나 됐다.
그래도 이왕 준비한 거라 며느리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3시간에 거쳐 녹두전을 부쳤다.
명절 음식 하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명절은 집에서 보내는 게 설 분위기도 나고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덕담도 나누고 화기애애한 모습이 더없이 좋다.
올해 도현(외손자)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도윤(외손자)이와 시은(친손녀)이가
중학교에 진학한다.
그래서 세뱃돈도 차등을 두고 남편과 각각 고등학생 도현이는 십만 원을 주고
중학생(도윤, 시은)은 오만 원, 나머지 초등학생 유치원생 세 명에겐 삼만 원씩을 주었다.
이번 설에 에피소드는 6살 예음이가 세뱃돈 봉투를 받더니
언니가 받은 핑크색 봉투가 더 예쁘다고 언니한테 바꾸자고 하니까
아이는 아이인지라 언니 화음이는 싫다고 하니까
중학교 들어가는 시은이가 핑크색 봉투를 예음이에게 건네주었는데
빈 봉투를 확인하고는 돈을 넣어 달라고 떼를 쓰더니
먼저 받은 봉투에서 돈을 꺼내 핑크색 봉투에 넣는다.
그리고 토란국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명절을 앞두고 할머니네 가면 토란국을 먹는다고
손꼽아 기다린다는데 이번 설에도 왜 명절인데 토란국은 없냐고 한다.
지난 추석 콘도 조식 뷔페에서 토란국이 나오긴 했어도 집에서 끓인 토란국처럼 깊은 맛이 없어
토란국이 먹고 싶었나 보다.
토란국은 추석에 먹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명절이 돌아오면 한 주 전부터 준비하고 뒷정리까지 정리하고 나면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그래서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있나 보다.
힘은 들어도 가족을 위해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까 이 또한 감사하다.
이제 명절도 지나고 休 마음이 가볍고 여유롭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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