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혼의 숲

새해 단상

by 풀꽃* 2020. 1. 13.

         

 

         

 

         

          2020년 새해가 열린 지도 꽤 여러 날이 되었다.

          받기 싫어도 나이는 어김없이 배달되고, 주어진 축복의 날들이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챗기가 아직도 낫질 않아 새해 벽두임에도 먹질 못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새해 계획도 세우고 마음이 부풀어 있을 텐데

          계획은커녕 그동안 지쳐 있는 육신을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다.

          요즘 같아선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말이 절실히 느껴진다.

          그동안 건강하다 아파보니까 아픈 이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래서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다고 하나 보다.

 

          지난 한 해 나에게는 무릎 수술이라는 명제를 놓고 참 힘든 한해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수술하지 않고 근력 강화로 무릎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 그럼에도 수술까지 하게 됐다.

          더 속상한 것은 무릎 연골이 망가지도록 열심히 운동했는데

          골밀도 수치가 낮아 골다공증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22년을 한결같이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 왔는데

          골다공증 판정을 받고 보니 하루아침에 건강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어서 먹은 게 체해 급성 위염으로 오랜 시간 고생을 하게 되니까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질 않는다.

          일 년 내내 감기도 모르고, 소화 장애도 모르고 지냈던 내가 급체로 급성 위염이 되어

          오랜 시간 고생하면서 아픈 것도 힘들지만, 약해져 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건강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게 힘이 실리지 않지만

          그래도 힘을 내기 위해 몸이 회복되고 열심히 운동하면 

          예전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을 외우듯 되뇌곤 한다.

 

          얼마 전 교구 목사님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목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권사님이 전에 서구 교구(4년 전)에 계실 때만 해도

          만년 소녀 같으셨는데, 카메라 든 모습으로 항상 우리 곁에 계실 것 같았는데

          권사님이 무릎 수술하고 나니까 나이 드시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씀하시고는,

          이제 한 해, 한 해 지나면 과거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건강해지실 거라 믿어요.

          권사님 인생의 흐름으로 생각하고, 시간이 더 흐르면 권사님도 은퇴 권사님이 되실 거고

          저도 교역자 사역을 떠나는 날이 올 테고...

          그러니 권사님 우리 한 해, 한 해 맡겨진 일 감사하며 살아가기로 해요.

 

          이번에 아프면서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닿으며

          정말 늙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팠다.  

          올해 나의 목표라면 건강 회복에만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시름시름 대며 새해 계획도 못 세우고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지만

          일시적인 일에 집착하며 오늘을 망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니, 힘을 내어 보자.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오늘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값진 나날이 되지 않을까?

          야호!

 

        

 

 

 

'영혼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女心  (0) 2020.02.04
설 단상   (0) 2020.01.28
나목  (0) 2019.12.23
겨울 동백  (0) 2019.12.16
부재중  (0) 2019.1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