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겨울다워야 제맛이 나는데
올겨울엔 춥지도 않고 雪이 오지 않아 무척이나 雪을 기다렸다.
겨울엔 추운 게 싫어 얼른 봄이 왔으면 했는데
올겨울엔 봄을 기다리기보다 雪을 더 기다렸다.
雪을 기다리다 지쳐 아예 체념하고 봄을 기다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얼른 봄이 왔으면 했는데 일기예보에 입춘날 雪 소식이 있다.
雪 소식만 있는 게 아니고 雪 소식과 함께 한파 특보까지 있다.
옛 속담에 입춘 추위에 장독대 깬다는 말이 있는데
소한과 대한 추위를 입춘이 톡톡히 하려나 보다.
한파 소식만큼이나 적설량도 많아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면 좋겠는데
날씨로 봐서는 雪이 올 것 같지가 않다.
올겨울은 겨울도 아닌, 봄도 아닌 어중간한 날씨였다.
춥지 않아 지내기는 좋았지만, 기온이 높다 보니 미세먼지가 극심하고
요즘 뜻하지 않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외출하기가 겁이 날 정도다.
올해는 겨울 속의 봄, 봄 속의 겨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올겨울은 무릎 수술로 인해 출사도 제대로 못 가서 겨울이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
봄이 좀 늦더라도 입춘날 雪 소식이 있으니 雪 예보만 들어도 설렌다.
남녘에는 복수초도 피고 홍매화도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중부는 언제쯤에나 봄꽃 소식이 전해질까?
자연은 그러고 보면 참 정직하고 공평하다.
단풍은 위에서 남하하고, 봄은 남쪽에서부터 전해진다.
아직은 무채색 풍경이지만 낙엽 속에서 초록의 생명이 꿈틀대고
겨울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봄은 오고 있다.
모든 건 순리대로 일찍 시작되면 일찍 끝나기 마련이니
봄이 좀 더디다고 애태울 일이 아니다.
봄을 기다리는 건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모든 피조물은 같을 것이다.
오늘이 입춘이니 이제 여기저기 나목에서도 파릇한 새움이 트이고
머지않아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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