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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또 하나의 산을 넘어서(등잔봉)

by 풀꽃* 2010. 8. 7.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는 산악인들이 고산증으로 괴로울 때 진통제 역활을 하는게 있다고 한다

그것은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하찮은 산이라도 오르는 것에 의미가 있고 또한 기쁨이 있다.

산이 가져다 주는 가치는 어떤 것으로도 비교가 되질 않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산을 떠나 산으로 떠나는 마음만 있으면 행복하다.

 

오후에 서울에서 언니와 시은이가 온다기에 괴산에 있는 가까운 등잔봉을 오르기로 하였다

지난번 산막이 옛길을 따라 가다 보면 우측으로 솟은 봉우리다.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어머니가 등잔불을 켜 놓고 100일 치성을 올렸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요즘도 이곳을 찾아 정성을 드리는 이들을 가끔 볼 수 있다고 한다.

 

 

 

언제나 새로운 산을 도전하는 데는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치밀어 오르는 감동과 환희로 가득하다

이미 정답에 나와 있는 짧은 산행 시간이지만 만족함을 가지려 한다.

작은 산세의 자존심을 세우려는지 처음부터가 오름이 예사롭지가 않다.

바람 한 점 없는 산정은 땀이 주르르 흘러 내린다.

산에만 서면 그냥 마음이 절로 풍요러워진다.

자연은 이렇 듯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롭게~풍요롭게~사랑스럽게 하나보다

재미있는 길과 편안 길의 두 등산로가 있다

호기심을 안고 재미있는 길을 따라 오른다

재미있는 길의 의미가 가져다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능선에 가셔야 그 해답을 알게 되었다.

능선에 오르기까지 계속 급경사와 로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재미있는 길이란 그만큼 힘든 길을 의미해주고 있었다.

힘든길이라고 하면 오르기도 전에 겁부터 먹고 모두가 편안 길을 택할까봐 지혜롭게 표현을 한 것이다.

 

메마른 땅속에도 그 어디에 저토록 아름다운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을까?..

보라빛 칡꽃이 한껏 몸매를 자랑한다.

 

막연하게 어딘가 있을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어린 아이처럼 달뜬 설레임과 즐거움이 함께 한다.

긴 오름길에 시간이 지날 수록 얼굴엔 홍조띤 그림을 그려 놓는다.

아마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아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다면 더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스스로가 선택했기에 힘겨움도 즐기며 했을 보물 찾기였기에 덜 힘들지 않았을까?..

산에서의 이 고요함과 적막함이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나무 가지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괴산호의 풍광은 한폭의 그림 같다.

비슷한 것 같지만 늘 다른 하늘빛을 바라 보며 살아온 날을 열어 보다

 

큰 행복은 아닐지라도 내 삶의 흔적 또한 하루도 같은 날 없이 다른 날이었음을 ...

세상의 한 날이 다르 듯 삶에 흔적 또한 다른 것이다.

하루하루의 마음도,펼쳐지는 일들도 늘 다르다.

그 때문에 삶이 지루하지 않은 것이겠지....

만약에 똑같은 일상이라면 아무리 즐거운 날이라도 조금은 지루할 것이다.

기쁜날과 슬픈날이 적당한 배려가 뒤섞여 있어서 인생의 참맛을 알것이다.

 

푸른 산등성 숨어 있는 해가 유난히 곱다

한달음치고 오르는 몸에 숨은 턱을 차고 튀어 오르지만 어찌 이리 가벼울까?..

더위를 이기는 것은 그 더위와 맞서 즐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늘은 눈부시게 햇빛을 쏟아내고 푸르른 신록은 초록의 향기를 토해낸다

땀 흘린 후 가져다 주는 상쾌함이~싱그러움이 가져다 주는  무한의 감동의 파노라마가 넘실거린다.

아랫세상을 내려다 보면 한폭의 그림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수만 있다면 표현 할 수 없어 사진에 담을 수 밖에....

 

 

 

 

 이곳에 시선 집중을 ㅎㅎ

 

얀 도화지에 줄을 긋 듯 시작된 산행 어느덧 등잔봉 정상에 올랐다.

앞이 확 트여서인지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괴산호의 풍광도 쫙 펼쳐진다.

동생내외는 아직도 멀었는지 기척도 없다

한참후에야 도착해서는 하는 말이...

동생이 올라오다 살무사 뱀을 만나 많이 놀랐다고 한다

제부가 스틱으로 잡아서 나무에다 걸어 놓았다고 한다. 

 

정상을 지나 능선길이 길게 이어진다.

여름을 마중나온 버섯들이 여기 저기 저마다의 몸짓으로 마치 콘테스트라도 하듯 장관을 이룬다.

독버섯이지만 나는 보석이라고 생각하고 모습들을 열심히 담는다.

더 값진 보석을 만들기 위해 검불도 치워 주고 먼지도 털어주며 고운 모습을 담아 낸다.

그 아름다운 버섯들의 재롱에 걸려 마음의 발목도 그 유혹에 또 넘어진다.

매료되어 넘어져 가는 것 조차 즐거움으로 여겨진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짓은 내 마음 속 정답을 알면서도 이래서~저래서~ 갖가지 핑계와 함께 외면하고 미루고 무시하는 것이다.

 

능선에서 만난 행운의 영지버섯 

야생 영지버섯 군락 

호젓하고 한적한 산길에서의 안정감~야생 버섯들이 예쁜 몸짓으로 마중나온 길이 길동무 되어 산행 내내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아마 이 버섯들이 식용버섯이었더라면 남아 있지도 않았을게다

 

자연의 아름다운 결정체...

한동안 나의 마음을 빼앗아 간 고운 모습의 버섯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이렇게 피어 있음이 신비롭기만 하다

산은 그 산 속에 나를 가둬 놓고 이 모양~저 모양으로 보여 줄 것 다 보여주고~내어 줄 것 다 내어주고

그 산속으로 또 나를 끌어들이는 묘미가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초록의 물감이 온몸에 배어 나올 것만 같다.

 

스쳐가는 세월은 이미 여름에 한 복판에 길게 자리를 하고 누웠다

짙푸른 초록의 나뭇잎들이 말해주고 있고 쪼르르 마중 나온 버섯들이 말해주고 있다.

그대 아름다운 옷차림에 눈이 황홀했고 마음이 분주했고 즐거웠다

아마 이 산에서 버섯들이 아니었으면 왠지 허전하지 않았을까?..

 

 

 

 

 

 

  

 

 

 

 

 

그대 버섯들이 있어서 오늘의 산행이 빛이 났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나에게는 조금은 더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세월의 화살은 소리 없이 날아가고 8월의 한낯 더위를 한모금 아름다운 추억으로 담아 가슴 속 한 켠에 곱게 접어 간직하여 가끔은 꺼내어 접었다 폈다 하면서 가끔은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 때면 꺼내어 접었다 폈다 하면서 행복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오늘도 작지만 또하나의 산을 내 가슴에 품었다.

항상 자연에 감사하며 자연의 무궁한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낸다.

산이 거기 있고 산을 사랑하는한 내 마음속에는 항상 산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의 삶을 갈무리 할 때 쯤이면 또 하나의 산이 향기로움으로 나잇살의 차를 향기롭게 피어 내겠지....

팔월 어느 날 여름의 한 복판에서 주님이 펼쳐주신 산과 함께 행복해 하며 한 날을 보내면서....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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