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경남 산청
언제:2010년8월14일(토요일) 날씨:바람 불어 좋은 날
코스:중산리-로타리대피소-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벽천계곡-중산리(무박산행 12시간)
이곳부터는 야생화들이 즐비하게 터를 잡고 있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했다.
천왕봉 아래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어가며 모두가 기쁨과 환희의 찬 모습으로 행복해한다.
살며시 돌아서는 걸음엔 지리의 바람이 실어다 준 향기가 폴~폴~난다.
길을 걷기도 전부터 감동이 밀려온다
이 감동을 어찌 감당할련지 가슴이 벅차 온다
작은 바위틈 사이로 피어있는 산오이풀과 청초롬한 구절초가 늦은 여름을 노래하고 있다.
계절의 순환기인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청초롬한 구절초의 모습은 언젠가는 추억처럼 이야기 할 삽하로 끼워 놓는다
값 비싼 화원의 꽃보다 주님께서 키우신 꽃이라서 더 아름답고 향기롭다.
사람도~꽃들도 주님께서 키우시면 더 아름답고 향기롭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보내고 맞는 대자연 속 풀 한포기 꽃 한송이도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다 간다
가지 끝마다 매달린 잎은 성의 없는 인사를 하듯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일렁인다.
하늘은 저멀리 올라가 있고 바람에 일렁이는 산안개는 밀려갔다~밀려왔다 회색빛 옷을 입고 휘감은 듯 유희를 즐긴다
구절초의 청초함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게 한다.
야생화의 유혹이 끊임없다
지리의 길이 다 그런 것 만은 아니지만 이곳 천왕봉 구간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그 길에 천상의 화원을 이루 듯~내 마음에도 들꽃들로부터 천국이 이뤄진다.
이곳에서 내 마음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었다
벗님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초조할 법도 한데 그런 걱정스러움은 아랑곳도 없이 여유를 즐기며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절초가 나부끼는 기슭에 빼꼼히 고개들고 살래살래 미소 띄어주던 산행길이 두고두고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아름드리 꽃들이 가득한 하늘정원을 거닐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쁨을 맛본다
여가저기 시작된 야생화들의 향연은 가을서곡의 은은함을 전해준다.
살다보면 어느 한 날도 지울 수 없는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겠지만~정말 이 시간이 있는 오늘만은 평생 지울 수가 없을 것 같다
더이상의 행복을 꿈꾼다면 아마 그것은 사치일게다.
바람에 타고 들어 온 가을의 향기도 모두 내가 비켜가야 할 유혹이다.
마음이 즐거우니 몸은 절로 힘든 줄을 모르고 따라서 나부낀다.
세상을 살면서 산오이풀처럼 진실을 간직한 채 겸손하고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삶을 살아가라고 교훈을 주는 듯 하다.
걸어도 걸어도 설레임은 가시질 않은채 어느결에 제석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제나 이곳에 서면 숨이 멎을 듯 싶다.
밀려오는 이 감동~환희의 시간이다.
지리와의 첫번째 만남도 그러했고 두 번째 만남도 그러했다
언제나 이곳에만 서면 멈추고 싶은 곳이다.
넓은 초지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나무 뿐인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왠지....
정말 평화로운 곳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도 이곳이 그리운지 죽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누워있다.
이곳에선 바람도 쉬어가고~구름도 날갯짓을 하며 노닐다 가고 고운 햇살 또한 자리 다툼을 한다.
한참의 시간을 유유자적 이곳에서 보내며 뒤에 오는 벗님들을 맞이한다
이산가족의 기쁨이 이처럼 기쁠까...
벗님들과 어우러져 함께 사진도 담아가며 호호~깔~깔~반가움의 인사를 나눈다
장터목대피소...
이곳은 언제나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통아무로된 간이 테이블엔 점심을 준비하는 등산객들로 붐비고 넓은 마당 한 켠에 자리를 잡아 준비해간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이제 벽천계곡을 따라 다시 중산리 방향으로 들어서게 된다.
지리길을 수없이 걸었건만 이 길은 처음이다.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은 또다른 설레임이다.
다수의 폭포가 있다는 것은 전해 들었지만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설렌다.
내림길의 모습이 치밭목대피소에서 유평리로 내려가는 길과 비슷하면서 벽천계곡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돌길이라서 한 벌,한 발,조심스레 발을 딛어가며 어느 한곳이라도 풍광을 놓칠새라 모두 마음에 담는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광음을 토해내는 소리와 함께 계곡 왼쪽으로 긴 물줄기의 벽천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폭포 주변은 원시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림이 우거져 있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며 폭포가까이 들어가 땀도 식히고 모습도 담아 본다
여러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광음을 토해내며 쏱아져 내린다
시원한 냉기가 감도는 골안이다.
웅장함에~시원함에~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연의 아름다운 성찬이다.
지리의 한자락에 서서 세상에 한 점이 되어 본다
이제는 산을 정복하는 의미가 아닌 산에 일부가 되어 산을 바라보는 산악인이 되어가련다.
햇살에 갇힌 계곡 안은 희뿌연 물안개로 산전체를 수놓으며 간간히 빼꼼하게 내미는 햇살은 열여덟 수줍은 새악시처럼 몸둘봐를 모른다
계곡의 물소리가 수량이 많아 쏴아~귓전에 들려오는 소리마져 시원함을 전해준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계곡길은 지루함 보다는 새로운 풍광으로 나의 마음을 채워나간다.
구멍난 고목들이 세월의 무성아를 알려준다
계곡안은 안개의 베일에 쌓여 뿌연 세상이다.
계곡의 속살이 수줍은 아낙의 속곳처럼 희미하다
이 시간이 행복한 건 자연의 풍광과 그곳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오케스트라의 음률이다.
산새들의 재잘거림이 귀를~마음을 즐겁게 흥을 돋군다.
구름 얕은 사이로 햇살도 내리고~내마음에 평화로운 안식도 내린다.
유암폭포
쭉쭉 뻗어 쏟아지는 물줄기가 일렬로 잘 정돈됨과 같이 질서 정연하다
가던길을 멈추게 할 만큼 장엄하다
이 폭포를 보고 있노라니 지리종주 구간인 유평리계곡에 무제치기포포가 생각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물살이 튀어온다
긴 계곡 길이지만 어느 하나 놓칠세라 모두 마음에 담는다.
수량이 많아선지 수많은 무명폭포들이 모습을 보인다.
한참을 내려오니 계곡의 넓은 평원에 작은 돌탑들이 수없이 많게 쌓여있다.
오고가는 등산객들의 의해 쌓여진 것임이 틀림이없다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듯이...
이 돌탑은 처음에 누군가에 의해 쌓여지기 시작했을까 ?궁금증이 시작한다,
돌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어떤 마음의 소원을 빌었을까?..
돌탑 하나하나에는 갖가지 소원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저 쌓여진 돌탑에는 이미 소원이 이뤄진것도 있겠지만~아직도 소원을 염원하며 마음으로 어디선가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의 어떤 소원이 담겨져 있는 지는 모르지만 모두의 소원이 아루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행들이 모두 내려가고 맨 뒤에 쳐진 후미팀들 만이 힘든 표정들로 계곡길을 걷고 있다.
계곡을 빠져나왔을 때는 한 일년 딴세상을 다녀온 느낌이랄까?..
내 몸 부대낌의 시간들 속에 즐길 수 있었던 그 느낌~ 그 감동~그 환희가 살아가면서 일상을 버텨갈 힘이 될것이다.
장장 12시간의 기나긴 여정
발자국 옮길 때마다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이었다.
누가 들으면 질릴법도 하지만 바람과~햇살과~안개와~ 풍경과~ 들꽃들과~폭포와 그 외에 수많은 지리의 보물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리 지루하지 만은 않았다.
그리고 하나...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는~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장로님과 집사님 그리고 언제나 호호~깔깔 거리며 권사님들과의 입맛춤이 주어진 하루를 기쁨으로~행복함으로 수놓은 하루였다
지리산 산행 두 번째 이야기
산행이 길어지다 보니 글도 길어져 두 번에 나눠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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