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년10월16일 (토요일) 날씨:시리도록 맑은 날
어디 :남설악 흘림골
위치:강원도 인제
코스: 흘림골 매표소-여심폭포-등선대-주전골-오색약수-오색 주차장
누구와:교회 체육선교회 회원98명과 함께..
행복을 찾아 헤메는 나그네처럼 오늘도 산길을 걷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삶속에는 행복을 더 많이 세월에 실어 보냈을까?
아니면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더 많이 실어 보냈을까?..
가끔 시간이 날 때면 내가 나에게 반문을 해본다.
산은 언제나 나의 위대한 스승이었다.
하늘과 바람, 나무와 바위, 그들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연에서의 공간이다.
그 공간을 통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산길을 걷다 다리 부상으로 아픔을 얻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지만 그 상처를 잊을 수 있는 것도 산이었다.
시간을 통해 더 성숙해져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인내야 말로 시간이 가져다 주는 최고의 선물인 듯 하다.
화살같이 지나가는 세월 앞에서 무언가를 채우고 또 무얼 내려 놓아야 하는지 깨닫게 한 것도 시간이었다.
슬픔도 아픔도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운 시간인 것을 이제는 알 듯하다.
어제 14시간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함께한 권사님이 많이 피곤했는지 남자 집사님들한테 저녁밥 짓는 것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건지...
두 분 집사님들은 각각 한가지씩 분담하여 저녁을 준비해 밥상을 차렸는데 밥이며 된장찌개가 우리가 했을 때보다 훨씬~맛있는게 아닌가..
이러다간 우리 여자들 주부라는 꼬리표를 달았는데 다 쫓겨나는 위기가 될듯 싶다.ㅎㅎ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해는 어제와 같이 떠오르지만 햇빛은 어제의 햇빛이 아니고 꽃은 한 그루에서 피지만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어제의 힘듬은 간데 없고 새롭게 출발을 시작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밥을 해서 든든히 먹고 점심밥까지 해서 배낭을 꾸린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계령으로 이동한다
한달 건너 띈 산행이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평화로움과 권태로움 속에서 한 번쯤 일상의 전환을 꿈꾸기 위한 핑계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설악의 바람이 모두 이곳으로 모였는지 한계령에 도착하니 바람에 날아갈 듯 하다.
등산부 회원들이 도착하려면 공백의 시간이 있어 한계령 표지석까지 올라본다.
그곳의 단풍은 우리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마른 덤불과 앙상한 가지 뿐이다.
가지 끝에 매달린 단풍은 성의 없는 인사를 하듯 이리저리 일렁인다
하늘 표정이 예쁜 날
하늘은 파랗게 저멀리 올라가 있고 여기 저기 조각조각 떠 있는 하얀 구름은 눈이 부시다
속살까지 드러난 한계령 오름길은 고운 자태는 간데 없고 첫날밤 맞는 새악시의 속곳처럼 희긋히끗 걸쳐있는 산수화를 연출한 듯하다.
오늘도 좋은 날씨가 예상 될 듯하다
하늘 맑은 날 마음도 덩달아 맑아져서 하늘빛을 닮아가려 한다.
첫째날은 설악의 높은 봉우리 공룡의 등에서 여유롭게 놀고 아마도 오늘 산행은 많은 인파로 북적일 듯 하다
하지만 더이상의 행복을 꿈꾼다면 그것은 사치일게다.
욕심의 끝은 더 좋은 천상낙원이라는 말을 되세기며 마음을 비운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미의 결정체 설악!!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악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듯 하다.
세상의 아름다운 색깔들의 집결체인 색채미를 다 가지고 있는 설악이다.
시간이 지나자 등산부회원들이 타고 있는 차가 한계령에 도착했다.
버스 앞유리에 교회의 표지판을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손을 흔들어대며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세 대의 차에서 몰려나오는 인파만 해도 울긋 불긋 오색빛 단풍처럼 설악을 메운다.
긴 띠를 이은 듯 산행이 시작된다
숨어있던 비경은 여기서 툭 저기서 툭 모습을 드러내고 톤 높은 함성들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척박함에 뿌리내린 설악의 기암괴석 사이로 오색빛깔 틈틈이 수를 놓고 드높은 파아란 하늘엔 하얀 구름이 유유히 흐르면서 그들만의 단풍을 즐기면서 오색연주를 한다
어제와는 또다른 풍경화가 되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달력에서나 볼 수 있던 아름다운 풍경이 모두가 이곳에 널려 있다.
다른 세상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
언제 봐도 기품을 잃지 않는 설악의 풍경이다.
오름길의 길게 띠를 이은 행렬이 단풍을 이룬 듯 곱다.
이곳의 단풍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을 달려왔는데 단풍이 곱길 바래본다.
하늘 아바지의 마음이 이러할까?..
많은 등산부 회원들께 고운 단풍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혹시나 단풍시즌이 이른 것은 아닌지..조금은 염려가운데 마음이 초조해 진다.
여심폭포
참 신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창조주 하나님께선 어쩜 이리도 섬세하실까?..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오랜 세월의 때가 묻어도 그 모습은 변함이 없다.
하늘을 찌를 듯한 등선대..
아래서 볼 땐 저 높은 곳을 어떻게 오를까 하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곳의 풍경을 보려고 길게 이어진 행렬이 보기만 해도 질려버릴 듯 하다.
그래도 걷다 보면 그것도 잠시인 듯 하다
바람도 그곳이 그리웠는지 덩달아 따라나선다.
하늘과 가까이 있는 곳에 내가 서있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천길 낭떠러지 이지만 그곳에서의 풍광은 정말 신선이 된 느낌이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올라오기를 참 잘했다.
아마 그냥 지나쳤더라면 두고 두고 후해를 하지 않았을까?..
아래로 아래로 내려 갈수록 여름 내내 초록의 향연을 베풀었던 활엽수들이 추색 단장에 한창이다.
그들만의 이야기 소리가 소곤소곤 들리는 듯 하다.
그 소리를 듣고 싶어 설악으로 향하였던게 아닌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내 속에 있는 어두운 것과 부정적인 것들을 바깥으로 내놓고 신선한 것들을 몸 안으로 불러들인다.
생을 다하고 영원한 집으로 돌아갈 때 저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저렇게 넓게는 아닐지라도 한 뼘 주변만이라도 아름답게 물들이다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손대면 손끝에 파란 물이 들을 것만 같다.
하늘빛과 하얀구름의 조화가 눈부시던 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이러할까?..
아마 신선들이 있다면 여기도 그들의 놀이터가 아닐까?.
오색단풍이 건네는 속삭임에 걸음은 더욱 더디어진다.
단풍 속에서도 초록의 버팀은 여전히 건실하다.
깊어가는 가을날이 찬란하도록 아름답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존재함이 내겐 가장 커다란 행복이다.
모든 세상은 나를 위해 열어 놓은 듯 막힘이 없다.
우뚝 솟은 기암괴석과 오색빛깔 꽃을 심어 놓은 듯 단풍의 물들임이 서사시처럼 흐른다.
시속 24km로 내달리는 단풍의 행렬을 잡으려고 잠설치고 달려온 보람이 있다.
익숙해진 일상이 퇴색되어 가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세레나데가 시작되면서 헤푼 웃음은 설악의 흐림골을 들썩인다.
산길에서 오늘은 혼자다
때로는 혼자일 때가 좋다.
아무런 제약도 혼자만의 자유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이 넓은 공간 "산" 그런 산이 있어 행복의 가지 수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현제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교수의 말이다.
어제의 산행이 벗님들과 정담을 나누면서 했던 산행이라면 오늘은 벗님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오로지 산과 하나되어 만추의 정취를 맛보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산행인 듯 하다
언제 다가가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산!!
오늘도 그 산이 있기에 산길을 걷고 있다.
내 삶에 남은 여백에 무엇을 그려 넣을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여유롭게 살아가려고 애쓰련다.
자연에 동화되어 벗님들이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산길을 걷고 있다.
걷다 보면 호호~깔깔 소리가 귓전을 두드리면서 떨어져 있던 벗님들을 만나기도 한다.
적당히 나잇살이 묻어나는 모습이지만 마음만은 소풍나온 어린아이들 처럼 재잘재잘 된다.
모두의 얼굴에선 단풍빛 보다 더 고운 미소가 산행 내내 그칠 줄 모른다.
눈시린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내가 서있다.
그곳에선 침묵하는 모든 것이 감동이고 묵상하는 것이 명상이고 교훈이었다.
누구나 자기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 겸손해지고 사색이 깊어지는 것 같다.
인생의 넓이와 깊이는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다
어느만큼 생각을 크게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하루를 어떻게 정성껏 가꾸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눠지는 것 같다.
오늘도 그 하루를 아름답게 채색하기 위해 이 길을 택한 것이다.
주님 안에서 숙련된 조율사처럼 생의 음계를 언제나 낮은 음자리에 두고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산새들처럼 우리 또한 하늘 양식인 주님의 말씀으로 하루 하루를 채워나가는 ....
내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바람도 쉬어가고 햇빛도 통하게 하고 여유로운 생각도 쌓아놓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아 놓고 삶의 지혜와 슬기로움도 담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창을 갖고 싶다.
이런 것들이 세월을 말해주는 자연의 법칙같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 갈 날이 짧은 시간이기에 보다 많은 것을 보다 여유있게 풍류를 즐기며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어쩜 그것이 가장 승리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가는 자연인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하는 색채 매직의 진수를 보여주 듯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런 자연 앞에서 모두의 얼굴엔 승리자의 밝은 화색이 돈다
떨어진 낙엽이 산길을 뒹굴다 아쉬움이 남았는지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면서 멍든몸을 돌아 눕는다.
그들도 한 생명체인데 길지나는 사람들에 의해 밟히는 것이 참 안타깝고 애초롭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빨래줄에 오색빛깔 빨래가 널린 듯 설악의 언저리에는 오색빛깔 물들임이 분주하다
오늘도 가을길따라 오색바람 맞으며 나 또한 설악의 한 점이 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껍데기 되어 차에 오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이 지루할 때면 설악의 추억을 떠올리며 실실 웃어대며
그때는 참 즐거웠노라고 행복의 노래를 부르리라.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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