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년11월13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가야산 만물상
위치:경북 성주, 경남 합천
코스:백운동-만물상능선-서성재-백운사지-용기골-백운동(정체로 인해 7시간)
가을의 끝자락이 두 계절이 공존하는 계절인 듯 하다.
아침 저녁으로 초겨울의 날씨를 방불케한 날씨는 마음도 겨울로 향하게 한다
달력의 풍경도~ 들녘의 풍경도 늦가을을 그려 놓는다.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가을 걷이한 들녘에 밤새 내린 서리로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덮혀있다.
오색빛깔로 수 놓던 산정도 갈색톤으로 물들이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새봄 아기 피부와 같은 연둣빛 이파리로 돋아나 초록의 푸르름으로 물을 들이다가 오색빛 향연을 펼치더니 이제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내어줄 것 다 내어준 듯 제몸 불사르며 잎을 떨군다.
떨어진 낙엽들은 말라 비틀어져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 뒹굴~저리 뒹굴~ 멍든 몸 돌아 눕는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 서정은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퇴색되어 가고 있다
그런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은 교훈을 얻는 듯 하다
가는 길 마져도 아름답게 수 놓으며 발에 밟히다가 나무의 거름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삶도 나무를 닮고 싶은 마음이다.
잎을 모두 떨군 나목의 가지에는 마치 백설의 옷을 입을 준비라도 하는 듯 하다.
겨울이 벌써 마음을 파고들면서 내 삶의 나이테는 시린 겨울이 더 빨리 찾아오는 듯 하다
추울 땐 따뜻함 하나 만으로도 행복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가슴 설레고 희망적이며 진취적이다.
세상은 저마다의 샐깔들로 채워지는 총천연색 화판 같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억양에선 궂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만의 방언으로 인해
어느 곳에서 왔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산을 좋이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야산 만물상하면 한 번쯤은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을게다
오랜 침묵의 빗장을 풀고 수줍은 듯 속내를 드러낸 그곳을 찾아가던 날!
자연 휴식년제란 명제 앞에 38년이란 긴세월 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 되었던 만물상은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모든 여건은 느긋함이 아닌 빡빡함에 맞추어지고 몸도 마음도 덩달아 날을 세운다.
주말이라 정체가 될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상상도 못할 만큼 정체가 이어진다.
만물상 산행길은 등로가 좁아 일방통행인데도 워낙 등산객들이 많아 움직일 생각 조차도 안 한다
산행 중 정체가 될 때 하는 말이 뒷사람 엉덩이만 보고 간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간격이 좁혀져 엉덩이는 내려다볼 수도 없고 앞사람의 배낭과 뒷통수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아기 걸음처럼 조금씩이라도 움직임이 있으면 좋으련만 발을 내딛는 시간보다 제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말없이 그 길을 오르며 많은 생각을 갖게 된다.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왜 이리 조급하게 서둘렀을까?..
내가 나에게 질책도 해가면서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의 계기를 삼는다.
한발 한발 모아지면 언젠가는 가겠지 마음을 비운채 넉넉한 마음을 갖으니 또다른 평화가 찾아 온다.
이렇게 정체가 이어지니 반면에 헐떡대는 숨가뿜이 없으니 한켠으로는 유유자적 즐기는 산행으로 생각하고 여유로운 마음도 내려 놓는다.
원래 산행 계획으로는 가야산 정상 칠불봉까지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정체가 심하게 이어지니 아마도 정상은 못가고 서성재에서 백운동 주차장으로 하산을 할 것 같다
11월15일이면 다시 한달 동안 경방기간이 시작되니 사람들이 더 몰리는 듯 하다.
설악산 단풍 시즌 때 오색의 정체길이 심하다고 했더니 오색의 정체는 이곳 만물상 정체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아마도 전국의 등산객들이 이곳 만물상으로 다 모인 듯 하다.
더딘 걸음에 마음의 조급증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나를 위안해 가며
마음의 평안을 가지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 순간에도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은 정체로 이어지는 길에 가던길 뒤돌아 보며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그리메와 그 아래로 펼쳐지는 운해의 몸짓이 아주 선명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즐거움을 주는 듯 하다
오랜 정체로 많은 시간을 산길에서 보냄이 지루했지만
오늘 가야산이 나에게 주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는 듯 하다
잃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다는 진리 가운데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긴 정체가 애가 타기도 했지만 정체도 익숙해져서 인지~길들여져서 인지 오랜 어울림되어 아주 자연스런 일상이 된 듯 하다
고행을 견딘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꿀맛 같은 시간이 드디어 다가왔다.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만물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산등성 가득 빨래널 듯 기암괴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자연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듯 하다..
이 멋진 모습을 보기 위해 잠 못자고 달려온 보람이 있다
더딘길을 인내로 참아온 보람도 있는 듯 하다.
좌측(기도바위) 우측(코끼리바위)
코끼리바위,돌고래바위,기도바위 일명 부처바위,두꺼비바위,쌍둥이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가 지천에 널려 있다
돌고래바위
왼쪽(주름바위)오른쪽(쌍둥이바위)
자연의 아름다운 성찬이다.
멋진 암릉길에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만물상은 마치 수석의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장엄하고, 신비하고,태고적 신비함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기에 그 모습 간직하려고 38년이란 그 긴 시간의 휴식을 취했었나 보다.
발길 닿는 곳마다~눈길 가는 곳마다~숨길 머무는 곳마다 기암괴석과 전망 좋은 바위들이 쫘악~사열된다.
신비롭게 보이는 기암절경이다.
숨어있던 비경은 여기서 불쑥~저기서 불쑥~모습을 드러내고 톤높은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아무리 햝아 먹어도 줄어들 줄 모르는 마법에 걸린 듯 하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마치 아침을 맞이하여 세수를 마친 듯이 깔끔한 모습이다.
숲을 떠돌며 갈색의 유희를 즐기던 바람도 이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잠시 쉬어가는 듯 하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자연스런 풍광들은 서성이던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듯 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 오묘하고 간사한 듯 하다.
이곳까지 오면서 참 많이 지루하고 했어도 웅장한 만물상을 바라보니 언제 그랬냐 듯이 샘솟는 기쁨이 마구 솟아난다.
매일 맑은날만은 있지 않 듯이 때로는 흐린날도~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도 있듯이 산행을 하다 보면 오늘 같이 이런 날도 있구나 하며 허허로운 마음되어 마음을 비워 본다.
나무 사이로 몸짓을 드러내는 파아란 하늘엔 현란한 구름이 넘실되고 바위틈 한줌의 흙위에 자리를 잡고 피어난 구절초가 또 하나의 기쁨을 안겨준다
이제 만물상의 잔치가 끝나가니
서성재가 가까워질 무렵 저 멀리 서쪽하늘의 빛이 참 이름답다하루를 마감하며 하늘로서 고운 음률이 흐르 듯 아름다운 그림을 펼쳐 놓는다.
서성재에서 백운계곡길은 마지막 가을을 보내고 있다
마른 갈잎들의 쓸쓸함이 사방에 널려있다.
만물상 길이 끝가지 정체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백운동계곡으로 올라 정상까지 오르고
역으로 산행을 할 것을 그랬나 보다.
산을 통해~자연을 통해~ 내 자신이 그만큼 성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산과 함께 커가고 있는 내가
어찌보면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날이 그날 같은 시간 속을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나의 잔상들이 꽤 여러개 들어있는 것 같다.
그 중 하나를 떠올리면 산행이란 두 글자가 선뜻 생각나는 건 왠지?..
그 만큼 산의 대한 나의 사랑이 커서일게다.
자연을 통해 배우고 내 자신이 조금씩 성숙되어 산을 닮아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할까?..
그만큼 성숙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하기도 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백운동으로 향하는 용기골은 가을의 쓸쓸함이 그대로 묻어있다.
오색옷 모두 벗어 놓고 백설의 옷 차려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산행은 어떤 상황이든 마음이 힘들었든 육신이 힘들었든 그 힘듬이 있어야 추억이 오래인가 보다.
오늘 가야산 산행은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한얘기 또하고~ 한얘기 또하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같은 생각을 하고 머물렀던 순간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벗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경제적인 부자보다도 더 성공한 사람이라는데 산행이든~여행이든 함께 할 수 있는 벗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제까지 산행을 하면서 너무 더워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쌓인눈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산행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든 적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은 추운 겨울날 손이 시려워 쩔쩔맸던 산행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았는데 오늘 가야산 만물상의 지리하게 정체 되었던 것도 그들 사이에 한 페이지로 남을 듯 하다.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힘듬도 지우개로 슥슥 지워나가며 망각의 자리에 또 다시 같은 그림을 그려갈 것이다.
7시간의 긴 여정의 숲길에서 나왔을 땐..
저녁해는 늬엿늬엿 그들만의 휴식을 위해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일상의 어지러움과 우리들의 좁은 소견을 가슴 넓은 가야산 만물상에 다 내려 놓고 오니 한결 넉넉한 만물상을 닮은 마음인 듯 싶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일상이 조금은 지루하고 애를 끓이기도 했지만
욕심의 끝은 더 좋은 천상낙원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니
집으로 향하는 귀가길이 한결 차분하고 많은 것을 얻어가지고 돌아오는 느낌이다
나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날도 햇빛 맑은 날에 빨랫줄에 널린 옥양목처럼 순백의 눈부심이 늘 펄럭이는 마음되어 살아기를 바래 본다
그 본연의 아름다움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들처럼 나 또한 그러하기를 바라면서...
또 하루가 찬란하게 부서지고 삶의 터전이 있는 곳으로 다시 달려가고 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11월16..........산소녀.
'숲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바람과 함께한 북한산 (0) | 2010.12.17 |
---|---|
덤으로 얻은 산행(도명산) (0) | 2010.12.13 |
가을빛이 곱게 물든 설악 (둘쩨날) (0) | 2010.10.24 |
가을빛이 곱게 물든 설악(첫째날) (0) | 2010.10.20 |
안개에 둘러 쌓인 계곡(지리산2) (0) | 2010.08.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