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년 12월8일(수요일) 날씨:맑음 오후에 눈
어디:속리산 국립공원(도명산)
위치:충북 괴산
코스:첨성대-정상-학소대-주차장
지난 화요일 전도단에서 괴산에 있는 중부교회로 전도지원을 갔다가 전도를 마치고
그곳에서 가까운 여동생집으로 향했다
동생이 청주에 살 때는 교통편이 좋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지난 여름 화양동계곡 가는 길목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기에 조금 거리가 있다 보니 그리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수요일 전국적으로 눈이 올거란 예보가 있었다
동생은 다른 약속이 있어 제부와 둘이서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그곳에 가면 분명 나를 반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기에 오늘도 나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것이 바로 산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이라도 봐주는 이가 없다면 그 가치는 덜하지 않을까?.
마음 같아선 낙영산을 가고 싶었는데 많은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제부가 잔뜩 겁을 먹고
집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도명산을 찾았다
제부와 나는 산을 사랑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졌기에 언제나 만나면 시작 되는 대화도 산이야기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산으로 향한다
몇번 오른 산이긴 하지만 그져 산이 좋아 선택한 것이니 불평 따윈 사치일 것이다
첨성대
주말이나 휴일 같았으면 차를 주차장에 대고 임도길을 따리 한참 올랐겠지만
겨울인데다 평일인 관계로 도명산 들머리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갑자기 밀려온 한파 때문인지 산으로 접어들자 땅위엔 서릿발이 돋아 있었다
서걱서걱 서릿발 밟는 느낌이 새롭다.
산의 빛깔은 그 화려한 옷은 모두 벗고 엷은 먹빛으로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리고 있었다
나무들마다 모두 잎을 떨구고 빈몸 되어 나목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움추려든 몸으로 한 발 한 발 산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마치 낙엽들이 아파하는 소리로 들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고운 햇살에 언 마음 녹아 내리고 움추린 몸도 등에서 땀이 흘러 내린다
바람이 마실 나갔던 날 따듯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올려다보아도, 선자리에서 내려다보아도 언제나 푸근하고 넉넉한 풍경이다
새봄 아기피부 같은 연둣빛 이파리로 돋아나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노래를 부르다
오색옷 곱게 단장하고 이제는 깔끔하게 보여줄 것 다 보여 주고, 내어줄 것 다 내어 주고
빈 나목되어 자신이 떨군 갈색 이불 덮고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나목의 처신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기를 바래본다
오늘도 시계만은 내편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아마도 이런 잔치상을 마련키 위함인지도 모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도명산에 서서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산군들의 파노라마에 절로 감탄이 난다
지나온 세월 속에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 소나무들의 몸짓이
희끗희끗한 산정을 푸르름으로 수놓고 도명산의 정기가 흐르게 한다
한겨울에도 꿋꿋하게 고운 자태를 하고 있는 늘푸른 소나무처럼 우리의 마음도 언제나 푸른 마음이고 싶다.
도명산 정상
여느 때 같으면 정상석 앞에 정상석끼고 사진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북적일텐데
오늘은 낙영산에서 올랐다는 부부와 제부와 내가 전부이다.
도명산 정상석 앞에서 제부와 기념으로 인증샷을 했건만 집에 와서 보니 사진이 들어있지가 않았다
사진을 담아주신 산님의 실수로...ㅠㅠ
표지석 뒤로 높은 바위봉과 오래된 소나무들과 조화를 이뤄 도명산의 아름다움을 한껏 펼치고 있는 곳이다
언제나 처럼 높은 바위봉에 올라 멀리 바라다 보이는 속리산 줄기의 산그리메를 쭉~둘러 본다.
산을 오를 땐 많이 춥고 바람도 날을 세웠지만 하산길이 펼져진 곳엔 바람이 산에 막혀 포근한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다
산을 하나에 두고 마치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다
갈잎들이 바람에 구르다가 길을 덮었다
길이 어느 곳인지 가늠하기가 힘들 만큼 한참을 서서 두리번 거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가도 때로는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방항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치 그 때 같다.
추운 겨울이지만 양지쪽 한켠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초록의 작은 식물이 눈에 들어 온다
낙엽이 살포시 쌓인 한켠에 쌩긋 미소를 지으다가 들켜 버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눈맞춤 하며 검불도 치워 주고 사진도 담아 주며 잠시 초록이와 사랑나누기를 한다.
겨울이 깊어가는 고요한 도명산에는 잎떨군 나목과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게 보이는 산새들과
바람만이 마실 다닌다
겨울 화양동계곡
학소대
여름 화양동계곡의 수많은 피서객의 흔적은 간데 없고 한적함이 내려 앉아 게곡의 물소리만 화양동 계곡을 깨운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계곡에는 살얼음이 얼어 겨울을 말해 주고 있지만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은 평온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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