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년 12월11일 (토요일)
어디:북한산
위치:( 서울도봉,은평,경기,고양시)
코스:삼천사-응봉능선-사모바위-문수봉-의상능선-백화사
겨울빛이 차갑게 느껴지는 날..
마음이 약해져서 일까?
전날 거센 바람과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이런 날씨에 산에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자꾸만 마음을 약하게 한다
사람의 맘은 원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길들여진다더니 마음이 앞서니까 몸은 자연히 뒤따라 온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차가운 날씨가 날을 세운다
송년산행을 하면서 많은 것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지난해 묵은 달녁을 떼어내는 손이 무거웠던 것은 그 안에는 뼈저린 아픔이 있었기 때문일꺼다
하얀 설경을 꿈꾸고 있었던 차에 발목 골절이란 쓰디쓴 아픔의 시간을 맞이하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은 나에게는 마음의 빚장을 닫고 견뎌야 하기에 견디는 것도 힘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던 해이기도 하다
그래 견디는 것도 힘이야...수도 없이 읊조리 하면서 시간이 갈 수록 내 안에는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하아얀 설경만 떠올리면 발끈하던 그 전유물들은 어디론가 모습을 감춰버리고 하나, 둘씩 가지치기를
하고 나면 내 안에는 차곡차곡 성숙함으로 하아얀 맛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사다난했던 2010년의 흐름 속에 개인적으로는 가슴 벅찬 환희가 있었는가 하면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날들이 줄을 긋듯 빼곡히 들어선 지난 시간이 감사할 뿐이다.
참 열심히 달려온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며 더욱 더 감사한 것은 다시는 산에 발을 못딛을 것만 같았었는데
여러 산에 발을 딛을 수가 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다.
송년산행을 하면서 생각해 보면 지나온 시간들이 내겐 모두 감사 뿐이다.
이 추운 날
아마도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아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 더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스스로가 선택했기에 힘겨움도 즐기며 덜 외롭고 덜 힘들지 않을까?...
왜 산을 오르냐고...이렇게 힘든데 왜 산을 오르냐고 묻는다면 모양이 있어 보여줄 수도 없고
스스로 아름다운 보물 하나씩 주워들고 행복해 하는 우리들을 그는 이해할 수 있을까?..
속살까지 드러난 북한산엔 희끗희끗한 바위와 푸르름이 감도는 침엽수와 잎을 모두 떨군 나목사이로 거센 바람만이 마실다닌다.
첫날밤 맞은 새악시의 마지막 남은 속곳처럼 희끗희끗 걸쳐있는 바위 능선 바라보며 광활한 산수화를 연출한 듯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 온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능선길에선 기쁨도 잠시 바람과 한판 승부를 걸며 강한 듯 보이지만 칼바람 앞에선 인간의 나약함이 어쩔수 밖에 없다.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듯이 언 몸이지만 북한산의 맑은 공기 한대접 받아 마시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져 오는 그 가쁜함은 어디에도 비교가 될 수 없으리라...
청명한 하늘빛이 푸르게~푸르게~그림을 그려 놓고 그 안에 햇살 한줌 바람 한바가지 가둬 놓고 번갈아 가며 세례를 퍼붓는다.
자연의 아름다운 성찬 그곳에 서서 나는 세상의 한 점이 되어 본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자연스런 풍광들은 서성이는 바람에 몸을 맞긴채 겨울잠을 자는 듯 하다
비슷한 것 같지만 늘 다른 하늘빛을 바라보며 내가 살아온 날들을 열어 본다.
내 삶의 흔적 또한 하루도 같은 날 없이 다른 날이었음을....
이렇 듯 세상의 한 날이 다르 듯 삶의 흔적 또한 다른 것이다.
하루하루의 마음도 ~펼쳐지는 일들도 늘 다르다.
그 때문에 삶이 지루하지 않은 것이겠지.....
만약에 똑같은 일상이라면 아무리 즐거운 날이라도 조금은 지루할 것이다.
기쁜날과 슬픈날의 적당한 배려가 뒤섞여 있어야 인생의 참맛을 알것이다.
능선에서 맞는 겨울산의 맛은 시립다 못해 아립기까지 하다.
겨울산은 눈꽃이나 상고대가 치장을 해야 절경인데 오늘은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바람까지 심술을 부린다.
겨울은 모든 것을 숨죽이게 하지만 추운 날씨임에도 의연하게 산행길에 나선 내 모습이 내가 보아도 참 대견스러워 보인다.
이 추운 날 아마 누가 시켰더라면 이곳까지 왔을까? 란 생각을 수없이 가져 본다.
산악인 엄홍길님은 등반은 "인내의 예술" 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 말이 공감이 간다.
사모바위..
마치 사각모를 올려 놓은 듯한 사모바위가 고운 햇살을 받고 있다.
마중 나온 고운 햇살 한줌에 얼었던 마음도 눈녹듯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이곳까지 오면서 어찌나 바람에 시달렸는지 고운 햇살 앞에 서니 그냥 여기서 마냥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모바위를 지나자 숨겨를 틈도 없이 빙판과 함께 로프로 이어진 바위길을 열어 놓는다.
그곳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설설기며 미끄러지기도 하고 마치 유격훈련장의 모습 같다.
문수봉을 앞두고 본격적인 유격훈련에 들어 간다.
둔한 장갑의 손으로 로프를 감싸 않으니 감각이 둔해 혹시라도 발을 헛딛을까봐 긴장의 연속이다.
유난히도 바윗길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같이 추운 날엔 이런 성찬도 달갑지만은 않다.
날씨만 춥지 않았더라면 가쁜한 몸으로 신나게 줄다림을 했을텐데 주어진 환경이니 누굴 탓하랴~
아래서 볼 때는 저 높은 곳을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
수 없는 망설임이 들락거렸지만 한 발, 한 발 오르다 보니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무난히 통과 했다
인간의 능력은 샘솟 듯 무한함이 있는 듯 하다
문수봉..
바윗길을 기어 오르자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 하다
바람은 마실가고 따뜻한 햇살만이 안주하면서 따뜻한 남쪽나라다
이곳까지 오면서 칼바람이 무서워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며 풍광을 담으며 모처럼의 여유를 부려 본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 보며 살아가기에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공감이 가고 금새 친해지는 듯 하다
두 분의 이야기 속에서 전혀 낯설지 않은 대화가 내 귀를 자극한다
이야기인즉 "주일날 기도 때 혹시 실수는 하지 않을까? 그 이야기 소리에 귀가 쫑긋 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걸음을 걸으면서도 귀는 계속 그곳으로 향하며 교회에 나가시냐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마음이 통했는지 어느 곳에서 오셨냐며 반가움으로 화답하신다
교회의 이야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 보니 대남문에 다달았다.
먼저 온 등산객들이 양지바른 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점심상을 차린다
먼저 온 탓일까?..
아직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온 혜택으로 점심상을 펼칠 자리를 물색하려다 문득 가야할 코스를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야할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온게 아닌가...
문수봉에서 바로 의상능선으로 가야 하는데 대남문쪽으로 직진을 한것이다.ㅠㅠ
헐레벌덕 숨가쁘게 길을 잡는다.
온 길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행들을 놓칠까봐 마음이 조급해 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온 길로 되돌아갈 걸 완전 빙판길이다
조급한 마음에 마음을 서두르다 보니 넘어지기도 하고 몸은 뒤에 있는 것 같고 마음은 십리 앞을 가는 것 같다.
한참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는데도 일행들이 보이질 않는다
오늘따라 휴대폰도 밧데리가 다달아서 불통이다
그래도 걷다 보면 만나겠지란 희망을 갖고 달음질을 친다
이렇지만 않았으면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이 스릴도 있고 즐거움의 연속일텐데
배고플 때 산빛 다르고, 배부를 때 산빛 다르 듯이 재미인지 즐거움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냥 쫓기는 마음 같다.
긴장의 연속이라 그런지 허기가 들어도 배고픔도 모르겠고 물 한모금 먹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렇게 열심히 달려 왔건만 능선이 거의 긑나가는 대도 일등들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가 않는다
100% 내 실수지만 마음 속 한켠에는 서운한 생각도 든다
좀 기다려 주지...반복되는 나의 마음이다.
의상능선에서 가장 험한 내림길을 내려서서 길을 물었다
백화사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리로 가면 맞냐고 여쭸더니 이게 웬일인가?
잘못 와도 한참 잘못 왔다며 다시 올라가야 한단다.ㅠㅠ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물어 물어 왔었는데 이런 실수가....
하는 수 없이 다시 험한 바윗길을 올라 의상봉에 올라 휴대폰을 빌려 등반 위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직 뒤에 오고 계시단다.ㅠㅠ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잘못온게 아니라 그 길이 맞는다고 하신다.
그때서야 이제는 됐구나 하며 양지바른 쪽에 혼자만의 푸짐한 점심상을 차린다
배고파서 밥이 맛있을 법도 한데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맛있는 것도 모른체 습괸적으로 밥을 떠 넣는다.
조금 지나자 일행들 중에 선두 집사님들이 도착하신다.
왜 이리 반가운가?
일행들은 문수봉에서 점심을 먹고 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의 실수지만 이렇게 허전할 수가 있을까?
가장 재미있게 산행할 코스에서 잔뜩 긴장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냄이 너무 억울했다.
아마 어린아이 갔았으면 그자리에 주저 앉아서 큰 소리로 엉엉 울지 않았을까?..
잠깐의 실수가 이렇게 큰 실수를 가져다 주다니....
실수는 언제나 서두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 한 날도 주님이 펼쳐 놓으신 아름다운 자연에서
사랑하는 집사님들 그리고 권사님들과 함께한 시간이 작은 듯 하지만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으로 오래 오래 기억 될 듯 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12월17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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