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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지나가는 겨울을 배웅하며(예봉산,적갑산,운길산)

by 풀꽃* 2011. 2. 22.

언제:2011년 2월19일 (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예봉산,적갑산,운길산

위치:경기도 남양주시

코스:팔당역-갈림길-쉼터-능선-예봉산 정상- 안부사거리-630봉-적갑산-운길산-수종사

누구와:교회 등산부회원 9명(번개산행)

산행시간:6시간30분

 

 

이른 새벽부터 막연하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 처럼 달뜬 설레임과 즐거움이 함께 한다

눈산행 제대로 한 번 못하고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이 크지만 봄이 오는 기쁨과 해후의 행복이 있어서 우리네 삶은 희비가 교차된다

인생의 짧은 상고대가 그러하 듯 올 겨울 상고대는 본 듯, 아니본 듯 하다

보내는 아쉬움이 크듯이 감사의 마음과 함께 또다른 희망을 꿈꾸는 봄을 그려본다..

 

겨울의 끝자락의 기지개를 키면서 산 앓이의 처방전은 어디론가 떠나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처방전을 받아 들곤 산으로 향한다

 

어제의 하루가 지나 오늘이 되고, 오늘 하루가 지나 내일이 되듯이 우리는 오늘이란 시간 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

 

혼자 떠나는 산행도 즐겁지만 산행을 아름답게 채색해 주신 집사님, 권사님들이 함께여서 더 즐거운 산행이 될 듯 싶다.

좋은 사람들과 산행을 함께할 때 그 가치는 더 의미가 있고

산행을 많이 하므로서 얻어지는 것은 마음의 여유로움 그 자체이다.

먼훗날 오늘을 생각하며 인생을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러 떠난다

 

새벽을 열고 옷깃에 스치는 찬바람을 벗한다

이른 아침 산행지로 가는 전철안은 마치 산행열차 인듯 모두가 등산복 차림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산으로 몰아낸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건강이 주범인 듯 싶다

흐르는 물이 조약돌을 둥글게 빚은 것 처럼 산에서의 세월이 우리를 둥글게 만들고 있다

 

팔당역에서 내려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바람은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빰을 시리게 할만큼 차갑다.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향기가 겨울이 분명함을 말해 주고 있다

 

오름길로 접어들자 언제 그랬냐 듯이 포근한 날씨로 탈바꿈한다

산은 그렇게 언제나 포근함이 묻어 있는 듯 하다.

바람 없는 날 코가 뚫리는 솔향을 맡을 수 있고 나무와 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소통할 수 있고 산새소리와 함께 대자연이 연주하는 감미로운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없는 행복이다

 

경인년의 꼬리를 신묘년이 물고 행복을 찾아 헤메는 나그네 처럼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바꾸니 행복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적당히 나잇살이 묻어나는 모습들이지만 마음만은 소풍나온 어린아이들 처럼 재잘재잘 된다ㅎ

 

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오늘 만큼은 마음과 생각이 통하여 작은 것들에 감사와 행복을 소중한 사람들과 자연을 만나니 오늘 하루가 아름다운 선물이다

그 많은 선물들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나 이지만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임이 아닐 수 없다.

 

산에만 들면 흔하게 맞이하던 돌들도 새삼스레 감동이 되고 환희가 되는..

그 어울림 속에 오늘도 내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바람도 쉬어가고, 햇빛도 통하게 하고,여유로운 생각도 쌓아 놓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아 놓고, 삶의 지혜와 슬기로움도 담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창을 갖고 싶다

 

저만치 가는 겨울이 아쉬워 찾아간 예봉산,운길산..

이젠 겨울을 미련없이 보내주어야 할 때 같다

하늘 끝에 봄이 걸려 있는 듯 하다.

이런 것들이 자연이 말해주는 법칙같다

오르막의 가파름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산행에 다리가 후들거릴법도 한데 모두가 날쌘 노루 같이

날렵하다

 

쭉쭉뻗은 낙엽송.,. 초록향기 뿜아내는 늘 푸른 소나무의 행렬속으로 끼어든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짧은 시간이기에 보다 많은 것을~보다 여유있게~풍류를 즐기며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어쩜 그것이 가장 멋진 승리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늘 내곁에 있던 건강과 평범한 일상이 행복임을 깨닫고 난 지금 다시 그 길을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인가?..

주님안에서 숙련된 조율사 처럼 생의 음계를 언제나 낮은 음자리에 두고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산새들 처럼 우리 또한 하늘 양식인 주님의 말씀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똑같은 날의 똑같은 풍경으로 새로운 의미로 보여진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예봉산 뜨락..

눈덮인 겨울산을 밟아 보려나 했었는데 그늘진 내림길엔 눈이 얼어 붙어 미끄러워 설설기게 하고 한 옆으론 하얀 눈이 쌓여있는 곳도 있다

속살까지 드러난 음지엔 마치 하얀 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이쪽 저쪽 광활한 산수화를 연출한 듯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떠나가는 겨울이 남겨 준 선물이다.

전망대에 서니 저 멀리 우뚝 솟은 검단산이 눈길을 끌게 한다.

그곳에 눈꽃이 피면 정말 절경일 듯 싶다

겨울 화려하게 치장했던 하얀옷 알뜰이 벗어버리고 봄을 맞이하고 있는 듯 하다

언젠가는 그곳에도 발을 딛을 날이 있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날개가 있다면 그리로 날고 싶다

빛좋은 곳엔 본연의 흙길이 드러 눞고 외진 곳엔 하얀 눈이 드러 누운 산길을 따라 소풍 가듯 발길이 가볍다

지금쯤 갈잎 속에선 노오란 복수초가 나올법도 한데 그들의 몸짓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 행운을 만난다면 산길에서 복권을 맞은 기분이겠지...ㅎ

 

정상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겨울 능선의 맛은 언제나 기상이 솟아나는 가슴 부픈 희열 그 자체다

예봉산 정상을 내려서자 음지의 빙판길이 걸음에 느림표를 붙여주고 설설기게 한다 

오르락 내리락 좁은 능선길엔 수려한 소나무 자청하고 주변의 산들은 나를 향해 서있다

눈꽃,상고대 소복히 치장했던 날들의 모습은 모두 벗어내리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지만 쭉쭉뻗은 나무사이로 산새소리 들려오니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단촐하니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산행은 두 계절이 자리 다툼하는 모습이다.
 

좁은 등로 사이로 나목의 산철쭉터널이 이어진다.

철쭉이 피는 5월에 오면 꽃터널로 장관을 이룰 듯 싶다

아직은 썰렁한 나목의 모습이지만 연분홍 철쭉의 모습을 떠올리며 분홍 미소를 지어 본다

 

흙먼지 폴폴  따라 오르는 산길에서 바지가랭이에 스치는 먼지 조차도 귀찮아하지 아니하고

입가에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 또한 보기 좋은 풍경으로 들어 온다

 

이 깊은 산속까지 인간의 이기심이 손길을 뻗고 있다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그래서 일까..  아님 욕심일까?..

산행인으로서 한켠으로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연 경관이 훼손되어 가고 있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양지바른 한켠에 터를 잡고 점심상을 차린다

지난 1월 무등산 산행 때 어찌나 손이 시렵던지 밥대신 라면과 빵으로 점신을 대신한다

오늘같이 이렇게 따뜻할 줄 알았으면 도시락을 준비해도 되는건데 미리 겁부터 먹고 간단하게 점심을 준비했다

 

산에서 먹는 그 맛은 무엇인들 맛이 없으랴

아무리 긴 산행을 해도 에너지 소모량 보다 먹는 양이 더 많으니 체중을 줄이긴 커녕 언제나 살찌우게 한다.

 

배고플 때 산빛 다르고 배부를 때 산빛 다르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나니 등의 무게감은 가벼워졌지만 몸은 무거워져 굼뜬 몸놀림이 이어진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겨울 같았는데 절기가 가져다 주는 이치에 맞게 겨울도 마지막 치장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올겨울 혹독한 추위에 팔당호도 꽁꽁 얼어 붙었다

그 얼음도 봄바람이 안아주면 녹아버리겠지..

설령 눈여겨 보지 않아도 봄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겨울이 머물다 간 자리에 연둣빛 웃음으로 다가오는 봄이 저만치서 걸어오는 듯 하다

오름길에 비하면 내림길은 짧은 듯 하다

내림길을 내려서자 천년 사찰의 고즈넉한 수종사 산사가 팔당호를 내려다 보고 자리하고 있다

산사 아래는 수령 500년된 은행나무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도 마음 한자락 산에 내려 놓으니 기쁨이와 행복이가 내 안에 가득하다

 

그리고 하나 빼먹을 수 없는 마침표는 하산길의 한 식당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미나리전과 잔치국수의 어울림의 맛이 두고 두고 영원토록 잊혀지지 않을 듯 싶다.
그 베품의 아름다운 손길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분 집사님 감사했습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2월 19일................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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