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1년2월 26일 (토요일)
어디:소백산
위치:충북 단양, 영주,풍기
코스:희방사-능선-연하봉-비로봉-비로사
누구와:교회 등산부회원 25명
산행시간:7시간
누군가가 그랬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고...
그렇다.. 산에 머무는 동안 만이라도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껏 자연을 느껴보리라..
세상은 저머다의 색깔들로 채워가는 총천연색 화판같은 것..
오늘은 무슨색으로 칠할까... 나서 본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복도~불행도 주어지는 것 같다
그러기에 주님 다음으로 산행이란 이름표를 여러가지 행사에 우선 순위로 세워 놓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리석음이라는 것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의 나의 대한 불행이고 게으름이다
늘 그런 나만의 철학을 앞세우고 살아가는 나이기에..
살아 숨쉬는 동안 마음껏 자연에서 원하는 만큼 채워간다면 내 인생에 있어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행복은 이처럼 많이 갖았다고 행복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할 때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
저만치 떠나가는 겨울을 배웅하러 소백산으로 향한다
전날 비가 온다는 예보에 조금은 긴장되었지만 예보와는 달리 눈이 시립도록 청명한 하늘빛이 마음까지도 푸르게 물들인다
고요한 희방사 뜨락
산행길에 나선 등산객들로 고요를 깨운다
같은 하늘 아래 자리를 하고 있어도 바람도 다르고,공기도 다르고,하늘빛도 다르고
산빛까지도 모두 다르다
그러기에 잠못자고 이 먼길을 택한 것이겠지...
한 걸음,한 걸음 걸음을 옮기면서 내 안에 있는 어두운 모습들을 모두 밖으로 내어 놓으며
신선한 것들을 채어 넣는다
한 번이든~두 번이든~세 번을 올랐든 이미 정답에도 나와 있듯이 희방사 오름길은
모두에게 힘겨루기라도 하듯 가파름을 깔아 놓는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지리하게 깔린 돌계단에 질려 다시는 안 오겠다고 선언을 했건만
이번이 다섯번째다
그런걸 보면 산행이란 마치 마약과도 같게 느껴진다
죽을만치 힘들 때는 다시는 안 찾겠다고 수없이 뇌리에 되색이며 다짐을 하건만 되돌아 서서 가기도 전에 산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줄을 잇는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오름의 가파른 길에선 절대로 위를 바라보지 말고 잠시 쉬면서 아래를 보라고..
뒤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 보면 내 선 자리가 승리자의 마음으로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는
진리를 알기에 뒤돌아 보며 내 안에 기쁨을 누려 본다
나무의 끝과 하늘이 맛닿은 능선길...
힘들게 올라서인지 모두의 얼굴에선 승리자의 기쁨이 완연하게 그려져 있다
계단을 올라 능선길로 들어서니 소백산의 자존심을 세우려는지 조금은 서슬퍼런 바람이
따라나선다
아무리 포근한 날씨지만 그래도 칼바람으로 명성 높은 소백산인데 2월의 날씨에 이만큼의 고통도 없다면 소백산이 아닐 듯 싶다
소백산의 칼바람 작은 맛보기 같다.
산에만 서면 그냥 주고 싶고,서슴없이 표현하고 싶고,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자연은 이렇 듯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사랑스럽게 하나 보다.
5년전 겨울 이른 새벽 이곳을 거닐면서 헤드랜턴 불빛사이로 들어오던 눈꽃의 파노라마가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서 꿈틀댄다
죽을 만큼 추웠던 그 시간 속 여행은 지금도 내 안에서 행복의 꽃을 피우고 있다.
길게 띠를 이은 등산객들을 보면서...
아마도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아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다면 힘들다고 투덜대며 더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겠지만 내가 좋아 스스로 택한 짓이니 고생도 행복으로 자릴한다
왜 산을 오르냐고?...
이렇게 힘든데 왜?..산을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모양이 있어서 보여줄 수도 없고 느낌이 있어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의 가슴 속 아름다운 보물 하나씩 주워 들고 행복해 하는 우리들을 그는 이해할 수 있을지..?..
속살까지 드러난 능선의 고운 자태와 이쪽 저쪽 광활한 산수화를 연출한 듯한 굽이굽이 산세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능선길..
아랫세상의 평화로운 모습까지도 소백의 한 점으로 들어 온다
능선에서 바라 보는 눈 덮인 겨울 능선의 맛..
언제나 기상이 솟아나는 가슴 부푼 희열이 온전히 소백의 파묻힌 호흡으로 다가 온다
눈꽃, 철쭉으로 치장했던 자태를 모두 벗어낸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려니 생각했는데 연하봉을 앞두고 하얀 서리꽃이 펼쳐진다.
서리꽃이 살짝 내려앉은 그곳에서 나는 마치 귀한 보석이라도 만난 듯 달콤한 사랑을 맛본다
하얀 향기와 함께 하얀 마음이 되어 본다
떠나가는 겨울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인 듯 하다정말~아주 정말...서리꽃이 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하늘도 감동을 했는지
백옥보다도 더 고운 서리꽃이 감동을 가져다 준다
이렇게 자연은 참 아름답고 감사한 벗이며 함께 공유하고~나누고~ 힘겨울적에는 위안이 되는 그런 지란지고 참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각지도 않았던 서리꽃을 덤으로 받으니 마음은 바람을 타고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가슴 설레이는 이 순간도 세월이 흐르면 눈물겹도록 그리운 날이 되겠지...
내 하루에 가장 아름다운 빛을 가득 담을 수 있어 행복했던 어느날의 기록이 될 듯 싶다.
서리꽃을 두고 떠나는 걸음이 마치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듯 하다
몸은 연하봉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마음은 그곳에 두고 빈 몸둥리로 따라나선다
연하봉 정상..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과 고운 햇살이 반가움으로 포응을 한다
이곳도 오늘은 바람이 잔잔하다
이곳에 서니 멀리 비로봉이 눈앞에 다가와 마음은 벌써 그리로 날아 든다
광활한 소백평원을 펼쳐 놓고 길게 이어진 능선길의 산줄기가 정말 소백산맥의 띠를 이음이 실감이 난다
메마른 대지 위..
하얗게 차려 놓은 잔칫상에 초대받은 듯 하다
자연은 쉬어가라고 아름다움을 펼쳐 놓는다
이곳 나목들은 아직은 하얀 이불을 덮고 겨울잠을 자고 있다
지금은 헐벗은 나목의 모습이지만 이곳도 머지 않아 새봄을 맞아 연둣빛 향연을 펼칠것이다.
눈쌓인 빙판길이 걸음에 느림표를 붙여주고 소백의 맑은 공기 한 대접 받아 마시니 몸도 마음도 소백의 한 점이 된 느낌이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소백의 서정은 코발트빛 그림을 펼쳐 놓고 얼굴을 대면 비칠 만큼 시선을 끌어들인다
비숫한 것 같지만 늘 다른 하늘빛을 바라 보며 참 맑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산하는 그 어떤 언어적 유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되고 환희가 되는 시간들이다.
그 기쁨과 감동을 밟고 지나가는 발길이 그져 감사할 뿐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소백의 정취에 흠뻑젖었다.
봄은 벌써 가슴을 파고드는데 내 삶의 나이테는 자꾸 늘어가고 있으니 예전과 같지 않은 체력이 걱정도 되고..ㅠㅠ
멀리 산그리메가 파노라마를 이루고 산등성 가득 펼쳐진 겨울 풍경..
마치 빨래줄에 희끗희끗한 빨래를 널어 놓은 듯 하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아름다웠다.
마치 무채색 유희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자연은 이렇 듯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리 햝아 먹어도 줄어들 줄 모르는 마법에 걸린 달콤한 솜사탕이었다면 참 좋겠다.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다
그 세월 속에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밀어 넣었다
산을 통해 자연을 통해 내 자신이 그만큼 성장해 있었다는 자부심과 성취욕으로 차 있다.
자연을 통해 배우고 내 자신이 조금씩 산을 닮아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할까?..
그만큼 성숙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함을 느낀다.
능선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소백의 능선길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숨길이 머무는 곳마다~감동으로 다가온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악미가 나를 그 안으로 끌어들인다.
나는 이 길을 더디더디 걸으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하나하나에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행들도 모두 떠나보냈다.
소백의 산그리메는 살아 움직이는 파노라마가 되어 가슴으로 밀려 오고있다
소백산의 긴 능선도 바늘이 되고 실이 되어 한땀한땀 꿰어가니 어느덧 비로봉이 눈앞에 와있다
원래 칼바람이란 이름이 이곳에서 비롯됐는데 오늘 이곳은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함이 내려 앉았다
한참만에 합류하게된 일행들과 만남의 기쁨 속에 사진도 담고 여유의 시간을 보낸다
얼마를 지났을까...헬기가 날아든다
누군 다쳐서 죽을만치 아플텐데~누군 사진 담을 생각을 하니 신나라 한다.ㅎ
헬기가 챡륙해서 이곳을 떠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어냈는지...ㅎ
마치 메스컴의 기자가 된듯 성취욕을 느낀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비로사 내림길로 내려선다
내가 소백산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오르던 길이다
얼마나 가파르던지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지금도 그려진다..
능선길에 비하면 이곳은 고요하다
영 옆으로 줄을 이은 철쭉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내림길로 내려선다
따뜻한 남쪽이라선지 얼었던 땅이 녹아내리고 있다
내려갈 수록 육산의 편안한 길이 열리면서 바람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
이런 곳이야말로 산과 하나 되어 대화를 나누고 싶은 곳이다
화살처럼 달려가는 세월 앞에 겨울은 이렇 듯이 떠나가려고 한다
계절의 순환기 겨울 끄트머리에서 아직 겨울과 할 얘기도 많은데 비로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봄빛이 쏟아져 겨울을 녹이고 있다
이제 머지 않아 연둣빛 봄이 웃음지으려고 한다
계곡의 얼음 언 물소리에서도 그렇고~ 버들강아지의 몸짓에서도 봄은 이만치 와있다
설령 그대가 눈여겨 보지 않아도
봄은 이렇게 오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도 봄의 노래소리는 하늘을 날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눈물 겹다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이 봄을 사랑하련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갇힌 우리들의 거친 숨과 짜디짠 땀에 묻어난 일상의 어지러움 그 모든 어지러움 가슴 넓은 소백에 다 벗어 놓고 한결 차분하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가르는 귀가길이 언제나처럼 가뿐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1년 2월26일 겨울의 끄트머리에서.................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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