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년 10월 15일(금요일) 날씨:해맑음 (첫째날)
어디:설악산 공룡능선
위치:강원도 인제
코스:설악동 소공원매표소-비선대-금강굴-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
함게한 사람들:산소녀외 5명
리처드 바크는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며 인간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멀리 앞날을 내다보고 저마다 마음 속에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도 그 중의 하나이다.
지금 산정에는 가을의 물들임으로 한창 분주하다
사람의 마음은 늘 계절을 따라 다니는 듯 하다
단풍이 곱게 물들려면 비도 적당히 와야하고 그에 따라 적당하게 기온도 떨어져야 하고
하늘도 푸르러야 제 빛을 드러내는 듯 하다
아침 저녁으로 널뛰기하는 기온탓에 단풍이 곱게 내려 앉은 설악산..
수만가지 표정들로 들끓는 도심을 벗어나 우리들의 재잘거림은 설악을 다가도록 그칠줄을 모른다
늦은 시간 설악동에 도착해 짐을 풀고 다음날을 위해 서둘러 잠을 청해 보지만
언제나 처럼 집만 나서면 잠못드는 습관은 여전하다
그래도 아무 말없이 눈을 감고 있으니 옆에 있는 벗님들이 생각할 때는 곤한 잠을 자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새벽 기상시간에 맞쳐 모두들 일어나 식사 준비며 각자 하나씩 맡아가며 아침을 연다
영원한 나의 산행 파트너인 깔끔쟁이 권사님은 언제나 처럼 이름값을 한다
가끔 오늘 같이 숙소에서 1박을 하는 날이면 언제나 처럼 숙소에 비치되어 있는 이불이 싫다며
큰 타월을 챙겨가지고 다니는데 오늘도 그 습관은 여전하다
이른 새벽 시간인데도 모두가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고 점심밥까지 준비해서 배낭을 꾸린다
아직 미명의 시간 설악은 고요하다
04시 30분 숙소를 나와 숙소 사장님께서 승용차로 설악동 매표소까지 태워다 주셨다
새벽 바람을 가르고 설악의 품으로 드는 걸음이 가뿐하다
도심에서는 하늘을 바라 볼 생각 조차도 잊고 살지만..
올려다 본다 할지라도 흐릿하고 뿌연 하늘에 소수의 별빛만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데
이곳 설악은 까만 밤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에 빼곡히 수놓은 별들은 별빛소나타 되어
우리의 가슴에 흘러내리고 지난날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설악의 이른 새벽 쏟아지는 은하수의 세례를 받고 반짝이는 별들의 세레나데가
선명하게 들리는 듯한 이 추억은 오래 오래 가슴에 머물 듯 하다
말레이지아 키나바루산의 별밤이 그러했고 영남알프스 샘물산장에서의 별밤이 그러했다
얼마만의 만나는 별밭인가?..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와 별밤의 흐르는 별빛소나타의 선율은 그야말로 가을밤의 낭만이 아닐 수 없다
얼마만의 만나는 별빛이냐며 모두가 함께 입을 모은다
그런 설악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걷는 걸음이라 그런지 걸음이 더 가쁜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부닥거림이 왠지 가을을 밀아내는 느낌이다.
마음은 가을의 한가운데서 가을을 노래하는데 새벽의 설악은 가을이 저만치 떠나려 하는 듯 하다
내가 나에게 많은 의문을 던지면서 하지 못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는다.찾을 수 있는 산이 거기 있고, 함께 떠날 수 있는 벗님들이 곁에 있고
또한 찾아서 떠날 수 있는 내가 있으니 더없는 행복이다.
내가 나를 생각해도 모든게 조화를 이루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느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먼저 불어오는 바람에서 느낌이 그랬고, 그 바람을 통해 옷깃을 여미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어둔밤 계곡의 물소리는 설악의 고요를 깨우고 있다
산새들도 새날을 위해 깊은 잠에 몸을 맡기고 꿈결일 듯 하다.
빠른 몸짓의 걸음으로 어느결에 비선대에 도착했다
어듬의 한가운데 서있는 비선대에는 몇몇 사람들만이 간이 테이블에 앉아 이른 아침을 먹는 듯 하다
시간이 한시도 아쉽지만 이곳에서 날이 밝을 때가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금강굴에서 내설악의 풍광을 보려면 날이 밝아짐과 동시에 출발을 해도 되기 때문이다.
금강굴로 향하면서 설악의 아랫도리엔 푸르른 신록이 초록의 향기를 토해낸다
새벽 맑은 공기에 상쾌하고 싱그러운 감동의 파노라마로를 펼쳐 놓는다
104계단을 올라 또다시 170계단을 오르니 여승이 나와 철문을 열며 부처님께 불공을 올리라는 말을 건네신다
아마 종교만 같았더라면 쾌히 승락을 했겠지만 정중히 종교를 말씀드리곤 금강굴을 둘러보며 다시 되돌아 선다
금강굴 오름길엔 아직도 청초롬한 구절초가 바람에 하늘하늘 몸을 떨구며 가을을 노래한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보내고 맞는 대자연 속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다 간다
설악의 금강굴 오름길에도 단풍들의 치장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풋풋한 잎새들의 향연이 한창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껏 뽐내는 단풍의 몸짓을 드러냄은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지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서인지 시랑이 가득 담겨져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서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곱고 고운 단풍도 시간이 흐르면 고운 모습의 흔적은 간 곳 없고 가지만 앙상히 남을 것이다
그래도 고운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가을을 닮은 넉넉한 마음이고 싶다.
금강굴을 지나 능선에 오르자 발그레 홍조띤 단풍의 너스레가 시작된다.
하늘 맑고 바람 불어 좋은 날..
시계가 맑아 멀리 울산바위와 달마봉이 한눈에 들어 온다
가을 깊은날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색깔의 단풍으로 설악을 물들인 그들은 설악의 가을 보석임이 틀림없다
조심스런 새악시의 걸음을 닮은듯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이 시작된 설악!!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풍경이 되는 곳에 그곳에선 사람도 풍경을 이룬 듯 하다
형형색색의 단풍 그리고 기암절벽이 병풍을 치듯 늘어서고 파아란 하늘과 하얀 뭉개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이곳을 지나면서 시간의 흐름이 가져다 주는 감회를 새롭게 느낀다.
2년 전 여름 오늘 함께한 부부 일행과 이곳을 지나면서 많은 비로 인해 뜻하지 않은 이별을 택해야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 새벽 출발해 약 2시간을 올랐는데 되돌아서는 그 아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함께 하기로 했던 산행이 무산되서 서로가 약간의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스치는 바람 같이 사라지고 이렇게 또 함께 허허로운 마음되어 산길을 걷고 있으니 산은 그만큼 사랑을 키워주는 듯 하다.
우리는 호호~깔깔 거리며 지난날의 그 가슴 아픈 추억을 꺼내 우리가 헤어진 지점이 어디냐며 기념으로 표지석이라도 세울 것을 그랬다며 돈독한 정을 쌓아가기도 했다.
아마 앞으로 이 길을 몇번이나 걷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길을 지날 때마다 그 추억은 되살아날 듯하다.
네 번의 공룡능선 산행을 하고 나니 이젠 눈감고도 훤하게 그려지는 공룡능선이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 서정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만 가고 있다
설악의 수많은 연봉들..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자연스런 풍경들은 서성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채 오색 물들이기에 바쁘다
황철봉 긴 능성엔 현란한 구름의 몸짓이 춤을 추듯 늘어져 있다
설악 골룡능선의 성미 급한나무들은 가을옷을 벗은 것도 있고 오색빛을 곱게 물들인 나무들도 있다
소리 없이 익어가는 가을향기가 가득하다.
지난날 다리 부상으로 산행을 못하고 있을 때
산은 오르지 못하여도 산으로 떠나는 마음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그 말도 지금에 와선 전혀 맥히지가 않을 듯 싶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 듯 간사함을 보인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길들여진다더니 정말 그런 듯 하다
마음이 앞서니까 몸은 자연히 뒤따라 온다.
세 번의 공룡능선 산행을 하고 이제는 끝이거니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또 마음을 먹으니 자연스레 몸은 움직인다
그곳에서 나는 행복을 노래하고 싶었다
오르락 내리락 힘든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걸음들이 가쁜함은 그만큼 설악의 기운이
우리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단풍과 기암괴석들의 몸짓은 언제나 처럼 웅장한 설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바위봉에서 뒤를 향해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커다란 집채만한 울산바위와
달마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그렇게 자연은 참 아름답고 감사한 벗이며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힘겨울 적에는 위안이 되는
그런 지란지교의 참사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살다 보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모르고 살아갈 때도 있었다
아이들 키워올 때는 아이들의 교육에 전념하다 보니 그랬었고
몸이 많이 아플 때는 아픈데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자연과의 생활이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 듯이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 아름답고 눈부신 가을 속으로 녹아든 하루는 그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 보이리라
아주 편한 마음으로 가을빛 쏟아지는 가을길을 달리는 마음은 이미 그 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산행이 좀 힘들기는 하지만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진리 때문에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가을을 머리에 이고 흰 화강암 바위를 반짝이며 도도히 설악을 지키고 있는 연봉들..
언제 보아도 든든함이~묵직함이 돋보인다.
그들의 위용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공룡능선의 4분의 1쯤 가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최종 선발대로 떠난 일행들을 만났다
그 분들은 목요일 아침 인천을 출발해 오색으로 올라 대청봉을 접수하고
희운각 대피소에소 1박을 하고 반대편에서 공룡능선을 향해 오고 있었다
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라 함께 식사를 하고 3명중 2명은 우리와 함께 합류하여 오던길을 되돌아서는 긴 산행여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산행이든~여행이든 어느 곳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한 듯 하다
최종 선발대 3분은 모두가 남자 집사님으로 구성 되었으니 안 봐도 비디오다.ㅎㅎ
자연의 아름다운 결정체..
소리 없이 들려오는 그들의 노래소리는 가슴에 채워 놓았던 것을 토해내고 설악의 기운들로 채우고 있다
아름다운 설악의 기운들은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될 것이다.
공룡의 등줄기에서 산행 내내 바람이 날갯짓을 한다
가을이 부르는 설악의 노랫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우니 내 영혼이 맑고 맑은 선율로 자리를 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세상은 천상의 낙원이다
마치 다듬지 않은 보석들로 가득 메우고 있는 전지장 같다
스쳐 지나가는 공룡의 길은 이미 늦가을을 알린다
마음은 천상을 넘나들고 몸은 하늘을 날으는 듯 하다
세월의 화살은 소리없이 날아가는 듯 하다
엊그제 설악의 단풍을 알리는 듯 했는데 공룡능선 길에는 단풍보다는 바위암봉들이 압권이다
한폭의 동양화 처럼 그림을 그려내는 설악..
훨~훨~날아다니는 행복이 가득하다
자신도 모르게 번지는 행복의 물들임은 산행 내내 이어진다.
날씨가 시계가 맑으니 멀리 속초시내가 한눈에 들어 온다
이제까지 3번의 공룡능선 산행을 해봤지만 오늘 처럼 이렇게 맑은 날은 처음인 듯 하다.
마등령 능선에서 공룡능선을 타는 동안 울산바위와 달마봉의 집채만한 바위는
산행 내내 우리를 따라 다니는 듯 하다
바람의 기세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은 쌀쌀함이 맴도는 공룡길은 땀 날 틈도 없이 바람이 쉬질 않는다
작은 나무들도 높은 고지에서 적응이 되서인지 지난번 태풍 곤파스의 위력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얕은 산에는 수없이 나무들이 뿌리가 뽑혀 쓰러지곤 했는데 이곳 설악은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 볼래 볼 수가 없다
적응이란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한다.
신선봉을 지나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계곡으로 접어든다
불그레 물드는 단풍에 마음도 물이 드는 듯 하다
배고플 때 바라보는 산빛 다르고 배부를 때 바라보는 산빛이 다르 듯..
이제 막 오색빛으로 곱게 단장한 단풍을 보니 허기진 배를 채우 듯 마음이 급하게 부채질을 한다.
공룡의 길에서 바위 암봉들만 바라보다 이곳 천불동 계곡으로 접어드니 단풍의 행렬에 또다른 감회가 새롭다
수줍은 새악시의 모습 처럼 홍조 띤 단풍의 몸짓들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수록 아름다운 빛을 띄고 있다.
공룡능선에서 너무 여유를 부려선지 시간이 급하다
마음 같아선 유유자적 즐기면서 여유있게 풍경을 담고 싶은데 모두가 걸음들이 바쁘다.
그래도 풍경을 담아야 하기에 빠른 몸놀림이 시작된다
사진 한 번 찍고는 달려가고 ~사진 한 번 찍고는 달려가고~마치 전문산악회를 통한 산행 같다
기암괴석들이 병풍을 드리운 것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광음을 토해내는 긴 물줄기의 폭포는 설악의 고요를 깨운다
가을빛이 수채화 풍경 처럼 곱게 내려 앉은 천불동계곡의 가을의 천상의 화원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나는 나를 잃고 또하나의 산을 얻는 듯 하다.
오늘도 설악에서 내 안의 나를 찾아서 비우고 채우는 연습의 교차 속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설악을 그리는 단풍과 14시간을 머무는 동안 불그레한 물감이 몸에 배인 듯 훈훈하고 아름다운 내안의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 10월19일 산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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