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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立 春

by 풀꽃* 2012. 2. 6.


 

 

   立 春

                   / 들꽃향기

 

 

기세 당당한던 동장군도

입춘 앞에선 기가 죽었다

서슬 시퍼런 얼굴로

삭풍 앞세우고 골목 어귀를 빠저나가

산자락 골진 곳에 몸을 숨긴다

 

돌아서는 걸음이 무거움은

아쉬움의 미련인가?

 

꽁꽁 얼어 붙은 하얀 백설도

고 짫은 찰나의 행복을 접고

못내 아쉬워 하얀 눈물 짓는다

 

잠자던 봄의 분신들 갑작스런 훈풍에

겨우네 묵은 기지개 켜며

눈꼽도 못 뗀채 봄의 길목을 비틀대며

하얀 생명수 한 모금에 목을 축이고 번뜩인다

 

산자락 골진 곳에 은신한 동장군

입춘이 벌이는 잔치에 심사가 나

고추가루 한 웅큼 쥐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봄의 분신들 저리 서두르다 다치는 건 아닌지

 

다칠라면 다치라지 

동장군이 삭풍 몰고 다시 온다해도

달래 냉이 씀바귀

향긋하고 파릇한 잔칫상 준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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