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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지금 그곳에 가면(지리산 세석평전)

by 풀꽃* 2012. 9. 21.

 

 

지금 그곳에 가면(지리산 세석평전)..

 

지금 그곳에 가면 고즈넉한 세석평원에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갈바람에 나부끼며 함초롬히 피어 있을 것이다.

지리산 산행을 한 번쯤 해 본 사람이라면 세석평원은 누구나가 하루쯤은 묵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움이 자리했던 곳이라 늘 이맘때면 지리산의 한 자락이 그리워진다.

 

회색빛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 가지만 자연은 사람의 손만 타지 않으면 늘 그 모습 그대로다. 변한 게 있다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지리산 종주를 할 때 긴 하룻길을 걷고 많은 등산객이 하룻밤을 묵어가는 곳도 바로 세석대피소다.

 

세석대피소는 지리산의 대피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힐 만큼 깨끗하고 시설도 잘 되어 있다.

대피소라고 하기엔 호화스러울 정도로 깔끔해서 이곳에서 하룻밤을 쉬고 있으면 마치 고급 펜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지리산 종주 길에 하루해를 보내고 세석대피소에 도착할 때면 늘 시장기가 도는 저녁 시간이다.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대피소 취사장 안은 쉴 틈도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밥과 찌개를 끓이고 고기 굽는 냄새로 산상 잔칫집을 방불케 한다.

삼삼오오 한팀이 되어 소박한 산상 만찬이 펼쳐지고 처음 보는 얼굴이라도 잔칫집처럼 인심 또한 후하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아서일까?

숟가락 젓가락만 있어도 하루 끼니는 걱정이 없을 정도로 정이 넘친다.

 

인간에겐 무한한 힘이 있는 것 같다.

하루 온종일 자연과 벗하며 그곳까지 올 때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텐데 등산객들의 얼굴에선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고 행복한 미소가 담겨있다.

사람에겐 누구나 내가 좋아서 하는 것엔 아무리 힘든 노동이라 할지라도 힘이 실려 있는 것 같다.

 

지리산은 어머니의 품속같이 포근해서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세석평원의 철쭉은 지리 10경에 들만치 명성이 뛰어나다.

세석평원의 사계는 모두 아름답지만 봄에 연분홍 철쭉이 피었을 때와 9월 이맘때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함초롬히 피어있을 때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이 가을 고즈넉한  세석평원에는 가을편지를 쓰고 싶을 만큼 가을이 곱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피어있을 들꽃들의 재롱에 세석대피소의 가을 서정은 한 층 더 아름다운 빛을 띠고 길 지나는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 가을엔 한적한 세석평원에서 유유자적 여유를 부리며 한낮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사이로 가을바람을 벗 삼아 지리산 길을 걷고 싶다.

저녁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리면 세석의 밤하늘은 별천지로 물든다.

밤하늘 빼곡히 떠 있는 별들은 지리산 종주의 여정을 푸근하게 할만치 아름다운 별 밤이 펼쳐지고 빼곡히 들어선 별들로 눈이 시릴 정도다.

특히 가을밤의 별빛은 풀벌레의 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서정적이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 한 편이 고스란히 묻어날 정도로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종주 길에 하루 온종일 걸은 피로가 풀릴 만큼 세석의 밤하늘은 낭만적이고 꿈속에서도 꿈을 꿀만치 환상적이다.

가끔 별똥별이 하나씩 떨어지고 별빛소나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즈넉한 세석평원의 하루도 꼬리를 내리고 저물어 갈 것이다.

비박할 준비가 되어 텐트 안에서의 하룻밤을 보낸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세석의 밤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질 못할 것이다.

 

지금 그곳에 가면 지리산의 서정적인 가을 풍경이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이 가을엔 마음이 가는 대로 바람이 이끄는 대로 여유를 즐기며

지리산 종주 길을 유유자적 걸으며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고 싶다.

               

                   

 

 

 

 

 

꿈에 그리던 지리산 종주

 

 

이번 가을에도..

꿈에 그리던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합니다.

 

10월 3일 영등포역에서 22시 53분 무궁화열차를 타고 

10월 4일 새벽 구례구역에 3시 15분에 도착해 

택시로 성삼재까지 이동해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은 장터목대피소 예약을 못 해

대원사계곡인 치밭목 대피소에서 숙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지리산 종주를 할 때

1무 1박 2일에 거쳐 했었는데

이번에는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 싶어

1무 2박 3일에 거쳐 하려고 합니다.

 

지리산 종주는 지리산의 주능선을 걷는 것이기에

어려운 코스는 없고 능선길을 장시간 걸어야 하기에

짐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짐을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가지고 가고

최소한 짐을 줄이는 게

지리산 종주의 성공 비법입니다.

 

3일간 지리산 품에 안긴다고 생각하니까

벌써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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