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숲 추석 단상 by 풀꽃* 2013. 9. 23. 추석 단상 추석을 앞두고 무거웠던 마음도 설레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고 다시 돌아온 일상이 새털처럼 가볍다. 설과 추석은 큰집에 차례가 있어 설 전날 큰집에 가서 동서들과 일을 도와가며 정담도 나누고 명절 당일은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큰집에 가서 설을 쇠고, 나는 명절 다음날 백년손님인 사위가 오기에 집에서 음식 준비를 하곤 했었다. 나는 7남매 중 둘째 며느리로 위로 손위 시누이가 계시고 시아주버니 그리고 저의 남편이 아들로는 둘째인데 저의 시부모님이 자식을 두지 못해 작은집에서 지금의 저의 남편을 출생 후 바로 양자로 맞이하였다. 남편이 양자이긴 하지만, 형제들하고는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시부모님이 두 분이신 셈이다. 지금 현재는 남편의 생모(남편을 나아주신 어머니 94세 )만이 생전에 계시다. 그런데 올 추석은 가을에 조카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차례를 안 지낸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잊고 형님댁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형님한테 전화가 왔다.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번에는 우리 오래 있다 얼굴 보게 되네!"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 줄도 모르고 지난봄 아버님 제사 때도 제사를 안 지냈기에 "정말 그러네요. 하고 생각을 하니까 형님의 그 말 속엔 이번 추석에도 차례를 안 지내서 한 말이다. 그제야 아차 생각이나 형님 그러고 보니 이번 추석에도 차례를 못 지내게 되네요. 난 까마득히 잊고 내일 형님댁에 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매번 설과 추석엔 전날 다섯 동서가 형님댁에 모여 정담을 나눠가며 일을 돕곤 했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 "형님 그럼 이번 추석엔 우리 못 만나는 거네요."했더니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래서 동서는 좋아? 하신다. 형님의 그 말에 나는 좋기는요? 저야 집에서 일하기는 여유로워서 좋지만, 그래도 저는 동서들과 모여서 정담도 나누고 함께 일하는 게 좋아요? 했더니 형님 역시 나도 동서들 만나서 함께 지내는 게 좋아 그렇게 말씀하신다. 이번 추석엔 동서들과 만날 기회를 잃어 조금은 서운하지만, 집에서 음식 준비하는데 시간의 여유가 있어 좋은 것 같다. 시어머니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설과 추석에 외삼촌 세 분과 자녀들까지 어머니를 뵈러 왔었기에 명절 음식 준비하기가 힘에 겨웠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안 계시니 가깝게 지내던 외가 쪽 하고도 마음에서 조금은 멀어지는 것 같다. 외가 쪽 식구들은 어머니가 안 계셔도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처럼 지내는 것을 바라고 계실 텐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번거로움 때문에 그게 쉽지가 않다. 이번 추석엔 음식을 좀 넉넉히 준비해서 사돈댁에 보내드릴 생각을 했다. 큰딸 사돈께서 지난여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셔서 아직 활동이 불편해 딸아이가 혼자 추석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에 식혜와 약식을 넉넉히 준비해서 보내드리려 했다. 다 같은 자식인데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가 걸리고, 막내 딸아이가 또 걸린다. 일을 잘하고 못 하는 것을 떠나 어린아이가 달렸으니 추석이 돌아와도 시댁에 가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아 아예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모든 음식을 넉넉히 준비했다. 매번 설과 추석에는 사돈이신 며느리 친정어머니께서 송편과 전은 손수 만들어 보내 주시기에 식혜와 약식 그리고 샐러드를 준비하고, 백김치와 오이소박이 담가 놓은 것, 우엉조림까지 곁들여 보냈다. 육신은 좀 피곤해도 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고 해 줄 수 있는 건강이 있어 그저 감사하다. 추석 다음 날 딸아이들이 와서 하는 말이 엄마는 음식을 조금만 하지 그러다 병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한다. 그래도 일 년에 단 두 번뿐인데, 내가 할 수 없으면 몰라도 할 수 있는 한 하는 게 내게 기쁨이고 행복인 것 같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주부들은 설 뒷이야기로 시부모와의 갈등, 동서들과의 갈등으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생각해 보면 모든 게 감사하다. 마음은 좀 버거워도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그리고 동서들 간의 우애 있는 게 감사하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기쁨의 샘 저작자표시 '영혼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의 가을빛 (0) 2013.11.06 어스름 가을 새벽에 (0) 2013.11.04 어머니 (0) 2013.09.16 아름다운 완성 (0) 2013.09.13 꽃 그리움 (0) 2013.09.10 관련글 지리산의 가을빛 어스름 가을 새벽에 어머니 아름다운 완성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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