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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가면

2013 지리산 종주(셋째 날)

by 풀꽃* 2013. 10. 22.

언제:2013년 10월 17일 수요일   날씨:맑음

어디:지리산(1915m)

위치:전남 구례,전북 남원,경남 함양,산청,하동(3개 도, 5개 군, 15개 면)

코스: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유평리(셋째 날)

누구와:들꽃향기 외 두 명

 

 

 

 

 

 

 

 

 

 

 

 

 

 

 

 

 

 

 

 

 

 

 

 

 

 

 

 

 

 

 

 

 

 

 

 

 

 

 

 

 

 

 

 

 

 

 

 

 

 

 

 

 

 

 

 

 

 

 

 

 

 

 

 

 

 

 

 

 

 

 

 

 

 

 

 

 

 

 

 

 

 

 

 

 

 

 

 

 

 

 

 

 

 

 

 

 

 

 

 

 

 

 

 

 

 

 

 

 

 

 

 

 

 

 

 

 

 

 

 

 

 

 

 

 

 

 

 

 

 

 

 

 

 

 

 

 

 

 

 

 

 

 

 

 

 

 

 

 

 

 

 

 

 

 

 

 

 

 

 

 

 

 

지리산 종주(셋째 날)

 

 

태양도 아직 산마루에 오르지 못한 짙은 어둠의 시간

장터목 대피소는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마음 급한 산객들이 산보다 먼저 하루를 연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천왕봉 일출을 가장 가까이서 보려는 산객들이

어둠도 아랑곳 없이 정상으로 향한다.

 

별처럼 반짝이는 도시를 뒤로하고 더 큰 빛을 찾아 검은 능선에 오른 사람들..

천왕봉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높은곳에 서서 바라보니 어제 지나온 풍경이 저만치 멀어져 내려다 보이고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숨결이 켜켜이 쌓여 풍경도 사람도 세월과 함께 깊어간다.

마치 지금의 어둠이 마지막인 것처럼...

스며드는 이 여명이 생의 처음인 것처럼 그렇게 서로 다른 마음들이 모여

단 하나의 빛을 고대하며 기대하는 시간 속에 저편 건너에서 붉은빛의 태양이 일어선다.

그 빛에 반사되어 깊은 능선 주름 사이사이 따스한 가을햇살이 내려 앉아 비춘다.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맑은 숲과 푸른 바위가 산객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나에게 높은 산마루를 꿈꾸게 했고 너른 세상을 내다보게 해준 지리산!!

그곳 능선에 자리한 나무들은 높아진 고도에 순응한채 갈빛으로 물들어

거센 바람에게 몸을 맞겨 잎을 떨구고, 이리저리 꺽이고 구부러지고도

그저 허허롭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산거리가 천왕봉에서 중산리는 5.4km인 반면에 대원사 계곡은 11.7km인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거리가 짧은 중산리로 하산하고 있다.

천왕봉을 내려서 세월이 조각한 풍경속에 전설을 품은 대원사 계곡 그 속으로 들어선다.

시작부터 고요하고 풍요로운 풍경이 펼쳐지며 곱게 물든 가을빛이 웅장한 연주를 펼친다.

세월이 빚어낸 풍경마다 오랜 시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천왕봉을 올려다 보고 있는 중봉!!

저 멀리 구름의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피어나 더 아름다운 빛으로 지리를 수놓고

그 길 위에 행복한 마음으로 내가 서있다.

하염없이 걷게하고 수도 없이 서게 만드는 지리의 길..

서다 걷다한 길을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이 나를 다시 서게 한다.

이곳에 서서 하루를 보낸다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지리산은 어딜가나 천상의 정원사가 가꿔 놓은 풍경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본 산과 자연은

작은 걸음을 큰 깨달음으로 바꿔주는 지혜로운 스승이다.

  

아득히 솟구친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만들어낸 광활한 풍경 앞에

산은 멀리서 나를 물끄러미 처다보고 세월이 그려 놓은 그 길을 걷고 있다.

 

경쾌한 노래만큼 부푼 마음으로 산길을 걸으며

발치의 작은 풍경 하나하나에 마음과 눈길을 주다보면 걸음은 점점 게을러 진다.

넘나드는 바람에겐 그저 평범한 일터겠지만

이방인의 눈엔 동화속처럼 애틋하고 아름다운 이곳의 풍경!!

육체가 무거워질수록 마음속에 깃드는 평온함.

길어지는 여정에 몸이 지칠만하면 지리산의 행복한 기운이 다시 걸을 힘을 준다.

자신의 두 발로 산을 오르지 않고서야 결국 가질 수 없는 이 충만함.

지리산 종주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지리하게 긴 유평리 코스가 짧게 느껴짐은

그만큼 익숙해졌고 친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유유자적 즐기면서 걸었건만

 마지막 대피소인 치밭목 대피소에 일찍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고,

유평리의 단풍을 기대하며 계단을 내려선다. 

계단을 내려서자 마자 단풍은 성미급한 사람의 비위라도 맞히듯이

곱게 물들어 가을빛 유희를 즐긴다.

앞으로 펼쳐질 풍경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숨이 멎을 듯하다.

그 순간 만큼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시간을 갖기 위해 일상을 더 열심히 살게 되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 끈을 놓지 않는다.

 

아직은 인간의 손때가 덜 묻은 유평리 계곡!!

 그곳에서 하루의 행복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새겨진다.

 

내 작은 가슴에다 지리의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가 있을까?

그렇다고 두고 간들 잊어버릴 수나 있을까?

지리산에서 보낸 아름다운 시간들...

그 여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지리산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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