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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삶을 노래하며(1)

by 풀꽃* 2015. 7. 24.

 

동생 집 정원에 블루베리 세 그루

 

 

삶을 노래하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며칠 있으면 장마가 끝난다고 하는데 이번 장마는 마른장마였기에 지금 내리는 비가 참 고맙다.

가뭄 해갈엔 못 미치지만, 아침부터 쉼 없이 내리는 비가 작별을 아름답게 매듭짓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하다.

이미 타들어 간 농작물은 어쩔 수 없지만, 밭에 남아있는 농작물은 단비에 목을 축이고 푸른 숨을 쉴 것 같다. 

 

농사는 사람이 씨를 뿌려도 거두시는 이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시기에 하늘이 돕지 않으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가 없다.

늦은 비이긴 해도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니 삼라만상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장마도 이름값을 하려는지 그렇게 오랜 시간 마른장마로 이어지더니 장마가 끝날 즈음에 단비가 내려

가뭄으로 애를 태우던 농부의 마음을 보상이라도 하듯 대지가 흠뻑 젖을 만큼 비를 뿌린다.

비를 맞은 신록은 한층 더 싱그러움으로 초록의 노래를 부르고 그곳에 초대받은 뻐꾹새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한껏 재량을 선보인다.

 

동생 집 정원에 블루베리 세 그루가 있는데 새들이 날아와 열매를 따서 먹기에 기둥을 세우고 그물망을 씌워 놨는데

어제는 산 까치가 떼를 지어 날아와 그중 한 마리가 그물망으로 들어가 블루베리를 따서 먹고는 그물망 안에 갇혀

한참을 퍼뜩 되더니 출구를 통해 날아갔다.

새들도 그런 걸 보면 그들만의 언어가 있어 소통되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먹이 사냥에 나서는 것 같다.

 

오래전 가수 최 안순씨가 부른 산 까치를 어제서야 보게 되었다.

까치보다는 작게 생기고 제비보다는 큰데 생김새가 제비와 비슷하다.

 

촉촉한 단비가 대지를 흠뻑 적시니 마음마저 촉촉한 게 흡족하다.

도시에서 매일 회색빛 콘크리트 벽만 바라보다 사방이 초록으로 둘러싸인 전원의 하루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하루쯤 굶어도 넉넉할 것 같다.

 

자연은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자연은 치유의 숲이자 먼 훗날 우리가 돌아갈 고향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이 들고, 자연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나는 소박한 자연인이라고 해도 될듯싶다.

 

지금도 밖엔 간간이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동생 집 바로 앞 보호수로 지정받은 삼백 년 넘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거실에서 바라보는 나를 보고 반갑게 초록의 인사를 건넨다.

 

2015년 7월 24일 비내리는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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