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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초가을 단상

by 풀꽃* 2016. 9. 19.

▲지리산 연하봉 오름길

 

 

초가을 단상

 

 

유난히도 무덥던 여름 너나 할 것 없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예고도 없이 불현듯 찾아온 가을 서신에 반갑기도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마음에 화답도 없이 받아들여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다.

강한 폭염은 입추와 말복이 지나도 아랑곳없더니 처서 앞에 끝내 풀이 죽었다.

매미의 음률과 가을 풀벌레의 합주도 언젠가부터 매미의 음률은 사라지고

가을 풀벌레의 교향곡이 새벽을 깨우며 연주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수목들은 계절을 감지하듯 옅은 가을빛으로 채색되어 수줍은 미소를 짓는 듯하다.

가녀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가을 들꽃들의 단아함에 가슴 가득 설렘이 인다.

 

순리에 따라 계절도 돌고 도는데 버려야 할 것을 놓지 않으려는 어리석음에

더 큰 축복을 놓치는지도 모른다.

가을이 더 깊기 전에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고 부끄러움 없이 가을을 바라보아야겠다. 

 

가을비는 한 번 올 때마다 기온을 내린다 하더니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을 느낄 수 있는 영락없는 가을의 속삭임이다.

 

자연도 사람도 떠남과 돌아봄은 늘 되풀이된다.

떠나는 이는 남아 있는 이를 그리워하고 남아 있는 이는 떠나는 이를 그리워하는 법칙처럼  

가을로 가는 길이 바람은 가을인 듯하나 

여름이 떠나면서 미련이 있는지 한낮은 여름에 가까울 만치 무덥다.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며 시간이 흐른다.

우리의 삶은 힘든 것은 길게 느껴지고 좋은 것은 아쉬울 정도로 빨리 지나가듯

이렇듯 가을도 오는 듯하면 가버려 가을이 더 그리워 붙잡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바뀌어 가는 계절에 따라 내 영혼도 계절에 맞는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이 가을 내게 자연은 더할 나위 없는 쉼터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산길을 걸으며 지난 추억 떠올리며 상념에 젖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이 가을엔 생각이 비슷하고 마음이 닮은 사람들과 소박한 일상을 함께 나누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싶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구속한 적이 없는데 우리 스스로 구속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하루가 참 빠르게 저물고 한 달도 덧없이 지나간다.

가을로 들어서면서 추억 속 가을의 흔적들이 그립다. 

그 시간 속 사랑했던 것들이 가을바람에 실려 살아서 돌아온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누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기에  

비상을 위해 날갯짓하는 새들처럼 이 가을을 아낌없이 사랑하며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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