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 풀꽃
한파가 이어지는 겨울 어느 날
어스름한 새벽 아침
흉한 몰골을 드러낸 플라타너스
봄에 피어난 푸릇한 자태는 찾을 길 없고
초로의 남루한 노인 같다.
삭막함이 감도는 이 찬 계절에
겉으로 봐서는
죽은 듯해 보이지만
머지않아 새움이 트고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노래를 부를 것이다.
문득
우리의 인생도 저 나목처럼
인생의 가을에서 회춘(回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망각 속에 젖어 본다.
-새벽 산책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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