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갖는 여유인가?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가사 끝내고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햇살과 교감도 나누고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는 시간이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글로부터 멀리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 멀리 있는 동안 계절도 바뀌고
인사하지 못한 계절은 아무 말 없이 야속하게 지나가 버렸다.
이사 하느라 계절이 바뀌도록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바뀐 계절은 계절의 옷을 입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편지하는 마음으로 한담(閑談)할 수 있는 친구와의 만남도 잊고 지낼 만치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며 걸어왔다.
일상에서 속도를 조금만 늦춰도 주변에 잔잔한 행복이 널려 있는데
그걸 잊고 지내 왔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것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때론 길을 걷다 스치는 풍경에 찰나의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남의 불행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도 갖지만, 나를 반추하며 행복에 젖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행복은 키가 작아 낮은 풀숲이나 돌 틈에 숨어 있어
높은 곳만 바라보는 이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찬란하고 분주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엔 갈대의 서걱거림이 겨울을 맞고 있지만
또 가을이 오면 황금빛 고운 빛깔로 선물을 안길 것이다.
스미고 젖어가는 삶의 향기는 무엇일까?
오늘은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 맑은 창가에 드리어진 눈 부신 햇살과도 같이
마음도 눈이 부실 만큼 빛나는 하루가 될 것 같다.
그토록 바라던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새해 나의 행보가 욕심내지 않고 겸손하게 서두리지 않고 천천히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안에서 부담 가지 않게 계획했던 것처럼
내 삶이 언제나 따뜻한 봄날과 같았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그러고 보면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
마른 가지에 하얗게 피어나는 설화를 떠올리며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주한다.
-12월 어느 날 여유로운 날에-
사람의 행위가 자기 보기에는 모두 정직하여도 여호와는 마음을 감찰하시느니라. -잠언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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