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줄 알았는데 / 풀꽃
서늘한 실바람에
가을이 오는 줄 알고 소문냈는데
속고 말았다.
새벽이슬 머금은 풀숲에
풀벌레 울길래
가을이 올 줄 알았는데
속고 말았다.
가을의 길목 입추가 지나서
폭염이 가실 줄 알았는데
또 속고 말았다.
나만 속은 게 아니라
예서 제서 모두 속았다.
속고 속아도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 하고
하늘아, 하늘아!
너는 가을이 오는 걸 알고 있니?
이제는 절기도 못 믿고
믿을 게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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