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 있긴 한데 / 풀꽃
새벽이슬 머금은 풀숲에
풀벌레 우는 걸 보면 가을이 오고 있긴 한데
태양이 치매에 걸렸는지
입추(立秋)가 지났어도 여름인 양
뙤약볕이 여름인 듯 착각하고
시간이 정지된 듯 머물러 있다.
폭염이 두려워하는 건 절기(節氣)인데
입추(立秋)도 이번에는 갈 데까지 가 보라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고 만다.
처서(處暑)가 저만치서 벼르면서
독(毒)을 가득 품고 있다.
가을이 오고 있긴 한데 보이질 않아
더위에 괜한 가을만 재촉하며 시간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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