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여름 되게 했던 추억 하나
내 안에 똬리 틀고 여름이 떠난다면
그보다 값진 선물은 없을 것이다.
멋 훗날 되새길 이야기 짊어지고 빗속을 타고 여름이 떠난다.
여름이 이렇듯이 새로 맞는 가을도
한층 더 높은 가을 하늘처럼
시간이 지나도 빛 바라지 않을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내 안에 자리한다면
더없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가을이 될 것이다.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푸르러지고 힐링이 되는 밀보드 트랙의 풍경처럼
이 가을이 내게 그런 가을이기를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어쩌다 어른도 한참 어른이 되어
유년의 진초록 벌판을 꿈꾸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현실을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하지만 애써 나를 포장하는 것보다 나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것만큼
순수한 아름다움은 없을 것이다.
남편의 취미가 테니스인데, 오래전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나이 들어도 노인정에 갈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끝에 사람은 나이의 흐름대로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런 나도 나이가 드니 나를 포장하고 현실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어쩜 그게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답게 살아갈 때 그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나이 들어 보랏빛 맥문동꽃처럼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영혼의 키를 낮추며
맑고 향기롭게 그렇게, 그렇게 살고 싶다.
-가을비 내리는 날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