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虛像) / 풀꽃
장마라 하지만
가뭄에 목마른 수목(樹木)은 비 올 때만 계수하다
어쩌다 비라도 내리면
환희의 춤을 추다
오르가슴도 오기 전에 비가 그쳐
푸른 생을 마친 잎새 하나 뚝 떨군다.
안개 자욱한 새벽
몽환적인 풍경 속에
어지러운 세상사 가두고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목(樹木)이나 나(懦)나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은
푸른 하늘을 덮고도 남을 만치 가득하지만
그것은 끝내 허상(虛像)이었다.
-얼마 전 장맛비 살짝 지나간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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