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여름의 잔상들을 지우려는 걸까?
더운 날의 기억을 삭히려는 걸까?
하염없이 가을비가 추적인다.
봄비는 여름을 향하여 가고 있지만
야멸찬 여름날의 잔상이 가을비에 비틀거리고
가을을 불러온다.
마음에는 늘 푸르름이 있는데
여름날의 푸르름이 탈색되지 않고, 변색되지도 않고
초록이 아직도 펄럭이는데
가을비에 푸른 초목 또한 애처롭게 고개를 떨군다.
흐르는 물줄기마다 여름날의 기억도 하나둘 흘러가고
작은 잔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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