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도 가을비 내리고 나니
이제 사위가 온통 가을 향기로 가득하다.
9월 끝자락 아직 단풍은 머뭇거리고 황금 들녘은 노랗게 여물어 가고 있다.
황금 들녘을 볼 때면 아직도 덜 여문 내 영혼을 들여다보며
이 가을 성숙한 영혼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먼 길 에둘러 온 가을은 시리도록 맑은 청잣빛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띄어 놓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월도 나도 하늬바람에 실려 가을을 향해 걸어간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이건만 이제는 마음의 나이가 아닌
몸이 나이를 말해줄 때인 것 같다.
요즘 같아서는 만지면 바삭 부서질 마른 나뭇잎 같은 마음이 나를 슬프게 한다.
긍정의 마인드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강할 땐 산보다 더 높은 어려움도 이겨내지만,
나의 성향인지 건강 하나 만큼은 작은 신음에도 곧잘 무너지곤 한다.
그러고 보면 강할 땐 강하고, 약할 땐 한 없이 약해 아무것도 아닌 것에
곧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여릴 때로 여린 내가 틀림없다.
요즘 책을 읽다가 내 삶도 이런 삶이고 싶어
밑줄을 그으면서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일상의 작은 기쁨을 찾으며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추석 연휴 때 휴양지에서 산책하다 사람의 손길로 키운 꽃이 아닌
야생에서 자란 소담스럽게 핀 쑥부쟁이를 보는 순간
지난날 산행할 때 수없이 만난 꽃이기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들녘에서 꽃을 만나는 건 자연이 준 고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 작은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가을 낭만을 느끼고
스치는 햇살 한 줄기에 행복함을 느끼며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우며
가을의 문턱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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