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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봄을 기다리며

by 풀꽃* 2020. 2. 27.

 

         

 

 

          검불 속 파릇한 풀들이 돋아나는 걸 보면 봄이 머지않은 것 같다. 

          막상 봄의 향연이 펼쳐지면 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황량한 겨울에 파릇한 풀을 보니 꽃 본 듯이 반갑다.

          화려한 꽃보다 순수한 풀꽃은 소박하고 예뻐서

          길을 가다가도 풀꽃을 만나면 멈춰 설 때가 많다.


          풀꽃도 이름이 있을 진 데 다만 이름을 몰라서

          그냥 풀꽃이라고 부르고 있을 것이다.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지만, 향기가 없어도 소박한 모습이 눈길을 끌게 한다.

          길을 가다가 양지쪽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봄까치꽃을 보았다.

          옹기종기 모여 그들만의 언어로 교감을 주고받는 것 같다.

          옹알이 풀어 놓는 봄까치꽃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럽다.


          겨우내 황량한 풍경만 보다가 요즘은 실개천 작은 물소리만 들어도

          귀가 쫑긋하는 걸 보면 봄이 그립긴 그리운가 보다.

          이 또한 봄의 향연이 펼쳐지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물 흐르는 소리조차 귀담아듣지 않을 텐데

          사람의 마음은 이렇듯 이중적인 생각으로 위선인 면도 있다.


          봄은 마음에서부터 오고 있지만,

          나의 실제 봄은 복수초 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는 복수초를 담으러 갔다가 시기가 늦어

          복수초가 그만 넝쿨은 뻗어 실패하고 말았다.

          수목원 복수초는 여러 번 담아 봤지만

          야생에서 자란 복수초를 담아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예전에 산행할 때 기회였는데 그때는 걷는 데만 급급해

          복수초 찾아볼 겨를도 없었다.

          이렇듯 기회는 한 번 지나치면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금쯤 야생에서 언 땅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얼음새꽃)가 그립다.

          꽃대를 살짝 밀어 올린 노란 복수초 위에 살포시 쌓인 雪이 눈에 아른거린다.  


      

 

          의인이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들의 모든 환난에서 건지셨도다.

          -시편 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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