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山 님의 "하얀 詩集"을 받아 들고 개봉도 하기 전에
마음이 설레는 건 왜일까?
읽기도 전에 제목부터가 마음이 정화되는 게 맑아지는 느낌이다.
가끔 美山 님 블로그에서 美山 님의 詩를 접했기에
詩의 장르가 가늠은 되지만, 이번 "하얀 詩集" 3집은
美山 님께서 암과 투병하면서 병상에서 써 내려간 글이 실려 있어
정말 눈물 없이는 못 읽을 것 같았다.
美山 님의 아내 "안해"(내 안의 해) 사랑과, 두 분의 삶은
그야말로 소꿉놀이하듯 알콩달콩 깨 볶는 향기가 떠나지 않을 만큼 남달랐다.
美山 님께서 사랑하는 안해(혜숙)를 위해 식탁을 차릴 때면
빠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는데, 소박한 들꽃을 꺾어 식탁 한편에 올리곤 했었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랑은 바로 저런 거구나 하며 감동을 했습니다.
이번 3집에 실린 "하얀 詩集"에 읊은 그대로 감동이었습니다.
보통 글을 쓰는 사람은 실제보다 부풀려서 쓰는데
美山 님께서는 표현이 덜하면 덜했지 제가 보아 온 그대로
美山 님 만의 어필로 꾸밈없이 그대로 표현하셨습니다.
청청지역 美山의 구절초 향기가 가득한 詩語로
엄마에 대한 그리움, 많은 연연과의 그리움, 옆에 품고 사는 안해의 대한 그리움
사랑을 주고, 주고 또 주고 그래도 또 주고 싶은 마음이, 그리움이 절절이 나타납니다.
사랑의 끝은 어디이고, 그리움의 끝은 어디이고, 인연의 끝은 어디인지...
풀리지 않는 숙제 같기도 합니다.
사랑과 그리움이 전해지는 "하얀 詩集"은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고르기가 어려울 만큼 모두 감동이었습니다.
그리움의 노래는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는 듯합니다.
많은 인연이 있지만, 악연(惡緣)도 인연이라고
그 무서운 암과 투병하면서 고통 가운데 악몽 같은 암마저 인연으로 받아들여
다독이고 달래가면서 사랑으로 감싸며
긍정의 생각과 특효약 중의 특효약 안해(내 안의 해)의 대한 사랑이
기적을 나타내 암을 극복하고 지금의 건강한 美山 님이 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픔 속에서도 하얀 시로 노래를 부르신 美山 님은
삶 전체가 詩였고 정녕 이 시대의 시인다운 시인이십니다.
美山 님의 하얀 詩集을 읽고 나면 제 마음도 오롯이 새하얀 구절초 향으로 물 들 것 같습니다.
내가 쓴 글도 아니고 내 시집(詩集)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애착이 가고
손에서 내려놓기가 어려운지 읽고 또 읽고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습니다.
美山 님 감사드리고, 詩集 출간을 축하합니다.
<서시>
하얀 詩集
왕 은범
내 시(詩)를 당신 머리맡에 살포시 내려 놓습니다.
당신이 잠드신 사이
가녀린 바람으로 다가가
하늘하늘 흩날리는 그대 고운 머릿결로 몇 줄 쓰고
당신 고운 향(香) 한 줌 얻어다
내 심연(心淵) 가 작은 흙집에 별처럼 뿌려두고
다시 곱게 잠든 당신 뜨락으로 달려가
가슴 가슴
콕
콕
박히는 그리움 별로 내려
그대 안에 나를 뿌리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내가 맑아지는 날은
아주 고운 시어(詩語)만 골라
그대 하얀 가슴에
한 올 한 올 고운 시(詩)만 수놓고 싶습니다.
<시에서도 언급 되었듯이 美山 님의 아내 사랑은, 골고다 십자가 예수님의 사랑처럼 "다함이 없는 사랑"이다.>
#
나 죽거들랑 아들아
왕 은범
나 죽거들랑
목련꽃 그늘 아래 묻어다오
철마다 하이얀 목련으로 피어나
시리도록 노래하리니
한 점 바람 불어오면
그리운 사람 사람 품으로 안겨
사랑했었노라 말 전하고
나 죽거들랑 아들아
몸뚱아릴랑 허공 연기로 날려 보내고
한 줌 재 남거든
내 심어둔 미산(美山) 자락 양지바른 곳
목련나무 그루 그루 두 그루
그 가난한 한 그루 아래
그저 살포시 묻어 목련꽃 피우게 하라
내 철마다
흐르러지게 꽃 피워
그리워 그리워 노래하리니
아들아 다시 또
꽃 지거들랑
나 또한 잠시 왔다 갔노라고
바람처럼 그렇게 오겠노라고
그러겠노라고
훗날 사랑하는 네 엄마마저 죽거들랑
나 외롭지 않도록 그루 그루
가난한 한 그루
곁에
빈 목련 나무 아래
한 웅큼 재로
고이만 묻어다오
내 더불어 목놓아 노래 부르리니
아들아
부디 그렇게 해다오.
<美山 님께서는 꿈 꾸던 미산계곡에 山房 지어놓고 산천초목 벗 삼아
낮에는 구절초 향기로, 밤에는 별을 헤며 사시사철 그리움의 시로 옷을 지으며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다가 세월지나 목련꽃 그늘 아래 영원한 보금자리까지 마련했으니 다 이루셨습니다.>
#
아픈 날은 밤도 길다
왕 은범
추워서 서러운 밤
상여 같은 침대에 누워
병(病)꽃 피우는 시간
아픈 날은 밤도 길다
밤은 잔인하게 난도질당한 채
도막
도막
잘리우고
잠은
죽음 같은 강(江)을 헐떡이며 자맥질하건만
강(江)은 여전히 멀다
시간은 모질게 살아 서걱서걱 칼을 갈고
무릎은 통통(痛痛) 짓무르는데
난,
묵은 아픔으로 발버둥 치는 목각인형
버림받은 등신불(等身佛) 된다
상여 같은 침대에 누워
병(病)꽃 피우는 시간
강(江)은 여전히 멀고
아픈 날은 밤도 깊다.
<죽음 같은 강(江), 상여 같은 침대, 아픔이 얼마나 깊었으면 그리 표현됐을까?
악몽 같은 병(病)을, 병(病)꽃으로 피우다니...
목각인형이 되어서도 詩를 노래하는 그대는 정녕 시인이십니다.>
美山 시인님께서는 블로그에서 귀한 인연 되어 알게 된
강원도 인제 美山에서 전원 생활을 하시며 삶을 詩로 읊으시는 시인이십니다.
#
그러므로 의인은 그 길을 꾸준히 가고
손이 깨끗한 자는 점점 힘을 얻느니라.
-욥기 17:9-
♤왕은범 시집 <하얀 시집> 구매하기: 알라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