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숲

죽음을 준비하는 삶

by 풀꽃* 2021. 9. 8.

 

 

얼마 전 집 인근에 있는 메밀밭에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나는 체육관 방향에서 사진을 담으며 메밀밭 능선을 올랐는데

능선에서 바라보니 능선 아래서 어느 남자분이 사진을 담고 계셨다.

 

그분께서는 사진을 다 담으시고 그 자리를 떠나질 않고

내가 내려가도록 그곳에 계셨다.

그분께서는 어림잡아 80세가 조금 넘게 보였는데

취미로 사진을 하고 계신 분으로 카메라 가방을 메고 계셨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자 그분께서는 죄송하지만 

사진 좀 부탁드린다며 카메라를 건네주셨다.

카메라 기종도 내 것과 똑같아 망설임 없이 카메라를 건네받았다.

 

어르신께서 하시는 말씀이 인물사진 찍을 건데 

메밀꽃을 배경으로 좀 크게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시고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포즈를 취하고 계시면서

인물이 크게 나오도록 찍어달라고 거듭 부탁을 하셨다.

 

인물이 크게 나와도 어느 정도 커야지 너무 크면 안정감이 없어

나는 뒤로 물러서며 거리 조정을 하니까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영정사진처럼 크게 찍어달라고 거듭 말씀하시기에

거리별로 여러 장 찍어서 보여 드렸더니 됐다며 매우 흡족한 표정이셨다. 

 

나는 그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집으로 오면서 생각하니까 그분께서는 영정사진으로 사용하시려고

크게 찍어달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런 줄 알았으면 사진을 세로로 찍어드릴 걸

어르신께서 영정사진처럼 크게 찍어달라고 그렇게까지 말씀하셔도 

나는 미쳐 생각을 못 했다.

사진을 취미로 생활하시면서 그분 마음에는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메밀꽃 속의 환한 미소짓고 있는 영정사진 분위기 있고 참 좋을 것 같다. 

 

메밀꽃 속에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니까

멋지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했다. 

 

'일상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비의 사과  (0) 2021.11.19
자화상  (0) 2021.11.16
능소화의 변신  (0) 2021.07.21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0) 2021.06.18
2021 교향악 축제  (0) 2021.04.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