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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숲

인연이란

by 풀꽃* 2021. 12. 12.

 

 

친구와 알게 된 지가 어언 15년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늘 가까이 지냈다.

친구 아들이 중학교 때로 기억되는데 그 아들이 장성해 그새 결혼을 하게 되었다.

잠깐인 듯한데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늘 엄마 품에서 사랑받아가며 티 없이 자라더니 성인이 되어 여친이 생겼음에도 엄마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막상 결혼 날짜를 받아 놓고 엄마 곁을 떠날 생각을 하니 엄마와 떨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

응석이라도 부리듯 엄마 나 더 놀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사랑하는 배필을 만나도 모정은 그만큼 강한가 보다.

 

친구가 정년을 앞두고 있자 사돈댁에서 이왕 결혼하는 거 퇴직 전에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서

서둘러 날짜를 잡다 보니 예식 시간이 골든타임은 이미 없고, 오전 11시로 정했다고 한다.

인천에서 광주까지 고속버스로는 4시간 10분이 소요되고  

KTX로는 광명역에서 06시 47분 출발, 광주 송정역 08시 24분 도착으로 1시간 37분 소요된다.

예식 시간이 11시라 고속버스로는 불가능해 06시 47분 KTX를 예약했다.

 

남편에게 미리 선약을 했으면 결혼식에 함께 갈 수 있었을 텐데

주말 남편이 인천시 테니스연합회 송년 행사 진행을 해야 하기에 불가피하게 되어

광명역까지만 태워다 주었다.

광명역은 처음이고 KTX도 처음이라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리고 승차권도 전자 승차권이라 생소하고 모든 게 낯설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다.

집에서 05시 30분에 출발해 광명역에 06시 도착했다.

남편은 광명역에 내려주며 엄마 품을 떠난 아이를 내려주듯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말을 하면서도

혼자 보내는 게 못내 아쉬워 맘이 놓이지 않는 얼굴이다.

광명역에 도착하자 여러 개의 게이트가 설치돼 있는데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을 따라 들어갔더니 대합실이다.

몇몇 사람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호남선 KTX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앞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 된다고 해서 그리로 내려가서 전광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갔다.

전자 승차권을 보니 타는 곳은 열차 도착하기 15분 전에 표시가 된단다.

아직 열차가 도착하려면 30분은 있어야 하는데, 대합실에 들어가 기다리다가

혹시 열차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전광판에 주목하고 전광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후 젊은 여성이 급하게 뛰어오더니 전광판 앞에 멈추었다.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나와 같은 광주 송정역이라고 한다.

젊은 여성은 광주에 시험 보러 가는데 12시까지 가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일찍 가려고 한다며 나처럼 잔뜩 긴장된 모습이다.

걱정도 둘이 나눠 하면 가볍듯이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 여성은 서울에서 얼마 전 직장 시험을 봤는데 안 돼서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그냥 포기하기엔 아쉬워 광주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되자 전광판에 광주 송정역 2번 레일이라고 표시가 떴다.

나는 13번 칸이고 학생은 17번 칸이다.

학생도 초행길에 동행이 생겨서 든든한가 보다.

우리는 승차 위치로 내려가 열차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있기에 내가 타는 위치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남편에게 잘 찾았냐며 전화가 왔다

2번 레일이라고 떠서 지금 2번 레일에 와 있다고 했더니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하며 그제야 출발한다고 한다.

남편은 걱정이 돼서 그때까지 광명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하고 나는 목포 행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방송을 듣고

학생에게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고 헤어졌다.

 

08시 24분 광주 송정역에 내려 이른 시간이라 카페에 가기도 그렇고 해서

대합실에서 있다가 10시쯤 택시 타고 출발한다고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대합실에 명품관도 있고 넓고 쾌적해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시간 보내기는 괜찮을 것 같다.

30여 분을 있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는 순간 부스스한 머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샴푸하고 분명히 머리 드라이를 했는데, 머리가 이렇게 되다니 황당했다.

광명역에서 30분을 서 있었더니 짙은 안개에 드라이한 웨이브가 주저앉아 머리가 말이 아니다.

이 모습으로는 도저히 예식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아 부랴부랴 대합실을 나와 미용실을 찾았지만

미용실이 눈에 띄질 않아 택시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결혼식장으로 출발했다. 

그곳 역시 사방을 둘러봐도 미용실이 보이질 않아 광주 시내 방향을 향해 걸어가면서

미용실을 찾았지만, 미용실이 보이질 않아 1시간 30분을 길에서 헤매다가 

전남대 입구에서 제법 큰 미용실을 찾았는데 요즘은 거의 예약제라 안 된다고 하길래

사정사정해서 드라이를 했는데 내 취향에 안 맞아 몇 번 손을 봤지만, 예식 시간이 지나서 대충 끝내고

11시 5분에 미용실을 나와 택시를 타고 결혼식장에 도착했는데 예식이 거의 끝나가서

예식 전반 사진은 못 찍고 예식 후반 사진 몇 장만 찍게 됐다.

일찍 도착해 결혼사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으려고 배터리도 넉넉히 준비했는데

뜻하지 않게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아쉽지만, 결혼식에 참석한 거로 위안을 삼고 마음을 다스렸다.

집에 올 때는 광주종합터미널에서 14시 25분 고속버스를 타고 19시 15분 집에 도착했다.

 

친구와 얼마 만에 만남인가?

2011년 9월 17일 무등산 산행을 함께 하고

8년 전 친구 아버지 소천하셨을 때 얼굴 보고 8년 만에 만남이었다.

그런데도 블로그에서 매일 만나서인지 낯설지 않고 매일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2011년 1월 15일에는 교회 등산부에서 무등산 산행이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무등산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겨 함께 산행은 못 하고 산행 후 친구가 식사의 자리로 와서

등산부 회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친구가 찰밥과 인절미, 귤 한 상자를 준비해 줘서

등산부 회원들과 집에 오면서 차 안에서 맛있게 먹었다.

 

광주까지 거리도 멀고 예식 시간이 일러 좀 어려운 걸음이었지만,

결혼식에 못 갔으면 미련이 남아 두고두고 후회했을 텐데

계획대로 사진을 못 담아 아쉬움이 있긴 해도 결혼식에 다녀와서 홀가분한 마음이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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