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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갤러리

3박 4일 에필로그

by 풀꽃* 2023. 12. 18.

 

 

어느 날 막내 사위가 어머니 이번 가을 설악산 단풍들 때

설악산 가실 생각 있으시면 숙소 예약해 드릴 테니 말씀하시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무릎 악화로 줄기세포 수술한 후로는 산행을 자제해 왔는데

무릎 강화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 요즘은 걷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어

계곡 산행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3박 4일 일정으로 설악산 단풍 시즌에 맞춰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10월 25일(수요일)~10월 28일(토요일) 3박 4일 일정으로 계획을 세우고

사위한테 연락을 했더니 수요일은 숙소가 업무상 휴무라서 목요일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하루 늦춰 목요일~일요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주일을 끼고 숙소 예약을 했다.   

 

숙소까지 예약했는데 10월 18일 몸살기가 있어 서둘러 병원 가서 진료를 받고

여행에 차질이 생길까 봐 빠른 회복을 위해 영양제까지 맞았다.

처음엔 몸살 같아 몸살 처방을 받아 치료를 했는데 몸살이 아니고 장염이어서

여행 날짜 임박해서 5일분 장염 처방을 받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밥대신 죽을 끓여 먹었는데

여행 내내 컨디션이 안 좋아 3박 4일 아침저녁으로 밥에 물을 붓고 죽처럼 끓여 먹어가며

정신력으로 버텨가며 하루하루 이어갔다.

 

내가 컨디션이 좋아야 남편도 여행의 즐거움이 있을 텐데

제대로 먹질 못해 기력이 떨어져 카메라 들기도 힘든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이어나갔다.

다행인 것은 우연히 양양에서 (목, 금, 토) "송이배 시니어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어

남편은 내 스케줄에 맞춰 목적지에 데려다주고 내가 사진 담는 동안

남편은 양양 테니스 대회장에 가서 전국에서 온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만남을 갖고

내가 사진을 다 담고 전화하면 와서 함께 숙소로 갔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속초이고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곳은 양양이어서

이동 경로가 좋았다.

남편은 8월 1일 "척추 인대 재건술" 수술을 받아 경기엔 참가 못하고

경기 관람만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반가운 해후를 갖고 좋은 시간을 보내며

나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첫째 날 첫 방문지는 자작나무숲을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어 비 소식 없는 양양 쪽으로 바꿔 오색 주전골을 가기로 하고

인제까지 왔으니 답사 차 비밀의 정원 위치라도 알아 놓으려고

비밀의 정원을 간 거였는데 여건이 좋아 답사 차 가서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단풍 시즌이라 차를 타고 오가며 바라보는 풍경 또한 아름다워 사진을 담으며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한계령에서 오색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서 20분간 휴식을 갖고 오색을 향해 가는데

필례약수 이정표가 보여 계획에도 없던 필례약수 단풍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는데 일찍 출발해 비밀의 정원과 필례약수를 들렀는데도 

오색 주전골 단풍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첫째 날 하루에 세 곳(비밀의 정원, 필례약수, 주전골 단풍)을 즐겼으니

그것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사진을 담았으니 첫출발이 좋았다. 

 

둘째 날 날씨가 좋으면 백담사 계곡을 가려고 했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8시쯤 비가 그쳤는데 날씨가 흐려서 느지막이 숙소에서 가까운 낙산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셋째 날 백담사 계곡을 가고, 마지막 날 새벽 동명항 일출을 보고

미시령 옛길로 해서 인제 자작나무숲을 끝으로 이번 여행을 마쳤다.

 

컨디션인 안 좋은 상황임에도 길든 습관에 3박 4일 일정에 맞춰

먹을 것을 넉넉히 준비했는데 장염이어서 제대로 먹지를 못해 

준비해 간 음식을 3분의 1도 못 먹고 숙소가 속초인데도 생선회 한 번을 못 먹고

둘째 날 낙산사에서 나와 자극성이 있는 건 못 먹고 대구지리는 괜찮을 것 같아 

저녁으로 대구지리를 먹었는데 입맛이 없어서 그런지 맛도 모르고 먹었다. 

 

사람의 정신력이 이렇게 강인한 걸까?   

여행 떠나기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힘들었음에도 3박 4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오로지 정식력으로 버텨가며 계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지금 생각해도 현실 같지가 않고 꿈만 같다.

아픈 와중에도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옆에 건강한 남편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됐다.

 

<2023, 10월 26일~29일 3박 4일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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