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5년7월21~23 (목,금,토) 날씨;맑음
어디;지리산 종주
위치;구례
코스;성삼재-노고단-임걸령샘터-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총각샘터-연하천대피소-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1박)-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유평리-대원사
나이 탓일까?
불과 일년 전인데.....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때에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배낭을 꾸리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설레임도 없이 습관처럼 짐을 꾸린다.
1박2일의 산행에 필요한 작은 이삿짐의 무게는 시작도 하기전에 우릴 질리게 만든다.
장경희 권사님의 감작스런 불참석에 다들 기운들이 빠져있지만 못가는 권사님의 마음을 헤아리니 그 무엇으로 표현할봐를 모르겠다.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지리산이었는데............
모두가 섭섭한 마음을 안고 도착한 영등포역!!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등산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니 대개 지리산 등산객 들인것같다.
말로만 듣다 처음으로 타보는 무궁화 열차!!
시원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4시간의 수면시간이 준비되어 있지만 중간중간 안내방송 소리와 가끔은 홍익매점의 행상소리가 귀에 거슬려 아예 잠잘 생각은 포기를 한다.
어디쯤에선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단체 인원이 열차안을 가득 메운다.
학원에서 수련회로 지리산을 가려는 모양이다.
조용하던 열차안은 금새 시끌벅적 거리더니 지도교사의 훈계에 다시 조용해 진다.
첫째날
이른 새벽을 가르며 도착한 구례역!!
이곳 저곳에서 건너온 향토색 짙은 억양으로 끼리끼리를 챙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시간을 단축하려는 욕심으로 둘로 갈라 택시를 나눠타고 성삼재에 도착한다.
(04시5분)성삼재 도착
아직 이른 시간이라 매표소를 그냥 통과한다.
횡재라도 한듯이 마음이 뿌듯하다.
헤드랜턴의 불빛이 한치 앞을 밝혀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지만 보이는건 하늘의 별 뿐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장마비속에 등산객의 발이 뜸했을텐데....
장마 그친것을 귀신같이 알아 차리고 종주길에 나선 등산객의 마음속엔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려고 마음들이 급하다.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헤드렌턴의 불빛에 흐미하게 보이는 나뭇잎 위에는 촉촉히 이슬이 내려 반짝이고 있었다.
좌측으로 계곡 물소리와 함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고단을 향하는 한걸음 한걸음에는 힘이 실려있고~~~꿈이 실려있고~~우리의 설레임과 기대가 실려있다.
생전 맑은공기 구경도 못한 사람처럼 큰 심호흡을 하며 지리의 맑은 공기로 자리바꿈한다.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나무로 짜여진 쉼터에서 기다리고 있는순간 아까 열차안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키가 작은 어린 학생은 벌써 힘든지 눈물을 흘리며 훌쩍훌쩍 거린다.
학생들과의 뒤석임속에 노고단 대피소를 위에두고 경사가 가파른 너덜길은 앞다투워 오르는 인파에 밀려 더러는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정체가된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어둠이 걷히고 그 유명한 통나무로된 산장과 뒤로보이는 넓은 뜰의 평화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04시55분)노고단대피소 도착
구례역에서 옥신각신 하던 아침을 여기서 해결한다.
위원장님과 장원근 집사님은 취사장에 들어가 라면으로 식사를 하시고 나머지 집사님들은 대피소 밖 계단위에 자리를 잡고 군고구마와 과일,빵 등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너나 할것없이 배낭 무게를 줄이기위해 인심들이 후하다.
어디 내일도 그럴런지 두고 볼께다.
40분간의 식사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것 같다.
(5시35분)노고단 대피소 출발
경사가진 너덜길로된 길 양옆에는 이슬을 맞은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산상의 정원이라고 할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접하며 하는 산행도 처음 가져본다.
꽃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아가며 경사진 길을 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볼 욕심으로 속도도 최대한 줄인다.
(5시45분)노고단 산마루
돌탑이 쌓인 노고단 정상은 자연휴식년제로 묶여있어 예약자에 한하여 출입이 가능하여 그냥 멀리서 보고만 뒤돌아선다.
노고단 정상을 딛지 못한 것의 아쉬움을 안고 내리막 길을 향한다. 녹음 우거진 숲엔 바람만이 넘나들고 한적한 오솔길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지리산에 구상나무가 많다더니 듣던 그대로 모습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 밑을 바치고 있는 많은 야생화 들이 나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6시10분)돼지평전 도착
돼지 평전을 지날무렵 많은 야생화가 저마다의 모습을 한컷 자랑하는 평탄한 숲길은 모성적인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7월의 야생화들의 꽃들이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이 사람의 혼을 빼고 또 빼어 놓아 얼얼하게 만든다.
(6시50분)임걸령 샘터
이곳은 옛날의 의적이나 도적들의 은거지였던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의적 임걸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한다. 지리산에서 물맛이 좋기로 이름나 있으며 물량도 풍부하다.
샘터에 내려가 물보충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야트막한 바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빨갛게 잘익은 딸기가 눈에 들어와 한웅큼 따서 먹어보지만 주왕산 딸기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먹으면서도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한마디씩 던진다.
(7시35분)노루목 도착
해발 1500m의 노루목은 반야봉에서 내려지르는 산줄기가 산중턱에서 잠깐 멈추어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천연의 암두가 전망대를 이루고 있어 부르게 된 이름 이란다.
좌측 오름길은 반야봉을 오르는 길이고 노루목에서 뒤를 돌아 바라보면 노고단이 빤이 보인다.
마음같아선 반야봉을 다녀오고 싶지만 앞으로 갈길이 멀어 그냥 지나친다 오면서도 불과 100m거리의 반야봉을 그냥 지나치는게 아쉬움을 같게한다.
(8시3분)삼도봉 도착
수많은 잠자리 떼들이 주변을 맴돌며 삼도봉을 지키고 있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3도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이다.
동으로된 삼각뿔 모양을 한 구조물이 각 방향마다 3도의 이름을 써 놓았다.
화개재를 가다보면 긴 나무 계단을 만난다.
내림길이라 힘은 들지 않지만 내려간 만큼 올라야 한다는 중압감이 벌써 힘들어 지는 느낌이다.
고재근 집사님과 곽연근 집사님은 두타산 산행의 병이 도졌는지 또 날아가신다.
계속 가실줄 알았더니 화개재 쉼터에서 쉬고 계셨다.
(8시29분)화개재 도착
옛날에 뱀사골 쪽 사람들이 화개장을 보기위해 넘던 고개라 한다. 나무로 된 쉼터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다. 바람도 시원하지만 다음 봉우리인 토끼봉을 가려면 여기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토끼봉은 봉우리가 좀 높은 것으로 보아 힘들거란 생각이든다.
예쁜 새소리와 길동무하며 한발한발 내 딛는다.
지리산 종주를 하다보면 너덜 지대가 많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장난이 아니다.
돌아서면 또 이어지고 남한의 돌은 다 지리산으로 모인 모양이다.
(9시5분)토끼봉 도착
토끼봉을 오를때에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한다.
이제까지 오른 가운데 제일 힘든 구간이다
바람이 있는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한다.
쑥떡과 파인애풀,자두를 먹으며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려 보지만 아직 오질않아 그냥 출발을 한다.
(9시50분)명선봉 도착
토끼봉에서 명선봉를 오르는 구간은 별다른 풍광도 없이 그저 걷는 연습을 하는 구간 같다.
명선봉을 오를때에는 시원한 바람이 토끼봉에서 흘린 땀까지 모두 씻어준다.
약간 경사진 너덜길로 조금 가니 길목에 여러명의 등산객이 쉬고 있었다.
(10시)총각샘터 도착
아무 표지판도 없는 곳인데 여기가 총각샘터란다.
산삼을 캐던 심마니 노총각이 발견했다하여 총각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던데 물맛이 아주 좋았다.
암반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맛은 몸을 오싹게 할 정도로 차고 달았다.
이렇게 좋은 물이 있는데 왜 표시판을 안해났는지 모르겠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먼저 물을 받아가지고 올라와 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김태훈 집사님과 이인호 집사님이 오시질 않는다.
일어나 천천히 가고 있는데 앞에서 집사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약수터에서 지름길로 올라오신 모양이다.
천천히 오길 다행이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쩔뻔했는지........
연하천 대피소 가는길은 구상나무가 많이 분포된 숲속 길이다. 커다란 활엽수가 어우러진 산새들의 천국이다.
(10시45분)연하천 대피소 도착
고재근 집사님과 곽영근 집사님이 일찍 도착하여 쉬고 계셨다
연하천 산장은 개인 운영 산장으로 50 여명 수용의 작은 규모의 산장으로서 숲속 평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높이 솟은 구상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산자락에 아담하게 위치한 산장의 모습은 마치 산골짜기 시골집을 연상케 했다.
시설도 미비하여 화장실 정화도 잘 안되는지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시간으로 보나 뒤에오는 일행을 만나려면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해야한다.
햇반과 라면을 끓여 적당히 점심을 해결한다
(1시간의 시간이 소요됨)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하니 몸이 무겁다. 오랫만에 8명의 일행이 함께 만나 걷는다.
식구가 많아선지 마음이 뿌듯하다.
여기서는 이인호 집사님이 위원장님을 보좌한다.
강영희 집사님이 날아갈듯한 마음이다.
여기까지 위원장님과 장원근 집사님과 호흡을 맞쳐 답답하셨나보다.
강영희 집사님과 동행하니 귀가 즐겁다.
곧잘 유머도 섞어가면서 우릴 심심잖게 한다
(1시45분)벽소령 대피소 도착
벽소령은 우리말로 하면 "푸른하늘 고개,라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산장옆 그늘진 곳엔 등산객들의 쉼터이다. 100여m의 내리막 길엔 샘터가 있는데 탱크에서 나오는 물의 약한 물줄기가 줄서 기다리는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다.
물맛도 미지근해 별로다.
이 커다란 산장에 식수가 이것 뿐인지? 아쉽다.
오면서도 그랬지만 여기는 고추 잠자리의 천국이다
장원근 집사님 잠자리들이 좋아하는 체질인지 아까부터 잠자리들이 집사님에게만 접근한다.
혹시 권사님이 잠자리로 둔갑을 한건 아닌지?
아쉽지만 고추 잠자리와 이별을 하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다.
뜨거운 태양을 받아가며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아직 꽃분홍 싸리꽃이 한창 예쁘게 물들어 있다.
7월의 야생화들의 꽃길이 계속 이어진다.
아마 꽃이 아니고 다른 것이었으면 질려도 벌써 질렸을 것이다.
(3시15분)선비샘 도착
벽소령에서 받은 물이 그냥 남아 있지만 물맛이 찝찝해 쏱아버리고 다시 물을 채운다.
대전에서 왔다는 초등학생 2학년인 남학생은 엄마와 함께 화엄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모습을 보니 아직도 지친 기색도 없이 초롱초롱해 보였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할만 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얼마나 위대해 보이는지...........
산높고 골깊은 산속의 계절은 녹음으로 깊어져 가고 뒤엉킨 너덜길은 잠시도 한눈팔수 없는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지리하게 긴 너덜길의 능선이 우릴 지치게 한다.
발을 헛딛어 하마터면 산 아래까지 굴를뻔했던 사건도 있었는데 배낭의 무게 때문인지 다행히도 1m정도 밖에 구르지 않았다.
이제까지 할해한 장시간의 산행시간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질긴 길이다.
토끼봉과 같이 높진 않지만 제일 길고 지루한 코스 같다.
지리산 종주!! 바라보기만 할때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문턱을 넘는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 될만큼 먼거리............
그래두 원래 산행은 생고생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의 자기도취이기 때문에 ...........
할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그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
칠선봉을 향하여 걷노라면 지루하긴 해도 아름다운 풍광이 하나,둘 시야를 즐겁게 해준다.
(4시35분)칠선봉 도착
7개의 암봉이 우뚝 솟아있는 칠선봉은 마치 일곱선녀가 노는 모습 같다고 칠선봉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칠선봉을 지나 가파른 바윗길과 3개의 철계단을 지나 힘겹게 오르니 정상에 선 듯한 기분이 불현 듯 든다.
길 양 옆으로는 야생화가 만발하여 시선을 분주케한다.
그 많은 야생화들을 어느 하나 노칠새라 하나하나 눈 맞춤하며 두팔을 벌려 가슴에 안는다.
걸어도 걸어도 이어지는 꽃길..........
그래도 뒤로 하기에는 미련이 남아 연실 뒤를 바라보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한다.
표시판을 보니 여기가 영신봉이다.
(5시40분)영신봉 도착
영신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석산장!!
드넓은 평전의 모습이 평화로와 보인다.
저 멀리 눈언저리 까지 내려앉은 무거운 구름은 금방이라도 안개비가 되어 흩어져 내릴듯 주변을 맴돈다.
남부군의 어느 빨치산이 만발한 세석평전의 철쭉 꽃밭에서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어쩌면 너 혼자만이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느냐?......는 탄식을 남기고 자살 했다는 전설이 사실이겠구나 하고 느껴진다.
(5시50분)세석산장 도착
"작은 돌이 널려 있는 평지"라는 뜻을가진 세석평전!! 깔끔한 세석산장의 이국적인 풍치가 정겹기만 하다.
한마리 나비가 되어 맘꼇 날아 보고 싶은 심정이다.
운치있는 세석 산장에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하룻밤 위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나뿐이 아니라 이곳에서 머무는 등산객들의 표정이 모두 행복해 보인다.
대피소 앞 한곳에 자리를 잡고 저녁 준비를 한다.
처음으로 제대로된 끼니를 해결하려 한다.
오랫만에 접해보는 쌀밥!!
누룽밥과 숭륭까지........
김치찌개의 환상적인 그맛이..........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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