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의 향기

설악의 겨울은 봄날이었다.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6년 2월11일 (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설악산(대청봉)

위치:강원도 인제

코스:한계령-삼거리-끝청-중청-대청봉-오색

 

 

산(山)!! 그 이름만으로 가슴 설레던 때가 있었다.

이젠 그 설레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중독이 된 모양이다.

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며칠동안 갈등속에 헤메인다.

하필이면 정월 열 나흗날이 될게 뭐람!!

마음도 왔다갔다 하는데 이번에는 산(山)도 왔다갔다 한다.

덕유산에서 설악산,또 백덕산에서 다시 설악산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하다 용감하게 가기로 결정을 내린다.(오곡밥은 같다와서 다음날 하기로 하고)

산행인들의 겨울나기는 눈 바라기!!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와 있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아이젠과 스페치까지 중무장을 한다

신청 인원이 많지않아 이번에는 캠프산악회와 연합하여 설악의 대청봉을 오르기로 하였다.

A코스는 한계령에서 오색,B코스는 오색에서 대청봉 다시 오색으로~~

대장님의 말씀이 6시간의 산행시간을 주면서 즐거운 산행을 하란다.

일반산악회에서 그 구간 주어지는 시간이 선두가 6시간,후미가 7시간인데.....

더구나 눈내린 산행길을 6시간을 주다니....

대장님께서 어찌나 겁을 주던지 산행 시작도 하기전에 긴장이 된다. 우리 일행중 7명은 A코스 6명은 B코스로~~

이렇게 우린 시작부터 이산가족이 된다.

한계령 계단을 시작으로 겨울 설악의 험난한 여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함께 구겨넣으며 한계령 고갯길로 파고든다.

매표소를 지나자 눈(雪)과의 전쟁은 시작된다.

러셀은 잘되있지만 쌓인눈은 처음부터 우릴 긴장케 한다.

이런길을 어떻게 6시간에 갈 수 있을런지? 걱정스럽다.

바로 앞에 올라가던 대장님의 모습은 순식간에 찾아볼수도 없고 ..... 예상했던 대로다.

 

가족산행에 오른 남자분은 눈길에 찌익 미끄러지면서 7m정도의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안전산행을 하라는 교훈을 주는것 같다.

눈길이라 힘은 들지만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극복할수 밖에.....

하늘 가운데 걸린 햇살은 하얀 눈을 속속들이 파고들어 눈부심을 펼쳐놓고......

며칠전 내린 눈으로 내딛는 발걸음엔 앙큼스런 힘이 실리고....

미끄러워 설설기고~~ 장난삼아 푹~푹~ 빠져보기도 하며~~

한계령 산허리쯤에 오르니 우리가 애쓴만큼 주어진 행복을 누린다. 모진 겨울을 지나기 위해 모든걸 버린 잔살가지 위에 하얗게 옷을 입기 시작한다.

하늘과 가까울수록 하얀 상고대는 아름다움을 더하고 우릴 반긴다. 어여오라고.....

바라 보기만해도 까무라치게 아름다운 그 풍경속으로 그들과 한 물결을 이루며 접어들고 있다.

하얀 상고대!!

바닷속 풍경 같기도 하고~~ 천국에 와 있는것 같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고 ~~박~박 우겨대며 A코스로 왔던게 아닌가?

이런 곳에선 사진도 찍어가며 오래 머물다 가야하는데.....

시간의 압박감 때문에 머물면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오색으로 오르는 코스에는 이런 아름다운 설경이 없을텐데....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가져본다.

이런길은 하루 웬종일 걸어도 질리질 않을 그런 풍경이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시원한 조망위에 올려놓고 .....

두손 두발로 기어 오르는 바윗길 넘어가기는 젖먹던 힘 다 토해내며.....

여기 툭~~ 저기 툭~~ 떨구어 놓은듯한 바위들은 그 틈에 뿌리내린 나무들과 만나 수려한 산수화를 그려놓고 그 풍경속으로 우릴 부른다.

죽어 말라 비틀어진 가냘픈 나무조차도 기꺼이 누워있는 다리가 되어주고, 사소한 돌부리 조차도 고마운 버팀목이 되어주는 산속의 작은 어우러짐속에 그들과 한 물결을 이룬다.

귀청과 대청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여 잠깐 휴식을 가진다. 간식을 먹으면서도 눈은 자꾸 건너 바라다 보이는 공룡과 용화장성으로 가진다.

올해에는 꼭 용화장성을 가야할텐데..... 갈수있을지? 희망을 가져본다.

희끗희끗 눈을 뒤집어쓰고 빛바라기를 하는 공룡과 용화장성의 능선이 살아 움직이는 파노라마가 되어 가슴속으로 밀려오고 ...

뽀드득~~ 뽀드득~~ 하얀 눈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없다.

러셀은 잘되있지만 힘은 힘대로들고 시간은 사간대로 늘어지는 더딘 움직임 끝에 거침없이 조망을 던져놓은 끝청에 오른다.

사진도 담아보고 따끈한 차한잔을 마셔보는 여유도 갸져본다.

얼마전부터 거리를 둔 이인호 집사님을 기다려 보지만 암만 기다려도 모습이 보이질 않아 강영희 집사님과 다시 중청을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도 바라보고~~ 웅장한 설악의 산세를 바라보면서~~

우린 축복받은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아치형 나무로된 곳에서 사진을 담는데 높이가 내 키의 높이다.

저 멀리 대청봉이 보이고 중청의 모습도 들어온다.

그곳도 오늘은 바람이 없는지 고요해 보인다.

몇몇의 사람들만이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2년전 여름!!

등산부가 공룡능선을 탈때 이곳에 머물렀을때는 태풍의 영향인지 휘몰아치는 바람때문에 무서워 밤에 화장실도 못갔었는데.....

 

대청을 향하여 오른다.

엎드려지면 코 닿을듯 하지만 20여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화채능선을 바라보니 지난 가을 그곳에 쏟아부었던 흔적들이 하나하나 스쳐간다.

대청봉을 위에두고 사진도 담아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청을 오른다.

하늘 높이 떠돌던 바람도 반가움의 포옹을 한다.

 

하늘을 머리에 인 대청봉!!

기쁨도 환희도 잠시......

사진찍고 바람에 쫓기듯 하산에 들어간다.

아까 차에서 본 일행들의 모습이 오색에서 올라오고 있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우린 해냈다.

경기를 해서 금메달을 딴 듯한 성취감이 솟는다. 

 

저멀리 대피소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남자등산객이 우리를 보며 빨리와서 커피를 마시라고 손짓을 하신다.

가까이 가서 보니 노승묵 집사님이셨다.

웬 자매님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처음엔 따님이라고 하시더니 알고보니 우리교회 자매님이었다.

집사님이 타주신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휴식을 갖는다.

그때 오색으로 오르던 홍세영 집사님과 후미 대장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도록 아직도 대청봉에 못오른 분이 있다니..... 그것도 산 잘타기로 이름난 홍집사님이.....

그간 산을 멀리하더니 실력이 드러난다.

옆에 계시던 남자등산객 한분이 음료를 대접해 주시더니 이번에는 지난 설에 고향에 다녀오다 거져왔다며 비료포대 하나도 건네주셨다.

올라오며 보니까 내려갈때는 맨 눈썰매 탈때라며.....

그렀잖아도 비료포대를 준비안해서 후회를 했는데 웬 떡이냐 하고 받아들고는 하산에 들어갔다.

조금가니 경사가진 하얀 눈길이 이어졌다.

비료포대를 깔고 천진난만한 소녀로 돌아가 신나게 내려가는데 중간에 그만 돌부리에 걸려 얼마나 아프던지......

지금까지도 얼얼하고~~ 앉았다 일어나면 아휴~~아휴~~ 아파지네요.

꽁꽁 얼어붙은 오색의 계곡!!

하얀 이불을 덮어쓰고 겨울잠을 자고 있는데~~

짖궃은 등산객들은 차그작~~ 차그작~~ 아이젠소리 울려대며 겨울을 깨우고 있다.

눈길이라서 위험하긴 해도 단숨에 달려온 내림길!!

눈길이라서 지루하지도 않고 ~~ 눈길이라서 관절의 고통도 없이~~ 즐거움을 더하여준다.

하산이 빠른 이인호 집사님은 어느새 닦아와 모습을 드러내고 이런얘기~~ 저런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걷다보니 관리소가 눈앞에 닦아온다.

 

아!! 우리는 해냈다.

주안 등산부 화이팅~~

 

♣참가인원 전용화,노승묵,이건태,장원근,곽연근,이인호,강영희,정지선,홍세영,장경희,한성인,홍지은,이경철,그리고 유혜정 자매님

 

 선두 6시간30분 후미 7시간30분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주님안에서 행복하시고 믿음으로 승리하세요.~~

'숲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날의 추억  (0) 2007.04.21
속리산에 그린 여름풍경화  (0) 2007.04.21
민주지산 두 번째 사랑이야기  (0) 2007.04.21
천상의 화원(태백산)  (0) 2007.04.21
천상의화원 태백산  (0) 2007.04.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