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년7월22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삼각산(북한산)
코스:불광매표소-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나한봉-증취봉-용혈봉-용출봉-의상봉-산성매표소
전국을 휩쓸고 간 지독한 장맛비가 지나가고 서울의 세상은 수줍은듯 안개로 가득하다.
생각지도 않던.....덤으로 하는 또 하나의 산행길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
연로하신 권사님이 계시기에 조금은 우려속에 시작된 산행이....
오늘도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2년전 등산부에서 산행한 코스가 너무 좋았었기에 재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그때는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도둑 입장을 했었는데......
오늘은 억울한건지 당연한건지 16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떳떳하게 통과한다.(하기야 2년전에도 떳떳하게 들어갔으니까 ㅋㅋ)
지난밤 한차례 빗줄기가 지나가고 찾아온 산속의 아침은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우리를 맞이하고 촉촉한 산길에선 곱게 아침 단장한 새색시처럼 수줍어 하는 원추리,산채송화가 싱그러운 내음을 선사하며 여름날을 축복한다.
비를 가리고~~ 바람을 가리고~~ 바같세상을 가리는 아늑함에서 오는 여름산행의 풍류 속에 내내 가리웠던 아늑함은 잠시 훌러덩 벗어버리고 훤한 이맛살 드러낸 바위암봉이 우뚝!!
사방은 온통 희미한 뿌연나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소리!!!!!1!
이시간 만큼은 우리들은 시인이 되고~~화가가 되고~~ 음악가가 된 기분이다.♪ ♪ ♬~~
하지만 어떤 언어로~~ 어떤 표정으로~~ 어떤 소리로 대자연의 숨소리를 담을 수 있겠는가?
매일 동네 뒷산에서 접해보는 리끼다 소나무(일본품종)와는 비교도 안될 자연 소나무의 축복을 받아가며 숲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 계곡에 맑은 물빛이 있고~~ 시원한 초록 바람이 있고~~ 아침을 굶은 님들에겐 허기 기운이 있고~~
계곡 한 모퉁이에 앉아 곽연근 집사님이 준비한 상큼한 귤로 입을 즐겁게~~ 귀도 즐겁게~~ 다리도 쉬고 있으니 즐겁다 한다.
지난번에 왔을땐 능선을 타고 계속 올라 갔었는데 이번에는 계속 계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올라가고 있다.
이정표를 만나 쪽도리봉과 향로봉을 구분해서 쪽도리봉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지만 다시 계곡을 건너게 된다.
계곡을 건너면 향로봉으로 가는 길인데.....계곡을 왔다갔다 여러번 샛길이 많아 결국은 계곡이 끊긴 너덜길을 타고 오르게 된다.
등산객들의 발길도 뜸하고 산공기도 시원하다.
가파른 언덕배기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은 등줄기를 흠뻑 적신다.
능선에 오르고보니 쪽도리봉은 한참 자나갔고 향로봉의 끝 구간이 나왔다.
출입금지 칸막이를 넘어 들어서니 아름다운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듯 가슴이 설레인다.
일행중 권사님들은 겁에 떨며 우리는 앉아서 간식을 먹고있을테니 다녀오란다.
곽집사님과 나만 달랑 뾰죽뾰죽한 향로봉 바위봉을 걷기 시작한다. 바위암봉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콩닥콩닥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고운님 만나러 가는 길 처럼.....가슴이 뛴다.
아기자기한 바위지대와 바위절벽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고 바라보는 조망 또한 발길을 잡는다.
2년전 왔을때는 쪽도리봉을 거쳐 20m의 직벽을 타고 올라 왔었는데......
오늘의 그 기대는 무너지고 능선을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대학시절 군대가기전 용아장성까지 다녀왔다는 곽집사님이 중간까지 잘 오시더니 도저히 못가겠다며 되돌아 서신다.
위험구간이 두 군데 있긴하지만 지난번 직벽코스에 비하면 담임 목사님 말씀대로 피의 새발이다.
나는 쉬운 코스가 있어도 일부러 난이도가 높은 곳을 택하는데..... 곽집사님 용하장성 다녀온 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문스럽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계속 능선길이다. 가끔 바위암봉도 만나고.....
위험구간은 반듯이 우회로가 준비되어 있다. 바위암봉을 만나면 권사님들은 계속 우회로 가고~~ 그러니 힘이 들 수 밖에.....
앞을 딱 가라막은 우뚝 솟은 비봉!! 커다란 집채만한 봉우리가 비봉이란다.
그 위엔 우뚝 솟은 비가 세워져 있는데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져 있었다.
다들 고개만 추켜들고 쳐다보고 있었다. 더러는 오르는 등산객도 있는데..... 밤에 내린 비로 인해 바위가 물을 먹어 몹시 미끄럽단다. 지난번에 왔을때도 비봉을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어 오르고 싶었다.
어느 구간이 위험한지 설명을 듣고 도전해 보았다.
바위를 오르는 것은 손 잡을때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조금은 겁이났지만 용기를 내어 드디어 위험구간을 탈출하고 말았다.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한 것처럼 기쁨과 환희가 넘쳐흘렀다.
저멀리 사모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면 넘어갈듯한 사모바위!! 볼수록 장관이다.
사모바위를 뒤에 두고 단체로 기념사진도 찍어본다.
문수봉을 가려면 대남문쪽으로 가야하는데 이정표를 보고도....
바위암봉이 이어진 삼천사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곽집사님과 나만 바위암봉을 타고 권사님들은 우회로를 이용했는데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지를 않아 곽집사님이 오던길로 되돌아가신다.
20여분을 기다리며 사방의 이곳저곳의 풍광을 눈에 담는다. 우리가 가는 능선 우측으로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한폭의 산수화처럼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아!! 저기는 무슨 봉우리까? 저기도 등산객이 다닐 수 있는 곳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우리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평한 곳에 자릴잡고 점심을 먹는다.
다들 배가 고픈지 맛있게 드시고 계신다.
나는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입맛이 별로다. 그래도 도시락 하나를 다 비운다.
밥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가득하다.
의상능선으로 가야하는데 갈 수 있을지?
연로하신 권사님이 계셔 걱정반,근심반이다.
계속되는 출발 서두름은 언제든 내입에서 시작된다.
문수봉쪽으로 가려면 능선을 타다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데 계속 내리막 길이다.
이상하다 싶어 위를 보니 산이 끝나가고 주차장이 보이는게 아닌가?(알고보니 삼천사 코스) 길을 잘못들었으니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하니까 그냥 내려가잖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우격다짐으로 살살 달래가지고 여기서부터는 달래기 산행이 시작된다.
나부터도 아무리 좋은길도 왔던길 되돌아 가는것은 지루해서 싫은데.....
문수봉으로 가려면 사모바위까지 후진을 해야 하는데.....장난이 아님....아휴~~ 흑흑
계획한데로 의상능선을 꼭 타야 하는데......
나 혼자만 그곳을 가고싶다기 보다 권사님들에게 꼭 그곳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라면 충분히 갈 수 있는데.....이걸 어떻한담?
살살 달래가면서 산행을 계속한다.
어디로 내려갈꺼냐며 물어오는 빗발치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은 콩닥콩닥 뛰어오고 ~~ 말로는 조금만 가면 된다고 하지만 .....
마음속의 욕심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눈은 천국이되 마음은 불안하여 지옥밭을 일궈놓고~~
문수봉을 위에두고 우회로 접어든다.
가파른 너덜길은 눈치도 없이 우리 앞에 던져놓고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시원한 골짜기 물을 내어준다.
생명수로 재충전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어미닭이 병아리 앞에서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도 못하듯이 눈치보기 바쁘다.
산성문에 이르러 문수봉은 바라만보고 의상봉쪽으로 향한다.
이 길도 평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불안한 마음은 더 계속된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능선이 아까 우리가 갔던 능선에서 건너다 보이던 그 웅장한 능선이었다.
지금 말하면 질려서 되돌아 설까봐 나 혼자만 알고서 시치미를 띄고는 이곳으로 접어들었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란 생각도 가져본다.
잠시 지나온 능선을 감격스레 갈무리하며 또 하나의 산성문을 지나니 항상 새롭고 그리운 것들.....
눈길이 머무는 곳이~~ 발길이 머무는 곳이~~ 다 아름다운 천상의 세계인 것을......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지친 그들의 모습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나만의 이야기도 너만의 이야기도 아닌듯.... 지쳐가는 그들의 움직임은 느린 그림처럼 굼뜨고 적당히 일그러진 서로의 얼굴에서 나의 얼굴을 그려보며 땀 흘린 만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행복이기에 즐기는 시간도~~ 고생한 시간도~~ 아끼질 않으려 한다.
저 멀리 의상봉이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바위암봉위엔 철계단도 보이고.....
곽집사님이 일행들과 함께 계시기에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만 앞으로 보이는 암봉을 바라보니 꿈만 같으신가보다.
안되겠다며 산성문까지 후진하여 산성매표소로 내려 가신단다.
항상 그렇듯이 앞으로 보이는 거리는 멀어보여도 거리상으로는 사실 그게 아닌데......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럼 나는 이리로 갈테니 산성매표소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고는 부지런히 걷기 시작한다.
마음은 편치않지만 이제서야 해방된 기분이다.
오르내리는 바위능선이 내 발아래 있는것 같았다.
거리상으로 볼 때 빨리 가면 내가 먼저 도착할거란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오르내린다.
내 페이스로 걷다보니 얼마나 상쾌하던지......
의상봉에 도착하여 여유있게 사진도 담아가며.....
저 건너 원효봉,염초봉,백운대,만경대가 바라다 보인다.
2년전 그곳을 올랐던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앞에 가던 남자등산객 두 분을 만났다. 열심히 내려가던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산을 참 잘 탄다나....
아마 나이를 알고 내가 할머니라는 것을 알면 더 한번은 놀라지 않았을까? ㅋㅋ
이제 내리막 구간이다. 조금 경사가 지긴 했어도 바위로 내려오는 구간이 너무 재미있고 스릴도 있다.
이젠 바위구간이 끝나가고 육로로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육로는 가파르지도 않고 한참을 이어진다.
아무래도 산성매표소를 지나친것 같아 사잇길로 접어들어 내려오니 저만치 산성매표소가 올려다 보였다.
시간을 보니 6시50분 장경희 권사님한테 전화를 해보니 아직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란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모습은 보이질 않고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해는 지고 어둠이 서서히 찾아오는데 휴대폰은 밧데리가 나가고 공중전화는 카드라 할 수도 없고~~ 왔다갔다 하는데 곽집사님이 매표소 아래서 올라오고 계신게 아닌가?
나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백화사쪽으로 내려가 여유있게 계곡에서 씻고들 계셨던 것이다.
아!!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산성매표소라고 했는데......
헐래벌덕 두 정거장을 달려오신 집사님과 다시 두 정거장을 걸어가는데 시골이라 정거장의 길이가 왜 그렇게 긴지?
아까 의상능선에서 되돌아 가신줄만 알았더니 그리로 가면 더 멀다고 해서 내가 내려온 의상봉쪽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천사같은 등산객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힘들긴 했어도 권사님들이 의상능선을 종주하셨다는 생각을 하니 감사하고 마음이 뿌듯합니다.
항상 그렇듯이 삼각산을 다녀오면 다른 산이 눈에 안들어 올까봐 걱정입니다.
지금도 삼각산의 모습이 눈에 아련합니다.
어려움속에서도 함께하시는 주님!!
좋은 일기 허락하시고 즐산,안산하게 하심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주안 특공대 화이팅~~
참석인원:곽연근,강중심,장경희,박명숙,권오숙,이경철
♣이인호 등반부장님의 노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인호: 수고하셨습니다...북한산의 백미코스를 다녀오셨네요...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선합니다...곽집사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글로 봐선 전력(?)이 의심스럽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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