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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2006!!지리산 종주(둘째날)

by 풀꽃* 2007. 4. 21.

종주 둘째날*^^*

 

언제:2006년7월27,28,29일(목,금,토) 둘째날날씨:맑음

어디:지리산 코스:세석 대피소-연하봉-장터목 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 대피소-유평리

 

어젯밤 내가 밥을 하고 있는 동안 강집사님 한테 대피소 입실 신고를 하고 오라고 하였더니 모포 두 장과 함께 번호표를 받아 가지고 왔다.

번호표와 모포 한 장을 들고 1호실 44번의 숙소를 둘러보니 1층에 있는 2층 다락방이었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기에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데 날씨탓인지 예약 할때와는 달리 자리가 텅텅 비워있었다.

9시가 조금 지났는데 피곤해서인지 모두들 잠이 들어있었다.

모포를 한자락은 깔고 한자락은 덮고 잠자리에 들어갔는데 다음날 알고보니 모포 두 장이 모두 내것 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강집사님은 모포 3장을 가지고 하나는 깔고,하나는 덮고,하나는 머리에 베고 잤단다.아이 억울해....

 

세석 대피소 출발(04시)

 

어젯밤 4시에 출발하자고 약속을 했다.

휴대폰 알람을 03시 30분에 맞춰났지만 02시에 잠이 깨어 잠이 오질 않는다.(알람소리에 주변사람들이 깰까봐)

아직 03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강집사님한테 문자가 온다.

아무래도 비가 올것 같다며 빨리 출발을 하자고 한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하늘은 잔뜩 어둠으로 가득하고 심한 바람과 안개로 자욱하다.

오늘은 우리 일행들과 이산가족이 되어 강집사님과 달랑 둘이다.

 

촛대봉 도착(04시15분)

 

비가 올꺼란 강집사님의 예측과는 달리 하늘을 보니 별빛 소나타가 울려퍼진다.

북두칠성과 수많은 별들이 세석산장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는듯 하다.

지난해에는 바람 한점 없이 고요했었는데 오늘은 날아갈 듯 처럼 몸을 중심을 잡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심하다.

촛대봉 봉우리가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데 강집사님은 그냥 눈도장만 찍고 가잔다. 말도 안돼~~여기까지 와서.....

어둠을 헤치고 올라가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님!! 눈도장,발도장,손도장까지 찍고 내려온다.

어제 비가 내린데다 바람까지 심하게 부니 헤드렌턴의 불빛도 운해로 가리워져 희미하다.

이 구간은 계속 큼직큼직한 돌로 되어있는 너덜길인데 조심해서 잘 딛어야지 잘못 딛었다간 넘어지기 쉽다.

지리산 종주는 돌로 시작해서 돌로 끝나고 또 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것 같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평평한 육로가 조금만 나오면 하는 말이 ....이런 길좀 걸어봤으면 좋겠다고 연실 되풀이 한다.

출발한지 한시간 정도 지나니까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세상은 다 나를 향해 열린듯 동쪽 하늘엔 지리의 비경이 들어온다. 가슴 뻐근한 감동이 되고~~ 환희가 되고~~ 기쁨이 되는 땀흘린 만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행복이 찾아온다.

강집사님과 나는 마치 우리가 사진 작가라도 된듯 한참을 착각에 빠진다.

그 순간들이 계속 지속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에 밝아 오는 여명은 지리의 비경을 조금씩 보여주고 촉촉한 산길에서 맞은 황홀한 일출은 숨조차 멎을듯 하다.

때론 엉금엉금 기어 오르면서 한참을 오르니 확트인 시야엔 파도처럼 흐르는 운해!! 마치 섬처럼 두둥실 떠있는 지리의 봉우리와 기암괴석들이 가던길 멈추고 마냥 눌러 앉아 머물고 싶은 심정이다.

지리의 아름다운 품안에서 자연의 풍요로움과 하나되어 남고 싶다. 이곳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아도~~ 영화를 보지 않아도 ~~ 하루하루의 삶이 윤기가 흐를것 같다.

다들 잠든 새벽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아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연하봉이 바라다 보이는 바위암봉에 서니 가슴속까지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바라보는 산하는 아름다운 한폭의 하얀 풍경화를 보는듯 가슴이 설레인다.

 

연하봉 도착(6시10분)

 

때묻지 않은 하얀 아침!!

연하봉 가는 길은 바람이 전하는 풀향기에 떠밀려 우리는 금새 숲의 일부가 된듯 초록빛에 잠긴다.

그 세상속 풍경들은 한폭의 전원처럼 평화로와 보인다.

연하평전을 올때는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지난해에 비해 꽃이 훨씬 적다.

 

장터목 대피소 도착(6시20분)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했는데 이번에도 간단하게 라면을 먹는다.

라면을 먹고 있는데 곽집사님 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강집사님 전화를 받고 강집사님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더니 비맞고 지리산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하신 것이다.

순진한 곽집사님 속고 또 속고..... 강집사님 이러다 양치기 소년 되는것 아닌지?

7시20분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한다. 제석봉을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 구간인데 아침을 먹고 바로 오르니 조금은 힘이들다.

장터목 까지는 시야가 아주 맑더니 이곳은 운해가 자욱하다.

복원공사로 여러군데 흙이 파헤쳐져 있었다.

제석봉 고사목 아래서 자라고 있는 풀들이 바로 송이풀 이라는 것도 오늘 알았다.

노고단 대피소 앞과 연하평전엔 지난해 보다 꽃들이 적은데 천왕봉 가는 길은 천상의 화원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황색 동자꽃이 매우 귀했었는데 올해에는 유난히도 동자곷이 지천이다.

 

천왕봉 도착(8시20분)

 

몇명의 등산객과 바람과 운해로 가득하다. 표지석 끼고 사진 몇장 남기고 대원사 코스로 접어든다.

지난해에는 대원사 계곡을 다 내려가도록 소 수의 등산객을 만났었는데 오늘은 어떨지?

 

중봉 도착(9시)

 

이곳을 오르는 구간도 야생화가 지천이다.

지리산 종주를 하다보면 시작부터 끝가지 야생화와 함께 걷게 된다. 아마 향기가 있었더라면 벌써 향기에 취해 쓰러졌을 것이다.

중봉에 도착하니 젊은 부부 등산객이 쉬고 있었다.

앞서간 강집사님이 기다리고 있을줄 알았더니 그냥 가버렸다.

부부 등산객 하는말!!

앞에 가신 분은 걷는 연습 하러 왔나보다고 말을 건넨다.

중봉에서 조금 가다 보면 줄로 묶어 놓은 곳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태극종주 하는 코스인데 그곳을 지나칠때마다 위원장님 생각이 떠오른다.

과연 올해에는 태극종주를 하실 수 있을지?

여기서 부터는 내리막 코스이다.

이곳의 풍광도 참 아름답다.커다란 구상나무가 우뚝우뚝 서있고 활엽수가 그 밑을 바치고 있다.

새들도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지 새들의 지저귐에 기분이 상쾌하다. 써리봉을 향하여 가다보면 그곳의 풍광이 설악산 화채능선의 풍광을 보는듯 하다.

이곳은 앞을 바라다 보는 풍광보다는 뒤돌아 보는 풍광이 더 아름다운것 같다.

아!1 물밀듯이 밀려오는 이 행복, 색색가지 끈으로 동여 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장엄한 풍경을 어떤 언어와 표현으로 담을 수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시간들을 생각하니 기쁨이 가득하다.

 

써리봉 도착(9시50분)

 

강집사님은 먼저 내려가 이곳에서 쉬고 계셨다.

그곳에는 외국인 등산객 한 분과 인천에서 왔다는 남자 등산객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사진도 찍어가며.....(강집사님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사귄 친구가 20명은 될듯....)

강집사님 하는말!!

오다보니까 긴 직벽코스가 있는데 작년에 위원장님께서 그곳을 어떻게 내려왔냐며 의아해 한다.(어떻게 내려오시긴 내가 엎고 내려왔지?ㅋㅋ한참을 웃었다.) 또 박명숙씨는 다리가 짧아 여기는 오면 안된다나.... ㅋㅋ

잠시 쉬고 다시 출발을 하는데 또 앞으로 빼기 시작이시다.

오히려 잘된듯 싶다.지난해에도 이 구간을 산행하면서 계속 혼자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구간을 참 좋아하기에 혼자 걷는 것도 좋을듯 싶다. 울창한 숲의 습기찬 바닥에서 자라나는 보라빛의 일월비비추!!

여기서 부터 치밭목 대피소 가는 구간은 일월비비추 군락지이다.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그들의 모습이 참 평화로와 보인다.

어제 한바탕 빗줄기 쏟아지고 난 뒤의 세상은 마치 유리알 처럼 투명하다.

지리의 향기가 내 속으로 기어들어와 삶의 일부로 자릴잡는다.

지각쟁이 새하얀 산목련은 황갈색으로 야위다가 하나씩,둘씩 꽃잎을 떨구었다.

알 수 없는 평안함이 나를 감싸고 지리의 옅은 땀은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고 있지만 그 땀 방울 조차도 정겹게 느껴진다.

 

치밭목 대피소 도착(10시45분)

 

내리막 코스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치밭목 대피소!!

작고 아담한 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여러명의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먼저 내려온 강집사님도 이곳에서 쉬고 계셨다.

간식을 먹고 샘터에 가서 손을 씻고 돌아오니 강집사님 벌써 출발을 한것이다.

대피소 주인 하는말!! 우리가 부부인줄 알고 집에가서 혼줄을 내어 주란다.ㅋㅋ

이제 이곳부터는 계곡의 발원이 되는 곳이다.

조금 내려가면 계곡의 물을 만나고 대원사 계곡의 하일라이트인 무재치기 폭포를 만난다.

 

무재치기 폭포 도착(11시45분)

 

등산로에서 0.1km 계곡쪽으로 내려가면 폭포가 나오는데 지난해에는 수량이 적어 별로 였는데 올해에는 수량이 많아 참 아름다웠다. 아름답다고 하기 보다는 장엄하다고 할까?

마침 두 명의 등산객이 있어 사진도 부탁했다.

 

5월 초순에나 볼 수 있는 연녹의 풍광!!

이곳의 계곡은 골이 깊고 길어 아직 나무들이 연녹의 빛을 띄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계의 풍광중에서 연녹의 풍광을 제일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 이 앞에 선 내가 행복이다.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과 울창한 숲!!

나무를 얼기설기 휘감고 오른 다래 넝쿨이 마치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그 풍광이 아름다워 가끔 고개를 추켜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군데군데 작은 창을 만들어 놓고 새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 내 발자국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도 같게 느껴진다.

혼자 걷는 제게 지리의 산은 제 품을 열어 산의 소리를 들려주고.....가끔은 산새들이 찾아와 길동무를 자청한다.

연하디 연한 연녹의 나뭇잎을 바라보며 눈물이 날만큼 황홀경에 빠지기도 하였다.

내 자신을 대자연속에 드러내 보였을때 ...... 언제나 변함없는 산은 커다란 위안으로 닦아 왔었고.....

산은 언제나 나에게 설레임이고 그리움이다.

한참을 지리의 품속에 푹 빠져 걷고 있는데.....

앞에서 올라오는 등산객 하는말!!

일행되시는 분은 벌써 저 앞에 가고 있단다. 강집사님이 만나는 사람마다 내 이야기를 하며 지나간 것이다. (ㅇㅇ살 먹은 할머니인데 노하우가 있어 산을 참 잘 탄다며...)

올라오는 사람들한테 인사받기 바쁘다......

지난해에는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 별로 없었는데 주말이고 또 장마가 그친 바로 뒤여서 등산객들이 몰리는것 같다.

종주를 하면서 제일 부러운 것은 가족 단위의 종주였다.

얼마나 보기가 좋았던지? 나는 이미 물건너 같으니까 강집사님 한테 민협이도 지금부터 연습시켜 한번 도전해 보라고.....

이제 유평리 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땀 흘린뒤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먼저 강집사님께 씻을 만한 곳을 안내 해 주고 나는 한참 내려와 지난해에 씻었던 유평리 계곡에서 제일 좋은 선녀탕에서 옷탕을 하였다.

물이 얼마나 차갑던지......발이 시려워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지리산 종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자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왕이면 일행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한 추억 여행!!

행복이란 책갈피에 끼어 넣으며...... 내년에는 화엄사에서 대원사로 도전장을 던지겠습니다.

함께 산행한 권사님,집사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등산부 영원한 기쁨조 강영희 집사님 화이팅 입니다.

 

좋은 일기 주시고 안산,즐산하게 하심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머지 일행들은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와 진주 고속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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