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년 8월25~26일 (금,토요일) 날씨:해,안개비,이슬비 다시 해
어디:설악산(공룡능선)
코스:첫째날:소공원-비선대-금강굴-마등령-나한봉-신선대-희운각-양폭산장-비선대-소공원
이튿날:소공원-비선대-금강굴-마등령-나한봉-신선대-희운각-양폭-비선대-소공원
산행시간:11시간 30분 누구랑:장원근,장경희,산소녀
♣첫째날
이틀전 내연산 산행을 하고 다시 설악의 품으로 들어간다.
공룡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것으로 보아 다시 공룡을 품을 때가 된것 같다.
금요일 06시30분
인천터미널에서 우등고속을 타고 속초로 향한다.
속초 터미널에 내려 이른 점심으로 해물탕을 먹고 버스를 타고 설악동으로 들어간다.
민박촌에서 소공원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소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물과 약간의 간식을 챙겨 가지고 버스를 이용해 소공원까지 갔다.
오늘은 워밍업겸 학교때 수학여행 하는 기분으로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를 오르고 비룡폭포를 갈 예정이다.
신흥사를 지날무렵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울산바위를 오른것도 꽤 오래됐다.
학교때 수학여행을 포함해서 이번이 네번째이다.
전에 왔을 때는 철계단의 폭이 좁아 매우 위험 했었는데 지금은 폭이 넓어 안전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더니 울산바위의 조망은 5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을것 같다.
울산바위를 오르고 내려오다 울산바위에서 만난 두명의 일행과 휴계소에서 도토리묵과 파전,
그리고 서비스로 나온 감자전을 먹고 비룡폭포로 향한다.
물을 퍼붓듯 긴 물줄기는 학교때 왔을 때와 조금도 변함없이 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함께한 일행들은 아직 숙소를 정하지 않아서 우리와 함께 차를 타고 우리와 같은 숙소로 들어왔다.
이틀전 내연산 산행을 해서인지 컨디션이 영 안좋다.
지금 같아서는 내일 공룡을 타기는 커녕 비선대도 힘들것 같다.
깔끔쟁이 권사님은 숙소에 들어오자 마자 샤워를 하고 입었던 옷을 빨기 시작한다.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띵하고 죽겠는데 권사님은 빨래를 빨면서 하는 말이
오늘은 내가 반장이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며 먼저 빨리빨리 샤워먼저 하란다.
밥을 하고 고기를 볶고 준비해 온 반찬을 차려 놓고 아까 밖에서 만난 일행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전화를 했다.
아까는 휴계소에서 그분들 한테 접대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답례로 저녁초대를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내일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일기예보에서는 중부지방엔 많은 곳은 200mm의 비가 내리고
남부지방에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서울은 한동안 소나기가 퍼부었는데, 이곳 날씨는 어떠냐며
안부를 묻는다.
♣둘째날 04시
모든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가려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전날 소공원까지 차를 부탁드렸더니 고맙게도 연락을 주신것이다.
소공원 매표소에 도착하니 안개비가 내린다.
매표소 직원한테 오늘 날씨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좋을 거라고 하신다.
04시20분 매표소를 통과해 비선대를 향해 걷다 다리를 건너기 전 비가 내려 우의를 꺼내 입는다.
헤드렌턴 불빛으로 들어오는 설악의 풍광은 사방이 검고 자욱한 안개뿐이다.
계곡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물흐르는 소리로 보아서 수량도 풍부한것 같다.
비선대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출발하기 전 산악회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희운각을 거쳐 공룡을 타고 백담사로 코스가 정해저 있었다.
05시20분 비선대 출발
우리가 갈 코스는 마등령쪽이라 금강굴쪽으로 접어들었다.
시작부터가 너덜길로 만만치가 않다.
나는 우의를 벗어 배낭에 넣었지만 권사님 부부는 나란히 판초를 입고 오른다.
비가 많이 오는것도 아닌데 이 오름길에서 우의를 입다니
벗으라고 몇번을 권했지만 비맞는 게 싫다면서 계속 고집을 부린다.
우중 날씨이긴 하지만 배낭을 내려 놓고 금강굴을 오르는데 조망은 그런데로 맑게 보였다.
깍아지른 철계단을 오르면서 사방을 둘러보니 설악의 아름다운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화채능선도 보이고 그 아래 권금성과 우뚝우뚝 솟은 기암괴석들이 나란히 나열을 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감탄이 나온다.
오름길에서 세명의 등산객을 만났는데 그들은 길을 잘못 들어 내려오고 있었다.
아까 비선대에서 만난 산악회 일행들인데 천불동 계곡으로 올라야 하는데
갈림길에서 금강굴 방향으로 들어서서 천불동 계곡으로 간다고 하기에
그러지 말고 우리와 함께 가다보면 일행들을 만나니까 되돌아 가지 말고 마등령 방향으로 길을 안내해 주었다.
조금 오르니 또 두명의 남자 등산객을 만났다.
코스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공룡을 거쳐 중청대피소에서 1박을 한단다.
우중날씨엔 일행을 만나는 것으로도 큰 버팀목이 되는것 같다.
70리터의 배낭을 메고 있지만 모습으로 봐서는 이제 막 초보 등산객인 것 같다.
너덜길로 된 긴 오르막길이 끝나고 능선에 올라 휴식을 갖는다.
2년전 공룡을 탈 때는 한계령에서 출발해 희운각을 거쳐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에서 백담사로 하산을 했는데
힘은 들지만 역으로 마등령을 거쳐 공룡능선을 타는 게 풍광은 더 아름다운것 같다.
능선길에서도 비는 계속 이어진다.
배낭 커버만 씌우고 걸으니까 내리쬐는 햇빛을 받고 산행하는 것보다 더 시원하고 좋다.
여름 우중산행은 신발에 물만 안들어가면 될수있으면 우의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마등령을 1.2km앞두고 권사님이 비가와서 도저히 못가겠다며 산행을 포기한다.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소리!! 이만큼 왔으면 힘든 구간은 다왔는데
그리고 산악 날씨는 변동이 심해 비가 오다가도 언제 그랬듯이 해가 나고 하는데...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여기서 이산가족이 됐다.
함께 했던 부부는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고 나홀로 산행이 시작된다.
비가 와서 밥은 보내고 사과 2개,귤 7개, 햄 이렇게 행동식만 챙기고 비가 와서 카메라도 권사님 편에 보냈다.
숙소에서 만나자며 서로 조심하라는 인사말을 남기며 헤어진다.
되돌아가는 권사님 부부도 그렇겠지만, 나 또한 이생각 저생각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번 지리산 종주때에도 그랬었는데 이번에도 또 이렇게 되고 보니 더더욱 마음이 상했다.
더구나 설악 공룡은 길도 험하고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산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선 안전해야 되니까 여러가지 생각을 가져본다.
내가 우중에도 공룡능선을 가겠다고 한 것도 단순한 결정이 아니고 생각이 있어서 였다.
첫째, 매표소를 통과할 때 직원이 날씨가 좋다고 했고
둘째, 나드리 산악회 70명의 등산객이 공룡능선을 타고 있고
셋째, 산악 날씨는 변동이 심해 비가 오다가도 괜찮을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마등령을 1km 앞두고 기암괴석 사이로 하얀 운해의 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한참을 넋 놓고 바라 봤다.
눈으로 마음으로 담기에는 너무 벅찬 순간이었다.
9시 마등령 정상에 남자등산객 5명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이른 아침을 먹은지라 허기가 돌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서
햇반 절반을 맛있게 먹고 귤을 답례로 건네 주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아지니 권사님 부부가 생각난다.
조금만 참았으면 함께 해서 좋았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능선을 거닐 때는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하는데, 일행들이 숙소에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걸음을 서두른다.
사방으로 우뚝 솟은 기암절벽을 바라보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비가 내릴 때에는 카메라를 보낸 것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그친 지금은 후회스럽다.
공룡의 허리쯤 가고 있을때 눈이 부시도록 햇살이 비춘다.
가끔 우중 산행을 하면서 비가 오다 날이 개이면, 우리가 산을 얼마나 좋아하나
하나님께서 테스트 하시나 보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새벽부터 비가 왔는 데도 공룡에는 부산 나드리 산악회 70명의 회원들과 그 외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했으면 여유있게 산행을 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조급하다.
신선대를 오르니 남루한 차림의 남자 한 분이 바위 위에 앉아 라디오를 켜놓고 앉아 있었다.
산이 좋아서 그러는지 아니면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러는지...
저 멀리 희운각 대피소가 눈에 들어온다.
무너미 고개에서 바로 양폭으로 내려 가려다 혹시 일행들이 희운각까지 올라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피소까지 가서 확인을 해본다.
마등령에서 9시30분에 출발했는데 이곳까지 3시간 20분 걸렸다.
소공원까지는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넉넉잡아 4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일행들이 기다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 최대한 속도를 내어본다.
양폭산장에 도착했을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해봤지만 일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번 내연산 청하골 계곡을 찾았을 때는 그곳이 더 좋아 보이더니 오늘 이곳 천불동 계곡을 눈으로 보니
이곳만한 곳도 없는것 같다.
천불동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천당폭포와 오련폭포, 그리고 크고 작은 무명폭포들이 줄지어 있고
은빛 물결의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도 같게 들려온다.
기다리는 일행들만 아니면 계곡에 내려가 맑은 물속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기다리는 일행들을 생각하니 손조차 씻을 시간을 아낀다.
계곡을 다 내려와 다리를 건너 그때서야 휴대폰을 켜고 전화를 하니
일행들은 숙소에서 나와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다리에서도 매표소까지의 거리가 한참을 이어지는것 같다.
3시50분 소공원 매표소에 도착한다.
희운각에서 정확히 3시간이 걸렸다. 1시간은 빨리 내려온 것이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4시40분 표를 끊어 놓고 땀 범벅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가 대충씻고 가지고 간 여벌옷으로 갈아입고 차에 올랐다.
얼마전부터 설악 공룡을 오르고 싶었는데, 이렇게 조급한 마음으로 산행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우중산행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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