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년9월23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지리산 삼신봉(1284m) 위치:경상남도 하동 코스:거림 매표소-세석평전-남부능선-삼신봉-청학동 산행시간(7시간)
삼일 전 청량산 산행을 하고 다시 산으로 향한다. 넘 멀리 있는곳 지리산!!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자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기에.....새벽 4시 이른 시간이라 남편의 도움으로 탑승장소까지 나간다. 도심속의 이른 새벽의 모습은 환한 불빛속에 고요하다. 차에 오르자 빈 자석에는 예약석~~ 예약석~~ 예약석~~ 예약석~~ 앞자리에는 예약석이 차지하고 뒷자석 가까이 자리를 한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이면 산에다 투자를 하는 장경희 권사님!! 이번에는 휴무를 어떻게 마련했는지......특별산행,보너스 산행을 하게된다. 12시까지 근무하고 이 새벽에 산으로 향하는 권사님을 내어놓는 남편 집사님은 물가에 어린 아이 내 놓는 것 처럼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다. 그런걸 보면 내가 장원근 집사님 한테 인정을 못 받은것 같다. 장원근 집사님 날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지..... 옆에 돌보아 줄 사람이 있을땐 내가 외면했지만 오늘은 단 둘인데 괜한 걱정을 이른 새벽부터 하고 있다. 권사님이나 나나 자다가도 산에 가자면 벌떡 일어날 사람들이다.
이른 새벽이라 수면 보충을 하라고 소등을 한다. 눈을 감고 잠을 시도해 보지만 정신만 말똥말똥 잠은 근처에도 안온다. 이어폰을 끼고 복음성가를 듣는다. 그런데 이른 새벽부터 웬 에어콘을 켜는지.... 장권사님은 자켓이나 준비했지 나는 어떻하라고? 이궁리 저궁리 하다가 배낭커버를 꺼내 어깨에 걸치니 그렇게 따듯할 수 가..... 마치 고아텍스 자켓을 입은 것 같다.
덕유산 휴계소에서 아침식사를 하라고 30분을 준다. 휴계소 음식이 싫어 차안에서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였다. 그런걸보면 나도 까달쟁이에 속하나....ㅋㅋ 지리하게 달려온 들머리 거림 매표소!! 쾌청한 햇살과 지리의 맑은 공기가 우릴 반긴다. 녹색의 나뭇가지 사이로는 파아란 하늘이 열려있고 옷깃으로 스치는 찬 공기는 가을을 알린다. 등산로 입구부터가 너덜등로로 시작된다. 조용하던 숲속 세상은 우르르 찾아든 사람들로 고요를 깨우고 구월의 불어오는 바람속에는 아름다운 단풍의 빛갈들이 실려 오는듯 하다. 벌써 가을의 향기같은 것들이 내 속으로 기어들어와 삶의 일부로 자릴잡는다. 오늘은 권사님한테 속도를 맞추니 조금은 여유로운 산행길이다. 돌길로 이어진 산길에 도토리들이 아직도 파랗다. 며칠전 청량산 도토리는 갈색빛을 띄었는데..... 그곳 도토리와 비교가 된다. 눈에 띄는대로 주워 배낭 옆구리를 채운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등로는 계속 너덜길이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돌을 밟아야 될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계곡의 맑은 물빛과~~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살랑 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소리같이 느껴진다. 도심속의 기온은 오늘도 몹시 더울텐데.....이곳 산속의 기온은 초가을의 찬공기로 피부를 시원하게 해준다. 초록빛 세상은 한없이 고요하고 알수없는 평안함은 나를 감싸고 지리의 깊은 산속으로 자꾸만 자꾸만 빠져들고 있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 땀방울 조차도 정겹게 느껴진다.
남부능선과 세석대피소의 갈림길!! 세석평전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초가을 세석평전의 모습은 또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입구부터가 나무들이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가을 야생화들이 어여오라고 우릴 반긴다. 아기자기한 등로 양 옆으로 보라빛,하얀빛 들국화들이 가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세석대피소가 올려다 보인다. 촛대봉도 보이고 ...... 그 아래 세석평전에는 벌써 오색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가슴이 벅차온다. 이 짧은 시간에 이 많은걸 담기에는 너무 벅차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풍광을 디카에 담는다. 여러 각도로 담아도,담아도 아쉬울 뿐이다. 마음같아선 세석평전을 번쩍 들고 가고 싶은 심정이다. 찍고 찍고 찍어도 아쉬운 사진이....메모리 부족으로 더 이상 찍을 수가 없게 되었다. 에고~~ 에고~~ 다들 세석산장은 눈도장만 찍고 되돌아섰는데 우리는 눈도장,발도장까지 찍고 대피소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권사님이 준비한 꼬마김밥을 먹는다. 꼬마김밥을 보니 우리 도현이 생각이 난다.
언제 와 봐도 푸근하고 평안한 느낌을 주는 세석평원!! 마음같아선 며칠 묶었다 가고 싶은 심정이다.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걸으면서도 미련이 남아 몇번이고 뒤돌아보면서 오월 철쭉이 피면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면서 세석을 떠나보낸다. 지난해 삼신봉에서 바라다본 길고 아름다운 남부능선의 모습!! 오늘 그 속으로 들어간다. 아기자기한 산길을 따라 말 그대로 능선으로 이어졌다. 오르고 내리는 구간도 없이 편안한 길이다. 가끔은 전망대에 올라 지리의 모습을 가늠도 해본다. 가깝게는 촛대봉이 보이고 노고단,반야봉,천왕봉까지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광양 백운산 이란다. 지리하게 긴 남부능선!! 양 옆으로 가려진 나무에 의해 조망권을 침해하고 쭉쭉 뻗은 산죽나무는 시골 골목길을 연상시킨다. 이제 가는 여름의 녹음을 걷어내려는 흔들림과 추운 겨울을 걱정하는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쓸쓸해지는 계절의 의미를 가르켜 주고 있다. 삼신봉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고사목의 어우러짐 속에 우뚝 솟은 삼신봉!! 삼신봉 바로 아래는 검은색의 비문이 새겨져 있다. 산이 좋아~~ 산이 좋아~~ 산이 좋아~~ 란 글귀와 함께..... 삼신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지리의 모습이 다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천왕봉의 모습과.....멀리는 삼천포 앞바다까지도 들어온다. 특히 삼신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남부능선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산님께서도 넋놓고 남부능선을 바라보다 변을 당한것은 아닌지?
지리산에 오면......노고단,반야봉,세석평전,연하봉,제석봉,천왕봉 오르는길,삼신봉. 이곳을 오르면 공통점이 있다. 내려가고 싶지 않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리 머물러 있어도 질리질 않을 그런 풍경이다. 삼신봉에서 청학동까지는 짧은 내리막 구간이다. 경사가 급한 길로 내려서면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깔끔쟁이 권사님은 물소리가 들리자 씻을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내려갈길이 아직도 멀었는데 씻고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주차장에 내려가 씻어도 충분한데 어린아이 보채듯이 계속 보채기에 내가 한마디 거든다. "물은 아래로 흐르지 절대로 위로 안흘러 간다고.....ㅋㅋ 청학동 주차장에 내려와 지리의 땀을 씻고 식당에 들어가 산채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는데 토속적인 음식맛이 정말 환상입니다. 전통의 맛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넘 멀리 있는곳 지리산 삼신봉!! 지리품이 그리워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잠은 부족하였지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지리의 초가을의 모습을 마음속 가득 담아 왔습니다. 안산,즐산하게 하심을 주님앞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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