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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영남알프스 종주(첫째날)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6년 9월 29일~30일 (금요일~토요일)  날씨:맑음

어디:영남알프스 운문산(1188m)가지산(1240m)능동산(982m)천황산(1189m)재약산(1189m)신불산(1208m)간월산(1083m)

위치: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경상남도 울주군 상북면

코스:운문산-가지산-능동산-샘물산장-천황산-재약산-고사리분교-죽전마을-신불산-간월재-간월산

지리산 종주 이후 영남알프스의 대한 집착이 내내 따라 다녔다.

이틀동안의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집안일들과 이틀동안의 여백을 최대화 시키기 위한 준비들로 분주하다.

 

영남알프스!!

바라보기만 할때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문턱을 넘는 지금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음껏 상상에 나래를 펴면서 그 어느 산행때와 달리 어린시절 소풍가듯이 잔뜩 기대에 부풀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19시 집결장소인 부평성전에 모였다.

이틀동안의 장거리 산행인지라 모두들 관심은 배낭에 가 있는듯 하다.

서로의 배낭을 들어보며 무게를 비교 해 본다.

지리산 종주때 배낭이 너무 무거워 짐을 줄이고~ 줄이고~줄인것이 10kg이다.

지리산 종주때보다 4kg이 가볍다.

여장로님의 배낭을 들어보니 내 배낭의 절반의 무게도 안된다.

그건 종주행 배낭이 아니라 마치 학교때 수학여행 떠나는 배낭같다.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밀양 청림산장에 도착했을땐 거의 새벽 1시가 다되는 시간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 놓았기에 늦은 시간인데도 산장주인은 손님 맞을 준비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운동장 만한 커다란 방에는 난방도 적당히 되어있고 우리 인원이 수용하기에는 적당하였다.

대충 씻고 새벽 기상시간을 두시간 앞두고 잠자리에 들지만 코 고는 소리만 귓전을 때릴뿐 잠은 오지않는다.

잠자리를 뜨면 잠을 못자는 나에겐 그 코 고는 소리가 행복의 소리로 들려온다.

 

04시 알람소리에 모두들 일어난다.

해물 순두부찌게와 아침밥을 해서 먹고 점심은 각자 비닐팩에다 준비했다.

 

청림산장 출발 (05시40분)

가느다란 새벽불빛이 흘러나오는 청림산장을 출발해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여장로님,위원장님,이근배 집사님,고재근 집사님이 앞에 서시고 뒤이어 이건태 집사님,곽연근 집사님,내가 중간 대열에 서고 장원근 집사님 부부가 뒤를 잊는다.

 

어둠속으로 불어오는 바람속에는 가을의 향기가 한층 짙게 배어있고 계곡의 물소리와 새벽 아침의 맑은 공기가 나의 영혼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물들이고 있다.

어둠을 쫓아내는 여명의 빛들이 나뭇가지를 비집고 스며들땐 곱게 아침단장한 새색시처럼 수줍어 하는 산꽃들에서 풍겨나는 싱그러운 내움이 우리를 축복하고 있다.

 세 팀으로 나늬어져 중간대열에서 호흡을 맞추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그림같이 펼쳐지는 아침 풍경이 가을임을 알린다.

아직은 푸르름이 더 강한 나뭇잎들 사이로 간간이 단풍이 붉으스레 은은히 물이 들어있다.

협곡사이로 보이는 것은 조그만 하늘과 머리위에 걸려있는 풋풋한 단풍들뿐......

자연이 그려내는 이 아름다운 산수화 한폭에 힘들었던 발걸음도 녹아내린다.

앞에 선 사람도~~ 뒤를 따르는 사람도~~ 거리감이 있어선지 고요할 뿐이다.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선것 같다.

사람들이 오른 흔적은 있지만 개척산행을 해야만했다.

물이 끊긴 계곡을 타고 오르다 한참후 그곳마저 막혀버려 다시 숲속을 비집고 탈출로를 만들며 오른다.

가끔은 우리같은 사람도 있는듯...... 사람이 지나간 흔적도 보인다.

오직 희망이란? 능선이 가깝게 올려다 보이는 것 뿐이다.

이제까지 오른것에 비하면 능선의 거리는 다 온 셈이다.

 

억산과 운문산이 이어지는 좁은 능선길에 올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첫번째 휴식을 갖는다.(과일을 먹으며)


조금가니 돌탑이 보이고 우측으로 제대로된 길이 보였다.

(그리로 올라왔어야 하는데..........아휴~~휴~~)

로프가 달려있는 바위벽을 지나 운문산 정상에 도착했다.


 

 

 

 운문산 정상(8시20분)

 

온갖 세상의 아름다움이 그 길 위에 있었다.

돌로된 잘 생긴 표지석은 외로움도 없이 편안하고 그윽한 얼굴이다.

하얀 구절초와 보라빛 쑥부쟁이가 가을을 수놓고 출렁이는 은빛 억새가 한껏 머리를 풀어 헤치고는 일렁인다

일행들한테 연락을 해본다.

선두팀과 후미팀이 만나 함께 뒤에 오고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후 한시간씩이나 기다렸는데도 오질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빨리 올랐다 해도 이 시간이면 올 때가 됐는데.......

한편으로는 앞에 가면서 우리를 골탕먹이려고 그러는게 아닌가? 란 생각도 들었다.

9시20분 일단 메모와 우측으로 화살표를 해 놓고.....

그 아름다운 꽃들과 이별을 하고 적당히 가을 빛으로 물이든 오솔길을 따라 능선의 산길로 내려선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좁은 오솔길은 걸음을 걸을때마다 옷을 적시며 아직 아침임을 알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리막의 경사는 급하여 지고 사람이 다닌 흔적은 산꾼들을 이끄는 리본만이 드문드문 눈에 띄인다.

혹시 길을 잘못들은 것은 아닌가 하여 얼마전 이곳을 다녀간 이인호 집사님한테 전화를 해보지만 마을을 앞에두고 계속 내리막 길이란다.

그래도 그렇치 그 유명한 영남알프스 종주길인데......

가면 갈수록 길도 험하고 마치 대간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상에서 1시간 20분 만에 험한 내리막길이 끝나고 새로운 길을 만났다.

방향을 잡기위해 지도를 펼쳐본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눈앞에 딱 버티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실망을 가져다 준다.

아까 우리가 초입에 오를때 보았던 바로 그 바위였다.

커다란 바위위에는 보라빛 쑥부쟁이가 바위정원을 그려놓은 정구지 바위였다.

아 !! 어떻게 이럴 수가? 새벽부터 4시간 동안을 걸은것이 가지산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운문산을 원점회기 산행을 한 것이다.

운문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내려갔어야 하는데........

뒤에오는 일행들도 우리의 뒤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뒤에오는 일행들은 다시 차를 불러 다음 코스인 가지산으로 간다하고 우리 팀들은 다시 운문산 정상을 오른다고 한다.

지도상에 나와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 한다.

나는 너무 힘들게 오른 산행이어서 처음에는 차를 타고 가지산 입구까지 간다고 하다가 잠시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하면 종주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아무리 힘들어도 1시간 30분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아까 길을 잘못들은 것도 확인하고 싶고해서 결정을 내렸다.

오르면서도 어디에서 길을 잘못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걷던 길을 다시 걷는 것처럼 지루한것도 없다.

반복되는 너덜길과 오름길은 여전하다.

드디어 원인이 밝혀졌다. 마지막 계곡을 건너 오름길로 접어들어야 했는데 아까 우린 계속 계곡을 타고 오른것이다.

경사가 지긴했어도 이렇게 좋은 길을 나두고 잠깐의 실수가 고행길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상운암에 들러 가장 물맛이 좋다는 물도 마시며 물보충을 한다.

다시 오르는 길이 힘은 들지만 마음 한켠엔 바른 길을 찾은 뿌듯함과 종주의 길을 이어간다는 뿌듯함이 자릴잡는다.

 

운문산 정상 도착(12시40분)

 

정구지 바위에서 휴식시간 포함해서 딱 두시간이 소요됐다.

처음 하산시간 1시간20분을 포함하면 3시간 20분,거기다 정상에서 기다리는 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4시간 20분을 소비한 셈이다.

에고~~에고~~

정상에서 왼쪽길은 바로 내리막길이다.경사가 급하기는 하지만 풍광 또한 아름답다.우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자연에 동요되어 사진도 찍어가며 마음껏 여유 아닌 여유도 부려본다.

오던길 뒤돌아 올려다보며 아름다운 풍광에 뿌듯한 환희와 감동도 갖아본다.

운문산과 가지산은 바로 연결이 된다.

 

가지산 입구 도착(1시25분)

 

잠시 휴식을 가지면서 간식을 먹는다.

뒤에오는 일행들은 다시 숙소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한잠 잠을 잔 뒤에 가지산을 오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석남터널로 가지산을 오르면 우리와 만나 되돌아서 함께 능동산으로 가면 된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길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힘들고 여름이 떠난 자리엔 아직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운문산 정상에서 바라볼땐 가지산 정상이 좌측으로 보였는데 올라와 보니 우측 방향이었다.

조금은 경사진 사면을 지나 가지산 능선에 다달았다.

아직은 수줍은듯 은은히 붉으스레 물드는 오솔길 속으로 가을이 묻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얀 구절초,보라빛 쑥부쟁이의 눈인사 건네며 물드는 단풍을 따라가는 가을의 상념,이래저래 즐거운 산책길이다.

기암과 억새의 조화로운 향연!!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꽃망울이 보일락 말랑했는데 벌써 그들은 성숙한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가지산 정상을 보고 걷노라면 우측 앞으로는 능동산이 눈에 들어온다.

소의 등모양을 갖춘 능동산의 모습은 서슬 푸른 초목의 푸르름은 벌써 그 강렬한 빛을 잃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다갈색의 가을 색조로 바뀌어 간다.

추억을 수놓으며 걷는길~~  설레임을 안고 가는길~~

가을 햇살속에 온 몸을 담근 채 물끄러미 가을이 익어가는 가지산을 바라본다.

가지산을 밟았다는 벅찬 감격과 함께 익어가는 가지산의 가을마중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정상이 가까올수록 풍광은 더없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소중한 우리의 시간들은 흐르고 있다. 그냥 흘러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마음에 담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에 담는다.

 

 

 

가지산 정상(3시50분)

 

하얀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가지산 정상!!

정상 바로 아래는 허름한 산장이 있고 좌측으로는 쌀바위가 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로는 능동산이 이어진다.

우리일행들 가지산을 오른다더니 가지산은 건너뛰고 석남터널에서 곧바로 능동산으로 오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 밀양 얼음골 관광을 하고 이제서야 석남터널에서 능동산을 오를 모양이다.

관광도 좋지만.......그렇다고 영남알프스 종주를 하러 온 산님들이 관광을 하고 있다니......

타이틀만 그럴사하게 해놓고........ 아휴~~ 말도 안돼.....

능동산을 거쳐 오늘 우리가 묵을 샘물산장까지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중간중간 간식으로 배는 채웠지만 싸서 가지고 온 밥은 아직도 배낭안에서 뒹굴고 있다.

가지산이 끝나고 석남터널에서 올라오는 능선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자리를 폈다.

아침에 밥을 받아들땐 대수롭게 여겨지더니.......

물에 말아서 먹는 밥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꿀맛이었다.

 

능동산 입구(5시25분)

아예 식사를 마치고 헤드렌턴을 준비한다.

야간장비는 준비됐는데...... 풍광을 볼 수 없는 것이 사뭇 마음에 걸린다.

능동산을 오르는 마지막 발걸음이 거칠게 없다.

뉘엿뉘엿 해가 서산으로 기울며 모두들 걸음들이 빠르다.

운문산과 가지산 자락의 능선도 먹구름에 가려 멀어진다.

산행의 끝자락에 서서 붉게 물들어 구름속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다.

한시간 만이라도 더 버텨 주었으면 좋으련만........야속하기 그지없다.

어둠이 찾아와 능동산의 풍광을 못보면 어떻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능동산은 별다른 풍광도 없이 가지산과 천황산을 이어주는 다리 역활을 해 줄 뿐이다.

 

능동산 도착(18시25분)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정상석끼고 잽싸게 기념찰영을 하고 야간산행 할 준비를 한다.

헤드렌턴을 켜고 먼저 출발을 한다.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적막한 산정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

15분 정도를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났다.

샘물산장과의 거리는 임도로 40 여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

야간산행에선 산길보다는 임도를 걷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임도 위를 밝혀주는건 헤드렌턴의 불빛과 달빛뿐이다.

한참을 걸으니 우리가 걸어가는 앞쪽에서 불빛이 비쳐지면서 차가 오고 있다.

우리 앞으로 닦아오자 차를 돌린다.

예감에 산장에서 우리를 태우러 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걸어서 가면 20분은 족하게 갈 거리를 차를 타고 편하게 샘물산장에 도착했다.

 

샘물산장 도착(7시30분)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벌써 저녁식사를 끝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심 후한 산장 주인은 씻으라고 가마솥에 물도 데워놓고~~

방은 찜질방 이상으로 펄펄 끓었다.

쥔장 아줌니의 맛갈나는 음식 솜씨와 훈훈한 인심이 우리의 피로를 조금은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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