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년10월11일 (수요일) 날씨:맑음
어디:천관산(723m)
위치:전라남도 장흥
코스:천관사-구정봉-대장봉-천관산(정상)-봉황봉-장안사-장천동휴계소
천관산은 지리산,월출산,내장산,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중 하나다.
산이 바위로 이루어져 봉우리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아기바위,종봉,천주봉,관음봉,선재봉,대세봉,석선봉,돛대봉,구룡,갈대봉,독성암,아육탑 등을 비롯 수십개의 기암괴석과 기봉이 꼭대기 부분에 비죽비죽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정상에서 남해안 다도해 영암의 월출산,장흥의 제암산,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부근으로 억새밭이 5만여평 장관을 이룬다.
산의 크기는 월출산 보다 작지만 월출산에 버금갈 정도로 기암괴석이 많은 산이다.
추석연휴로 분주했던 지금 내 머리는 아직도 혼돈의 아수라장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추석연휴 끝내고......
영남알프스의 밀린 숙제(산행기)하느라 어제,오늘 연이어 분주하다.
산행보담두 산행기 쓰는게 더 힘들게 느껴지지만.......
산행기를 씀으로 인해 산행의 대한 기억이 오래오래 남겨지므로 이젠 산행을 하고 나면 산행기 쓰는것이 당연한 것으로 익혀져 있다.
산행이 중독이라면 산행기 또한 중독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이틀전에 산행예약을 했건만 벌써 예약이 완료되고 예비예약자 명단에 들어갔다.
꼭 가 보고 싶었던 산이기에 연락올때만 기다리는데 7시가 넘어도 연락이 오질 않는다.
산행기를 써서 올리는데도 마음은 온통 그곳에 집중된다.
가게되면 마음의 준비라도 해야 하기에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본다.
"내일 산행 가능한지요?" 곧바로 내일 나오라는 수신을 받고 벌써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산행기를 올리다말고 바지와 장갑을 빨고 ~~
물은 어제 얼려 놨으니까 간단히 나머지 준비를 한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마음같아선 푹 쉬고 싶지만.......
산행기를 이미 시작을 했으니 맞쳐야 하므로 손놀림이 바빠진다.
오늘따라 남편은 늦게 들어오면서 식사를 밖에서 했다는 소리가 왜 그렇게 반갑게 들리는지......
이렇게 해서 10시에 산행기를 완료하고 검토 할 시간조차 없다.
급한 마음에 오타도 많이 나왔을텐데.....(이튿날 점검해 보니 장난이 아님)
앞뒤로 빨간글씨 통통했던 추석연휴 동안 꼼작 못하게 했던 연휴가 물러가고 또다시 시작된 일상속에.......
꼭두새벽!! 달콤한 눈맞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산길을 나선다.
오래전부터 꿈꾸듯 이끌리는 그곳!1
오늘 그곳으로 떠난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떠나는 산행길~~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난 천관산 억새!!
오늘은 산행보담두 더 힘든것이 차안에서의 시간이다.
차창밖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농부들이 빚어낸 황금들녁이다.
풍요의 나락으로 가득 채워진 그 풍경을 보면서 벌써 마음도 풍요로와 진다.
한쪽에서는 싸리가 빛을 바래가며 시들어 가고 있는데 어디쯤에선가 이제 싸리꽃이 한창이다.
같은 꽃이라도 지역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달라지는 것은 싸리꽃의 특징인것 같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은 구불거리고 한참을 오르다 보니 비죽비죽 암봉이 솟아있는 것으로 보아 천관산 임을 알 수 있었다.
천관산 들머리 입구 도착(11시35분)
습지에 천관산을 대표하는 롱다리 억새가 우릴 반긴다.
숲속의 좁은길은 띠를 잇는 산님들로 흙먼지 폴~폴~ 날리고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10월의 한낮 기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린다.
엄마염소,아기염소 한낮 산책길에서 우르르 몰려든 산님들을 보자 위협을 받아 음매~~♪♬ 음매~~♪♬ 울어대는 울음소리가 말 그대로 아기염소 울음소리다. 아이 귀여워~~
잡목들이 어우러짐 속에 오르는 오름길은 참으로 포근하다.
신선하고 상쾌한 남도의 산공기로 자리바꿈 해가며 오르는 길은 더덕향으로 가득하다.
두 눈 부릅뜨고 두리번 거려봐도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 더덕이 야속하기만 하다.
힘없는 매미의 울음소리 뒤로 여기 툭~ 저기 툭~ 던져 놓은 듯한 바위암봉은 예술가의 작품처럼 기기절묘하며 마치 수석전시장을 떠오르게 한다.
인간의 솜씨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산수화 같은 조각품들이 보면 볼 수록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오목조목 깔려있는 바위능선과 아직은 풋풋하게 물들어가는 색조의 어우러짐속에 능선에 도착했다.
기암과 억새의 조화로운 향연!!
길게 이어진 능선길은 멀리서 올려다보니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한겨울의 눈꽃이 핀것같이 느껴진다.
천상을 걷는 듯한 아름다운 억샛길!!
마치 새로운 세상을 찾아드는 느낌이다.
억새를 보는 순간 어느 갈피에 끼어져 있었는지 모를 낭만이 떠오른다.
풍요는 가을 들녁에만 있는 것도 아닌 듯 눈길 가득 풍요를 즐긴다.
여기저기서 들리어 오는 탄성소리!!
눈물이 날 만큼 황홀경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이 시간 만큼은 우리들은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고~~ 음악가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어떤 언어로~~ 어떤 표현으로 ~~ 어떤 소리로 대자연의 숨소리를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먹은것 없이 배부르고 가진 것 없이 뿌듯하고~~그 속에 잠시 머물고 배회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깊은 산중에서 누리는 이 황홀한 기쁨이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일깨워 줄것 같다.
가던길 멈추고 마냥 눌러 앉아 머물고 싶어진다.
땀 흘린 뒤 바람결에 널어 놓은 얼굴엔 뿌듯한 행복이 가득하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바람이 전하는 억새향기에 떠밀려 전망대에 서니 가슴속까지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들녁의 그림들이 우리의 눈을 ~~ 맘을~~ 풍요롭게 해준다.
풍요를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억새와의 이별........
하산길로 접어들면서 억새와도 이별이 시작된다.
한번 오기엔 머나먼 곳이라서 오래오래 기억에 새겨두고 싶어 연실 뒤를 바라본다.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처럼 아쉽고 머무를 수만 있다면 영원히 머물고 싶은 그곳!! 천관산과의 이별을 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내리막길로 이어진 하산길은 흙먼지 폴~ 폴~ 날리며 지루함이 찾아오고 숲속길로 이어진 양옆으론 동백나무 숲이 남도(南都)임을 알린다.
계절의 변화를 거부하는 건 청솔과 산죽들이다.
푸른숲과 이글거리는 태양이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날을 기억하게 한다.
천관산!! 억새꽃과 풋풋한 단풍이 어우러져 너무도 멋진 가을날.....
좋아하는 산행을 하게되어 너무나도 행복하다.
오늘저녁 눈을 감으면 찰랑거리는 은빛 억새의 물결이 꿈속에서도 일렁일것 같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6년 10월12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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