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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숙제로 남겨진 신불공룡과 영축산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6년11월8일(수요일) 날씨:맑음

어디:영축산(1059m)

위치:경상남도 밀양

코스:등억리-홍류폭포-신불공룡-신불산-억새군락-영축산-지산리

 

 

숙제처럼 남겨진 신불공룡과 영축산!!

가지 않았던 길의 기대와 설레임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는다.

지난번 영남알프스 종주를 하면서 시간관계상 하지 못했던 영축산 산행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날들을 기다리며 설레임은 기쁨으로 구체화 되었다.

원래는 들머리 코스가 간월재로 되어 있었는데 신불공룡을 오르기 위해 등억리로 바꾸었다.

내게 운이 있어선가? 이번 산행은 나에게 맞춤형 산행이 된것 같다. 많은 시간을 가슴앓이를 하며 그렇게 꿈꾸었던 그 길과 이자리는 상상보다 더 아름답고 값진 길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은 항상 마음이 설레기 마련인가보다.

 

가을바람에 농익은 나무숲은 형형색색으로 산등성이를 두텁게 덥고 있고 가을 가뭄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센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야 할 홍류폭포에도 가뭄으로 물줄기는 겨우 바위벽을 흐를정도로 인색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갖게한다.

폭포가 지나면 악명 높은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곳의 오름길이 한참을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오긴 하였지만 나의 체력 부진인지 있는 힘을 다해 걸어도 속도가 나질 않는다.

연이어지는 오름에도 지치지 않음은 공룡을 품으러 가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된비알길은 공룡능선 입구까지 이어지는데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능선을 얼마 앞두고 로프구간이 세곳 있는데 두곳은 수락산 기차바위를 연상케 할만큼 길게 늘어져 있다.

깍아지른 암벽에 올라서니 발 아래엔 울산 시내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조망된다.

 

가을햇살이 내려앉은 칼바위 능선!!

이름값을 톡톡히 할만큼 뽀족뾰족한 형태를 이루며 눈부신 태양아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두 눈 똑바로 가지고 집중을 해야지 아니면 위험을 가지고 올것만 같았다.

푸른 하늘을 이고 가슴으로 달려드는 바람소리도 기꺼이 포옹하면서 공룡의 등줄기를 걸으며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성경에 나오는 "태초"란 말이 이런 풍경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그 광경은 천지창조란 그림으로 내 앞에 펼쳐지며 주님의 섭리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단풍이 온통 붉다고 예쁜건 아닌것 같다.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짐이 자연이 보여주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인것 같다.

 

조금은 낮설지 않은 이곳 영남알프스!!

모든게 정겹게 다가온다. 스쳐가는 미풍마저 고이 간직하고픈 마음이다.

몸은 가는데 마음이 남아.....두발 가지런히 모으고 뒤돌아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그 길 위에 흔곤히 내 땀과 발자국을 남기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본다.

40여분을 공룡의 등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신불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 신불산 정상도 겨울에는 소백산 비로봉 바람 만큼이나 거셀것 같다.

다갈색으로 채색된 가을 길에서 내려다 보는 간월산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정성스레 한 돌,두 돌 쌓은 돌탑!! 세상 어디서나 굴러다니는 돌들이 어쩜 저리도 다른 빛갈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여봐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을은 기다리다 지쳐 능선을 내려가려 한다.

은빛 물결을 일렁이던 억새도 힘을 잃고 금 가루를 뿌려 놓은 듯 거대한 물결로 닦아온다.

파도타기를 하듯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는 보는 이들을 동화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번 공사중이던 전망대도 완공되어 자리를 잡고 오고 가는 이들의 쉼터러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가을햇살이 비추는 하늘의 평지 너른 터!!

사방이 황금빛 물결로 일렁이며 가을편지를 쓰고 있다.

온 천지가 갈색 세상속에 가도가도 끝없는 사막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가을이 떠나가는 자리..

푸른 하늘을 이고 출렁이는 금빛억새가 부서지는 가을 산허리를 유유자적 즐기며.....아름다운 산자락에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날개를 달고 아무데나 정말 아무데나 날고 싶은 심정이다.


 영축산 정상!! 취서산,영취산,영축산 세개의 표지석이 나란히 나열되어 있다.

지금은 통합해서 영축산으로 불리운다.

정상석 바로 아래는 허름한 대피소가 있고 우측으로는 시살등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는 통도사가 있는 지산리 방향이다.

시살등 방향으로는 억새평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남알프스 억새평원은 2백50 여만 평에 이르는데 간월산에서 시작해서 영축산 정상을 이어 시살등방향까지 이어진다.

억새평원만 걸어도 두시간 남짓 걸어야 할것 같다.

 

이제 억새와의 이별을 하고 지산리 방향으로 하산에 들어간다.

몸은 가는데 마음이 남아...... 몸도,마음도 그곳에 두고 빈껍데기로 걷고 있다.

저 가을 끝을 향해 치닫는 깃발은 한뼘도 남지 않은 아쉬움을 매단채 나부끼지만 내 마음엔 아직은 아름다운 가을로 풍성합니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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