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년11월29일(수요일) 날씨:맑음
어디:금오산(977m)
위치:경상북도 구미
코스:매표소-해운사-도선굴-할딱고개-약사암-금오산 정상-안부-관광호텔-주차장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금오산의 풍광이 어찌나 고운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산을 오르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마음을 채우기에는 족할 듯 싶다.
산아래 세상은 구름으로 채워지고 가을이 떠나가는 자리에는 우리에게 마지막 단풍을 보여주기 라도 하듯 입구부터 하늘을 찌를 듯한 메타스퀘어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채색되어 조금씩, 조금씩 그 잎이 떨어져가며 가을 끝자락을 장식 하려 한다.
산 입구까지 가는 길엔 떨어진 낙엽송으로 인해 보도 불럭이 아닌 천연의 단풍이 깔린 인도와 중앙선이 색다르게 눈 앞에 다가선다.
한 발,한 발 내 딛는 발걸음엔 양탄자를 딛는 듯 하다.
매표소를 지나자 관광객을 위한 케이블카도 운행되고 있었다.
이곳도 돌이 많았었는지.......한 돌,한 돌 정성들여 쌓여 있는 여러개의 돌탑이 눈에 띄인다.
이제까지 보아 온 돌탑은 원형 모양의 돌탑만 보아 왔는데 이곳에는 원형과 각이진 사각형의 돌탑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돌탑을 우측에 두고 왼쪽으로는 단풍나무가 아름답게 옷을입고서 한 잎,두 잎, 아름다운 잎을 내려 놓으면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붉게 단풍잎이 깔린 길을 거닐며 생각한다.
새봄에 연한디 연한 연록의 잎으로 우리곁에 닥아와 몸살이 날 만큼 아름다움을 나부끼다가 여름 내내 싱그러운 초록을 생명력 있게 물들이고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채색되어 떠나가는 자리까지도 이처럼 아름답게 수를 놓는다.
우리의 인생의 삶도 이처럼 아름다워야 할텐데........
그 길 위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는다.
물소리,바람소리 가득한 계곡의 산길을 따라 하늘은 회색빛 먹구름과 젖빛 색깔의 희뿌연 구름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산등성이 저편넘어 하늘 저 멀리로 사라지고 흩어지면서 소리내어 길 나서는 산객들의 등을 떠민다.
산정 가까이 흐르는 맑은 물들은 귓전을 감싸안고 흘러 내려오고 산길을 나서는 우리들은 연어가 푸른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듯이 산을 오른다.
해운사를 뒤로 장엄한 바위암벽에 도선굴이 자릴하고 굴에서 조금 내려오니 이번에는 대혜폭포가 긴 물줄기를 쏟아 내리고 있었다.
함께한 산님께서 하는 말!! 여름같으면 폭포 아래 들어가 물침을 맞으면 좋겠단다.
휴일도 아닌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인다.
소풍 나온 것도 아니고 학교 수업시간에 체력 단련을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이곳의 학생들은 산과 가까이 밀접하고 있어 이런 시간도 갖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학생들로 인해 오르는 길이 정체가 되어 할딱고개를 오르는 데는 수월하게 오른 것 같다.
계절이 말해주듯이 얼기설기 잡목만이 엉켜있고 잎은 전혀 볼 수가 없다.
가을은 구름 틈을 통해 푸르게 내려와 바위에 부딛혀 짙은 갈색으로 구르고..
아름다운 또 하나의 세상은 내 앞에 있고 겨울은 벌써 파고드는데 삶의 나이테는 자꾸 늘어가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 조금은 염려되지만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하늘이 높고 바람이 조금은 차가운 능선에 올라 겨울편지를 읽는다.
벌써 손이 시려워 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능선에는 잰 걸음으로 겨울이 달려오고 있다.
어제 내린 비가 얼어붙어 빙판길이 이어지고 등로 양 옆으로는 서릿발이 잔뜩 힘을 곤두세우고 겨울을 알린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해 본다.바람과 시투를 벌이면서도 저 건너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능선에 넋 다 빼앗기고 한참을 바라본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이다.
정상이 바라다 보인다.
빙판이 진 곳은 빙판의 길을 피하여 길을 이탈하여 오른다.
정상 바로 아래는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공터가 있고 좌측으로는 약사암이 자릴한다.
정상인 현월봉의 정상석이 있는 곳은 다른 산과 달리 언덕배기에 표지석을 세워 놓은 듯 산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제 하산에 들어간다.
약사암이 있는 작은 암자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암자 앞 마당에는 하나의 전망대로 자릴한다.
50m 거리에는 종각이 있는데 약사암에서 종각까지 구름다리가 이어져 있다.
약사암을 뒤로 기암괴석이 거대한 병풍을 두른 듯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저 멀리 구미공단도 눈에 들어오고 잔잔한 저수지도 눈에 들어온다.
늘 그러하듯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 이런 곳에 오르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욕심때문에 선뜻 돌아서지를 못한다.
약사암을 벗어나 바람이 막힌 양지바른 곳에 자릴하고 휴식을 가지면서 간식을 먹는다. 메뉴도 각양각색.....
산정에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오색 셀러드가 참으로 맛도 있고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하산에 들어서면서 입산금지라는 표지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이곳도 어제 내린 비로 얼음이 얼어 경사가진 바윗길을 한발,한발 설설기며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비탈길 양 옆으로는 진달래 나무로 보이는 군락이 무리를 지어있다.
회백색을 띄운 진달래는 꽃과 잎을 모두 떨구어 내고 겨울의 눈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군락이 끝나고 너른 터.......
허름한 두개의 대피소가 세워져 있다.
여러명의 등산객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다시 오름길로 접어들면서 능선에 오른다.
신선한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정기!!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 솟아 나는 것 같다. 중간 중간 바위암봉도 만난다.
소나무와 바위가 만나면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루는것 같다.
연이어지는 길임에도 질리지 않음은 길의 표정이 수시로 바뀌면서 다향하게 아름다움을 갖춘 천상의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걷고 있는 이 능선이 아까 능선에서 바라보았던 그 아름다운 능선이었다.
앞으로 바라보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걷다가 뒤돌아보는 풍광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금오산의 맑은 기운이 내 몸 안에 가득 고이고 있는 듯 하다.
오후 햇살을 받은 솔잎은 반짝이고 솔향기가 풋풋하게 전하여 진다.
초록이 펼쳐지는 장면은 정말 좋은 느낌이다. 생명력이 느껴진다.
아까 입산금지 라는 글귀가 아마도 이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 같다.
이제 소나무가 있는 능선과 이별을 하고 우측으로 접어든다.
가을이 떠나가는 자리......
낙엽송이 잎을 다 떨구어 내고 천연의 융단을 깔아 놓았다.
쓸쓸한 낙엽도 한때는 화려한 초록이었다.
봄의 연초록에서 초록이 되었고 이제는 바람에 날리어 땅 위를 뒹구는 낙엽이 되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온 천지가 갈색 세상속에 덮혀있다.
낙엽이 쌓인 길이 무픞까지 빠지지는 않지만 가을낭만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오늘 이곳에 와서 가을을 떠나보내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쓸쓸하지만
가을 끝자락의 모습이 어찌나 고운지..
오늘도 산을 찾아 잠시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에 젖어 보았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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