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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백덕산 아름다운 눈꽃잔치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7년1월27일 (토요일) 날씨:맑음
어디:백덕산(1350m)
위치:강원도 영월
코스:문재-사자산-당재-백덕산-먹골재-묵골


변변한 눈산행 한번없이 지나가버리는 아쉬움에 대한 채념처럼....
봄날에 대한 성급한 영접을 꿈꾸게 하는 날씨가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기다림의 미학을 음미하면서 맘 편하게 지내는 것이 좋으련만 조급증에 휩싸여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이래저래 맘고생만 더해간다.
겨울산행의 정취는 예상치 못했던 서서이 채워지는 마음속 허기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현실.....
인터넷 검색만으로 눈산행의 요기를 채워나간다.
시간이 되면 날씨가 안따라주고~~ 날씨가 허락하면 시간이 맞지않아 올해에는 눈과의 인연이 없는 듯 싶다.

이번 산행도 주말의 눈소식에 모든 일 제쳐놓고 적설량이 많은 강원도로 목적지를 정했다.
시간시간 이어지는 뉴스 시간에도 기상 한파와 폭설로 세상을 떠들석 하게 하더니만 기온도.....폭설도....예상과는 달리 비켜가고 아랫지방에만 폭설이 내렸다.
차를 타고 강원도를 향하고 있지만 마음은 흐드러지게 눈꽃이 피어있을 남덕유산을 꿈꾸며 눈길 돌려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방법이 있다면 단 한가지

목적지를 그리로 바꿔보는 방법뿐이다. 용기를 내어 회장님께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그 꿈은 희망사항으로 끝을 맺었다.

어젯밤 내린 눈으로 중간중간 눈꽃의 형태를 보면서 어쩌면 눈꽃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도착지에 내려 아이젠을 하고 산행채비를 한다.
겨울산에 안기는 순간이다.
들머리에 들어서니 나무들이 어제 내린 눈으로 두텁지는 않지만 하얗게 옷을 입고 있다.
입구부터 경사가진 산길에는 쌓인 눈이 다져져 있고 산꾼들을 이끄는 오색리본이 우릴 반긴다.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비워주고 잎새를 떠나 보낸 아픈 상흔의 나목이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우리앞에 아름다운 상고대로 다시 태어나 순박하면서도 화려한 빛으로 선을 보인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눈꽃도 화려함을 더한다.
함께하지 못한 님들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소백산,덕유산 눈꽃과 같이 덕지덕지한 모습은 아니지만....
서럽도록 아름다운 은빛이 내려앉는다.
나뭇가지 마다 걸터앉은 눈꽃들의 향연은 혀끝을 자극하는 초콜릿 처럼 달콤하다.
그토록 목말라 하고 그리워 했던 눈산행의 허기도 조금씩 조금씩 채워진다.
은빛가루 뿌리며 아름답게 빛나는 눈꽃터널을 지나는 발끝마다 눈 밟히는 소리가 아름다운 선율로 가슴을 파고든다


사위가 온통 눈빛으로 덮혀있는 산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벌써 계절은 겨울 한 가운데 서있는데 보내고 싶지 않은 겨울은 자꾸만 자꾸만 멀어져 가고 인생의 빠름을 느끼면서.....
항상 마음의 거울에 내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면서 될수있으면 반칙없는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자신을 돌아본다.
한줄기의 산하도 어느 한쪽은 이곳과는 달리 황량한 갈색빛으로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렇듯 하루에 두 개의 세상을 만나기를 바랬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 것 같다.

파란하늘에 그린듯 떠 있는 구름떼들,눈부신 설화, 바람이 불때마다 날리는 은빛 가루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풍경은 겨울 설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음을 전해준다.
겨울엔 눈꽃처럼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차가운 손을 가진 사람의 마음이 더 따뜻하듯이 얼음처럼 차갑지만 붉은 정열이 감춰져 있는 듯한 하얀 눈꽃!!
그 하얀 눈꽃세상의 한가운데에 서있다.
푸르고 아름답던 초록들은 그 화려함을 털어 버리고 앙상한 가지되어 잠든 듯 고요하다. 그 자리 위로하듯 하얀 백설이 포근히 덮혀있다.

마른가지에도 꽃을 피우는 겨울 산!!
이런 작품은 주님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특권 이기도하다.

눈꽃은 피어있는데 기온이 높아 겨울산행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따스한 봄날에 눈꽃을 만나는것 같다.
기온이 높아 능선 중간중간 눈꽃이 끊기기는 하였지만 저 멀리 높은 봉우리에는 하얗게 눈꽃이 피어있다.
아쉬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남쪽과 북쪽의 풍경이 어쩌면 그렇게 딱 반으로 갈라져 다른 풍경을 보여주던지.....
남쪽은 해가 잘드는 초겨울,북쪽은 온통 하얀 세상이다.

눈밭에 앉아 나누는 설익은 라면의 맛도 꿀맛으로 느껴진다.
젓가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정취를 느껴보려고 나뭇가지를 꺽어 라면을 먹어보려는 생각이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낸다.

백덕산 가는길.....
내 딛는 걸음엔 알싸한 겨울숲 향기와, 바람의 향기에 취해 눈꽃의 어우러짐 속에 탄성들이 터져나오고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담고~~ 마음에 담고~~ 오래오래 남기고 싶어 사진에 담기 바쁘다.

 

어떤 언어로 어떤 표현으로 담을 수 있을까!!
눈부시게 빛나는 눈꽃 향연은 한마디로 경이로움 그 자체로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항홀한 눈꽃 잔치를 펼치고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같다.
이런 곳에선 말이 필요없다. 그저 오랫동안 머물고 싶을 뿐이다.

백덕산 정상!!
웅장한 치악산의 실루엣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고 거침없는 조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름다운 산하를 보면서 진수성찬을 접하는것 같이 느껴진다.
다시 찾아오는 세월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듯이 나에게도 50 이라는 숫자를 안고 살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무릎 관절만 허락한다면 이 산하를 다 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며 야무진 꿈을 가져본다.

기쁨도 잠시....
눈꽃과의 이별을 하고 하산으로 접어든다.
경사가 완만한 하산길은 눈썰매 코스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비료포대라도 준비했을 것을.....
배낭을 뒤져 비닐봉지를 꺼내 눈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철부지 어린아이 처럼 마냥 즐거워 하며 썰매를 타며 끝없는 동심의 세계로 끌고 간다.
앞서가던 등산객으로 부터 사료포대 하나를 건네 받아 제대로된 눈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역시 눈썰매는 포대를 깔고 타야지 비닐봉지를 깔고 타니까 속도가 나질않는다.
사료포대를 깔고 타니까 KTX를 타듯 속도가 빠르다.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눈썰매 타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마냥 즐거워 하며 겨울 낭만을 즐긴다.
오늘도 그 길 위에서 온전한 기쁨을 누리며 자연이 보여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말없이 지나는 겨울의 정취에 흠뻑 젖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세상으로 향한다.

순백의 하얀눈꽃!!
오늘도 그 하얀 눈꽃세상의 한가운데 서서 그 투명한 두 번째 문을 열기 위해 다가갈 것이다.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7년1월28일***** 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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