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의 향기

키나바루산 전지훈련(도봉산,삼각산)

by 풀꽃* 2007. 4. 21.

언제:2007년2월20일 (화요일) 날씨:맑음
어디:도봉산,삼각산
위치:서울특별시
코스:망월사역-망월사-포대능선-Y계곡-자운봉-도봉주능선-우이암-우이동 매표소-육모정매표소-육모정고개-영봉-백운계곡-위문-산성매표소


설연휴의 피로를 한아름 안고 키나바루의 전지훈련을 위해 5산종주팀과 합류하기 위해 이른 새벽 집을나선다.
잠못드는 밤을 보내고 나서는 아침이 생소하다.
5산종주의 타이틀속에는 키나바루의 전지훈련이 주 목적인 셈이다.
5산종주는 아닐지라도 참가하는데 더 의미가 있는 듯 싶다.
설연휴의 피로감으로 천근만근 늘어질 만도 하건만.....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 만큼은 여전히 가볍다.
질릴법도 하건만.....산꾼들은 만나면 그저 산이야기다. 때와 장소,시간의 관계도 없이 이른 새벽부터 산이야기로 아침을 열어가고 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
첫쨋날 여용우 장로님과 이근배 집사님이 2산종주를 마치고 탈퇴선언을 내리고....나머지 6명의 선수들이 우리와 합류하게 된다.
과연 오늘은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7시30분 예상했던 시간에 망월사 역에서 5산종주팀과 만나 도봉산으로 향한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이지만 이른 아침의 기온은 장갑을 끼엊는데도 손끝이 시려온다.
깔끔쟁이 권사님은 봄소녀가 봄마중을 나온듯 복장도 벌써 봄옷으로 갈아입었다.
원래 멋쟁이는 계절을 앞서가는법.....
허벅지가 시립고 손이 시렵다면서 추위 타령을 한다.

이 곳으로 저 곳으로 배달 되어가는 시간여행은 5산종주 팀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역임을 보여준다.
은근히 꿈꾸었던 5산종주의 설레임도 지금쯤은 빨리 끝맺임을 맺고 싶은 마음뿐인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봄날 같은 파아란 하늘의 망월사 계곡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하도 기지개를 펴고 초목에 물이오른다.
계절로 보면 아직 겨울이 텃새를 해야 할텐데....봄날같은 날씨 덕분에 따사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시간에 쫒기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행복 가운데 하나이다.

능선이 가까워지면서 경사도 급하여 진다.
망월사 옆 하늘을 찌를듯한 잘 생긴 아름드리 구상나무!!
그런 나무를 보노라면.....몇해전 동생 내외와 운달산 산행을 하면서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쭉쭉뻗고 잘 생긴 아름드리 전나무를 보면서 장로님 감이라고 하던 이야기가...)

포대능선으로 가는길.....
하늘이 높고 햇살이 좋은날 능선에는 벌써 잰 걸음으로 봄이 달려오고 있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봄의 시작이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예쁜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의 신비에 경이로움과 고마움을 느낀다.
아기자기한 능선길 양옆으로는 진달래 몽우리가 벌써 산자락을 적시고 머지않아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나즈막한 소리로 속삭인다."내가 세상에 나오는 날 꼭 다시 오라고".....
한겨울에 볼 수 없는 그림이 펼쳐진다.
봄은 벌써 가슴을 파고드는데....내 삶의 나이테는 자꾸 늘어가고 있으니 예전 같지 않을 체력도 걱정이 되고.....산의 그리움은 사그러들줄 모른다.

y계곡으로 가는길.....
이어지는 능선길 따라 간간이 틔어주는 조망 즐기며 걷다보니 마치 내가 걷는게 아니라 길이 스스로 밀려가는듯 하다.
웅장한 도봉산의 실루엣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고 빛고운 하늘아래 수석의 전시장이 펼쳐진다.
다가섰다 멀어졌다 너덜거리는 바윗길이 피로감을 느낄 즈음 y계곡에 다달았다.
행운이라고 할까? 정체가 되는 구간이지만 어제 연휴가 끝나서인지 우리 일행들과 몇몇의 등산객만이 그곳을 통과한다.
아까 오르막 코스에선 속도가 나지 않던 한성인 권사님....
암벽반 출신인지 서슴치 않고 잘도 통과하는데......이번에는 깔끔쟁이 권사님이 절절매며 오르고 있다.
아랫세상이 까마득하게 멀어질수록 험로는 까탈을 부리고 잔설은 얼어 은근한 심술을 포개어 놓아 조심조심 로프와 벌거벗은 나뭇뿌리와 차가운 돌부리의 도움을 받으며 자운봉 정상에 도착한다.
우린 마치 우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라도 오른듯 프랑카드를 펴고 기념촬영을 가진다.

늘 그러하듯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 이런 곳에 오르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욕심때문에 선뜻 돌아서지를 못한다.
여유로운 한낮의 너그러움 속에 널린 조망이 시원하다. 바라봄으로 즐길 수 있는 포만감을 가득 채운다.

위험은 바위에만 있는것도 아닌듯....이곳은 잔설이 얼어붙어 겨울에 뒷꼬릴 여전히 잡아 채고 우릴 긴장시킨다.

봄햇살이 내려앉은 능선에 올라 느긋하게 점심상을 차린다.
설날 준비한 음식을 펼쳐 놓고 먹는 즐거움으로 우린 잠시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에 젖는다.

도봉산 주능선으로 가는길.....
언제 그랬냐듯이 메마른 겨울이 이곳에서는 더 실감이 난다.
한걸음 한걸음 걷는 발길에서 흙먼지 폴~~폴 날리며 봄을 맞이하고 있다.
한차례 봄비가 지나고 나면 촉촉한 대지 위에 봄은 성큼 다가올 것이다.
싱싱한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정기가 여기서도 느껴진다.
언제보아도 신선함을 주고 생명력이 넘처보인다.

두 분 권사님이 지쳤는지 주능선 중간쯤에서 그만 하산을 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했을땐 하루만 하고 끝내지 않을까 했는데......생각했던 것보다 꽤 오래 버텨온 것이다. 역시 젊음이 최고인 것을...
지난 여름 무수골매표소에서 이곳을 오를땐 몹씨 힘들었는데 역으로 하니까 한결 수월하고 같은 길을 걸어도 그 느낌도 다르다.
능선에서 삼각산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바닥까지 내려가서 다시 삼각산을 올라야 한다.
우이동에서 육모정 매표소를 거쳐 삼각산을 오른다.
오름길이 만만치 않은 오름길에선 피곤이 밀려오는듯 다들 힘들어 하신다.
시간이 흐르면서 장거리 운행으로 다리에 모아지는 피로감이 묵직하게 전해올 즈음 육모정 고개에 도착한다.
좌측으로 영봉가는 길목에는 산을 그리워 하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산님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마음속으로 잠시 묵념을 올리고 기념촬영도 가진다.

영봉가는 오솔길이 참으로 포근하다. 철쭉나무와 진달래나무가 잘 어우러진 좁은 오솔길......
간간이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산새들의 지저귀는 노래소리......잘 다듬어진 자연스러운 돌계단길도 거닐며 마냥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걸어온길 뒤돌아보며 내 스스로도 놀라운 거리로 멀어져간 오봉과 자운봉을 바라보며 고단함과 개운함이 묻어나는 자랑스러움을 주저하지 않는다.
인수봉을 앞에두고 영봉에 도착했다.
산을 사랑하다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산님들의 추모비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인수봉을 바라보며 산과 하나가 되어.....

위문으로 가는길.....
백운계곡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얼어붙어 얼음판을 일궈놓고 우리를 긴장시켜 설설 기게 만든다.
그래도 그런 곳에선 내려오는 것보다 오르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얼음판으로 된 등산로를 이탈해 계곡을 타고 백운산장까지 오르며 생각한다. 내 자신도 산꾼으로 인정하면서.....산꾼이 되려면 아직도 멀은 듯 하다.
겨울산행에서 아이젠과 렌턴은 필수인데.....그것도 준비안하고 어찌 산꾼이라 할 수 있을지!!

산성매표소로 가는길.....
백운계곡과는 달리 양지바른 남쪽나라다. 햇빛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실감나게 한다.
돌로된 등산로는 하산 끝날때까지 이어진다.
산을 오를땐 오르느냐고 힘들고.....하산할때는 지루함과 관절의 고통스러움으로 힘들다.
안가면 몸살날것 같은 우리들의 상태는....전형적인 중독자들의 모임이 틀림없다.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키나바루 등정이 이번 산행만큼이야 힘이들지?

그래도 주님이 계셔서 행복하고 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립니다.

2산종주,3산종주,5산종주팀 화이팅 입니다.

댓글